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핏빛 뒷골목.. 너의 '쓸모'를 증명하라
거칠고 차갑고 무자비하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은 한국 영화에서 드물게 만나는 웰메이드 누아르(Noir·어두운 분위기의 범죄 영화)다.
탯줄 달린 채 지하철 코인라커에 버려진 갓난 여자 아기가 있었다. 그 라커 번호가 10번이어서 이름이 '일영'(김고은).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팔려간 일영은 지하철 앵벌이를 하다 냉혹한 뒷골목의 지배자 '엄마'(김혜수)의 눈에 띈다. 어린 일영이 밤거리에 쓰러져 죽어가는 개를 보고 멈칫거리자, 엄마는 삽날로 개의 목을 찍고 나서 말한다. "왜 안 도와주니? 쓸모없으면 죽여줘야지."
엄마가 지배하는 차이나타운에선 밀입국, 사채놀이, 살인, 장기밀매가 일상이다. 일영은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남의 몸에 칼을 긋고, 마작판 채무자 입에 박카스 병을 박는다. 그런 일영의 마음속 빈틈을 채무자의 아들(박보검)이 비집고 들어오고, 자신을 거역한 일영을 엄마가 폐기 처분하려 하면서 이야기는 파국으로 돌진한다.
보기 드문 여배우 투톱 영화다.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머리를 바짝 세운 김혜수는 엄마 캐릭터에 서늘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뒷골목 인간들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며, 자기 '새끼'의 목에도 무심하게 칼을 꽂는다. 팽팽한 긴장감은 많은 부분 김혜수의 카리스마 덕이다. 영화 '은교'에서 강렬했던 김고은은 김혜수와 한 화면에 잡힐 때에도 존재감에서 밀리지 않는다. 일영이 엄마에게 "나 이제 쓸모없어요?"라고 물을 때, 영화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보스(김영철)를 향해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라고 묻던 이병헌의 피투성이 얼굴이 겹쳐 떠오른다.
축축한 나트륨등, 푸르스름한 안개, 핏물과 오물이 구분되지 않는 뒷골목 같은 장르적 클리셰에 충실하다. 유혈과 폭력의 수위도 높다. 취향에 따라 호오(好惡)도 갈릴 것이다. 상영시간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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