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뉴스]조선의 발렌타인데이?..은행 열매에 담긴 사랑

하대석 기자 2016. 2.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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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마다 연인들이 주고 받는 초콜릿, 초콜릿이 없었던 과거 우리 선조들은 무엇으로 사랑을 표현했을까요?

조선시대 농서 <사시찬요>에 따르면 당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양력 3월 5일 전후)이었습니다. 남녀가 서로 은행 열매를 나눠 먹으며 사랑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초콜릿처럼 달달한 것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냄새 나는 은행이었을까요?

우리 선조들은 암은행나무과 수은행나무가 마주봐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천년을 사는 암수 은행나무가 오랫동안 서로 바라보며 순결한 사랑을 키웠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스브스뉴스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진짜 은행나무는 암과 수가 마주봐야 열매를 맺을 수 있나요?"

서울대학교 식물병원 이경준 명예교수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은행나무의 수정은 수나무에서 종자가 날라와 암꽃 위에 앉아 이루어집니다. 
암나무와 수나무가 가까울수록 열매를 맺기 쉬운 겁니다."

그런데 은행나무 열매가 맺히는 시기는 가을인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인 3월의 경칩에 어떻게 은행 열매를 선물할 수 있었을까요?

당시 사랑을 고백하려면 미리 은행 열매를 주워 3월 초인 경칩까지 고이 품어뒀다가 선물했던 겁니다.

그렇게 정성스레 준비한 은행을 서로 선물한 연인들은 암은행나무와 수은행나무 주변을 돌면서 사랑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은행나무와 같은 천년 사랑을 이어가자고 말이죠.

지금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에 밀려 사라진 조선시대 은행 열매 선물 풍습.

냄새는 덜 달달할지 몰라도 은행열매에는 돈 주고 쉽게 살 수 없는 지고지순한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대석 기자hada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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