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이변 없었다".. KF-X 엔진이 미국제로 결정된 이유는
한국형전투기(KF-X)의 ‘심장’ 역할을 할 엔진으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400’ 이 선정됐다.
방위사업청은 26일 오후 사업관리분과위원회를 열어 KF-X 체계개발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한 GE를 최종 확정했다.
미국 GE의 F414-400 엔진 |
이는 KF-X 개발 리스크와 그에 따른 소요 비용을 최대한 낮추려는 KAI와 방사청이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한 결과로 받아들여져 향후 KF-X 탑재 장비 입찰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기조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KAI와 방사청은 2020~2021년까지 엔진 10대를 GE에서 직도입한다. 2021년부터는 GE에서 들여온 부품을 국내에서 조립해 2대를 제작하고, 2022년까지 국산화를 통해 확보한 국내 제작 부품을 장착한 엔진 3대를 만들어 KF-X 지상시험과 시제기 비행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한국형전투기(KF-X) 상상도. KAI 제공 |
업계에서는 KAI, 한화테크윈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GE의 ‘진지전’에 유로제트의 ‘공중전’이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KF-X 엔진 입찰이 시작되기 전이었던 올해 초부터 업계 안팎에선 GE의 우위를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GE가 제안한 F414-400 엔진은 미 해군 F/A-18E/F 슈퍼 호넷과 스웨덴 그리펜, 인도 테자스 등에 탑재됐다. T-50 고등훈련기에 쓰이는 F404 엔진에서 파생된 엔진이라는 점에서 신뢰성도 입증됐다. 항공기 엔진은 전자장비에 동력을 제공하며, 엔진 이상 시 조종사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신뢰성이 중시된다. GE의 F414-400 엔진은 누적비행시간이 300만 시간에 달하지만 EJ200은 62만 시간 정도다.
GE 엔진은 이미 방산업계와 공군에서 오랜 기간 접해 친숙하다. 국내 엔진제작을 담당하는 한화테크윈은 1980년 GE와 기술 제휴 방식으로 F-5 엔진 생산에 나선 이래 GE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해 1월에는 GE와 10년간 4억3000만달러(4700억원) 규모의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화테크윈은 KF-X 체계개발업체인 KAI의 대주주다.
공군 역시 F-5 외에 F-15K와 T-50/FA-50 등을 통해 GE 엔진을 접하면서 상당한 운용 노하우를 축적했다. 업계와 공군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잘 아는 엔진을 쓰는 것이 개발과 운용 과정에서 유리하다.
공군에서 GE 엔진을 쓰고 있는 만큼 별도의 군수지원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비용 절감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항공기 엔진 시장의 강자인 GE는 감가상각을 통해 낮은 단가를 유지할 수 있다. KF-X 수출을 위해 저가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다.
유로제트가 제작한 EJ200 엔진 |
유로제트는 EJ200의 첨단 기술 수준을 집중 홍보하며 “전체 기술의 58%를 이전하겠다”는 등의 조건을 내세우며 ‘바람몰이’에 주력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군 관계자는 “평가에서 유로제트가 GE에 많이 밀렸다”며 “두 업체의 점수 차가 상당했으며, 가격과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GE가 앞섰다”고 전했다.
◆ KF-X에 미국, 한국, 유럽 기술 녹아드나
GE 엔진이 선정되면서 KF-X는 국내 기술과 미국, 유럽 등 제3국 기술이 융합되는 형태로 개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유럽 방산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KF-X 엔진 입찰 과정에서 프랑스 항공기 엔진제조업체 ‘스넥마’가 GE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에 쓰이는 M88 엔진 제조사인 스넥마는 GE와 합작해 ‘CFM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197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CFM은 PW, 롤스로이스 등과 더불어 항공기 엔진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정비작업중인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
방산업계 관계자는 “1500여대의 EJ200 엔진을 만드는 것도 4개 업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상황에서 200~300대 정도의 엔진을 납품해 KF-X에 최적화하는 리스크를 GE 혼자 부담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GE도 리스크 분산을 위한 조치를 강구하며 KF-X에 참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KF-X 엔진 선정이 완료되면서 2019년 1월로 예정된 상세설계와 그 이후의 시제기 제작 등 KF-X 개발은 당초 일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 논란으로 개발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일부 앞당겨지면서 각 장비의 체계통합 등 리스크 관리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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