[147일간의 세계여행] 62. 이구아수의 물벼락..세상 삼켜버릴 '악마의 목구멍'

2015. 10. 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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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버스는 18시간을 달려 뿌에르토 이구아수(Puerto Iguazu) 마을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에 걸쳐진 이과수폭포를 보러 여기까지 왔다. 터미널 앞에서 우연히 만난 경찰관에게 적정가격을 물어보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흥정을 해서 이과수폭포로 간다. 이과수에서 돌아올 시간을 정해서 기사가 이따 저녁에 정문에서 기다려 주는 조건으로 흥정을 한다. 버스가 아니라서 오가는 길이 편해진다.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폭포를 뿌에르토 이구아수(Puerto Iguazu)라 하고 브라질 쪽은 포스 두 이구아수(Foz do Iguazu)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중의 하나’가 아니라 단연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다. 두 번째가 아프리카의 빅토리아폭포, 그 다음이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한다.

​뿌에르토 이구아수는 테마파크처럼 잘 정돈되어 있다. 입장하자마자 지도를 받아서 어디로 먼저 갈까 궁리를 해야 한다. 낮은 산책로(Circuito Inferior)와 높은 산책로((Circuito Superior), 산마르틴 섬(Isla San Martin)과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으로 나뉘어 있어 계획을 세워 이동해야 한다.

일단 높은 전망대에서 작은 폭포들을 하나하나 감상하고 낮은 전망대로 내려와 폭포들의 전경을 본다. 폭포의 아랫부분과 윗부분을 감상하며 걷는다. 파타고니아에서는 가을처럼 서늘한 날씨에 걸었는데, 이곳은 땡볕이 쨍쨍 비추는데다 산책로를 걸어 다녀야 해서 웬만한 트레킹보다 힘들다. 시원한 물소리가 쉼 없이 들려오지만 역시 더위가 복병이다.

보트를 타고 이과수의 물줄기가 떨어지는 폭포로 간다. 워낙 수량이 풍부해서 젖으면 안 되는 것들은 미리 나눠준 방수포대에 담아서 들고 배에 탄다. 수영복을 입고 오거나 나처럼 젖어도 되는 옷을 입고 줄을 선다. 구명조끼를 입고 방수포대를 의자 밑에 두고 드디어 폭포 아래로 출발한다. 가이드 한 명이 함께 타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배는 강을 거슬러 폭포를 향해 전진한다.

스피드보트는 사방으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폭포를 들락거린다. 폭우 속에 서 있는 듯, 온몸이 금세 흠뻑 젖는다. 햇볕은 내리쬐고 폭포의 물방울 기습에 시원해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함성을 지른다. 폭포소리가 무척 시끄러운데다가 거세게 쏟아지는 물세례에 옆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한여름 절정의 더위를 도망가게 하는 시원함 속에서 젖은 머리카락과 옷자락에선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수영이라도 한 판 하고 나온 듯 재미있으면서도 피로가 몰려온다.

물장난을 마친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의 사람들이 웃으며 배에서 내린다. 이과수의 물벼락을 맞았으니 이젠 옷을 말려야 하지만, 이 더위에는 따로 말릴 필요도 없다. 그냥 가던 걸음을 계속 가면서 말리는 방법이 최고다. 젖은 옷을 입고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는다. 시원하고 배부르니까 거북이와 경주하는 토끼처럼 어딘가에 누워 낮잠이라도 자고 싶은 유혹이 손짓한다. 잠까지는 뭣하지만 유원지의 넓은 식당에서 쉬고 나온다.

드디어 폭포의 원류, 그 이름도 유명한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을 찾아갈 시간이다.

원체 상류에 위치해 있어 여기 이구아수 국립공원(Parque Nacional Iguazu)안에 관광용으로 운행되는 기차를 타고 올라가서 폭포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강에 놓인 다리들을 건너 한참동안 걸어야 한다.

‘악마의 목구멍’으로 가는 길은 긴 철제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의외로 고요하다. 이곳이 뿌에르토 이구아수의 궁극의 목적지이기 때문에 사람은 너무나 많다. 여행자들이 오고 가는 다리에서 바라보는 강 건너편의 풍경도 흐르는 강물만큼이나 평화롭기만 하다.

긴 다리를 따라 걷는다. 잔잔하기만 한 강의 한가운데, 하얀 포말이 일어나는 것이 포착된다. 서서히 속도를 내는 물살이 빨라지는 저 끝에서, 악마의 목구멍이 조금씩 그 위용을 드러낸다. 풀이 가려 있는 저 너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스릴러 영화라도 보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드디어 ‘악마의 목구멍’에 다다른다. 고요히 흐르던 수량 풍부한 강은 느닷없는 절벽을 만나 강물을 그대로 쏟아 붓는 중이다. 세상을 삼켜버릴 기세로 무섭게 떨어지는 폭포수…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물소리를 내며 강물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모습은 충격이다.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극적 효과를 위해 일부러 필름을 빨리 돌리고 있는 듯한 광경이 단 한순간의 쉼도 없이 지속된다. 물이 떨어지고 떨어지는 걸 반복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떨어지는 상태”로 존재한다.

물이 얼마나 세차게 얼마나 갑자기 떨어지는지 포말은 저리도 강렬한 흰 색이다. 폭포에 걸쳐진 선명한 무지개는 해가 떠 있는 날이라면 항상 폭포를 장식할 것이다. 아기자기한 폭포들을 감상하며 올라왔지만 여기서 내려다보는 폭포의 장대함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소리와 사람들의 감탄사가 귀에 울린다. 흩날리는 폭포의 물방울이 몸을 적시는 촉감을 가만히 즐겨본다. 버릴 것이 있다면 여기 ‘악마의 목구멍’에 던져버리면 된다. 그럴 수 있다면 절대로 되돌릴 수 없이, 멋진 방법으로 깨끗이 잊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떠나온 지 두 달, 아찔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여행이기에 가능한 자유가 된다.

악마의 목구멍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부랴부랴 이과수강의 철제다리를 건너 국립공원의 기차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춰 뿌에르토 이구아수의 정문으로 나간다. 만나기로 한 택시기사가 정문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다. ‘악마의 목구멍’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혹시 오늘밤, ‘악마의 목구멍’에 다이빙하는 꿈을 꾸게 된다면 그건 악몽일까?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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