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지각입장하는 관객, 오늘 주인공이 당신인가요

입력 2015. 5.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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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최근 서울의 한 공연장. 무용 공연에서 50대 여성 관객이 휴대전화의 액정화면을 플래시처럼 전면으로 환하게 밝혀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0분 늦게 입장하며 어둠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밝힌 휴대전화가 문제였다.

공연마다 지각 관객들 때문에 일찍 온 관객들이 집중력을 잃는 피해가 많다. 문이 열릴 때마다 컴컴한 극장에 빛이 들어와 시선을 분산하고, 자리를 찾아가는 구두굽 소리도 거슬린다. 지각 관객은 그 줄 관객 시야를 완전히 가리거나 발을 밟고 지나치면서 직접적인 피해도 입힌다. 서울시내 한 공연장 관계자는 “특히 힐이나 샌들이 공연장 나무 바닥과 부딪쳐 나는 소리가 심할 경우 주변 관객에게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연장 관계자는 “(지각 관객이) 많을 때는 10%에 달하는 날도 있다. 아무리 적은 날이라도 전체 관객의 1%는 반드시 지각하는 편”이라고 했다.

지연 입장의 1차 피해자는 지각 관객 본인이 된다. 특히 무용 공연의 경우에는 공연 도중 지연 입장은 아예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끊김 없이 한 호흡으로 공연 전체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 공연장 관계자는 “‘5분 늦게 왔는데 왜 내가 10만 원이나 주고 산 비싼 표를 통째로 버려야 되냐’면서 고성으로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돌발적이고 긴 즉흥 연주가 많은 재즈 공연의 경우에도 지각 관객에 대한 입장 지연 시간이 많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국내 클래식 공연에선 공연장 쪽에서 지각하는 관객을 위해 레퍼토리를 배려해 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연주 단체들도 이를 상례로 받아들여 첫 곡은 10분 내의 짧은 곡으로 준비해 지각 관객이 입장할 시간을 마련해 준다. 그러나 이는 내한한 해외 연주 단체와 간혹 마찰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한 공연장 관계자는 “‘지각 관객이 늘 있으므로 레퍼토리를 배려해 달라’고 하자 해외 단체 관계자가 ‘늦게 온 사람은 발코니석에 앉히거나 입장을 안 시키면 될 것 아니냐’며 거부해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울 서교동에서 라이브 공연장 브이홀과 클럽 베라를 운영하는 주성치 대표는 “스탠딩 공연은 늦게 들어와도 피해가 덜하지만, 소극장 공연에서 아티스트가 코멘트 할 때나 연주 도중에 지각 관객이 들어오면 공연자나 관객 모두 감정의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극장 관계자는 “내가 산 티켓에 대한 권리만 생각하지 함께 공연을 보는 1000명, 1만 명 관객의 볼 권리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LG아트센터의 이선옥 하우스매니저는 “공연 시작 20∼30분 앞서, 여의치 않으면 단 5분이라도 먼저 도착해 무대 구성과 악기 배치를 눈에 담고 안내책자를 보면 공연 보는 설렘과 기대감이 더 커진다”면서 “혹시라도 늦게 왔다면 로비에 설치된 모니터로 공연 내용을 보며 흐름을 따라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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