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北 '구식' 전투기는 겉치레..'진짜 위협'은 무인기

박수찬 입력 2015. 7. 31. 15:28 수정 2015. 8. 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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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에 참가한 북한 공군의 Mig-29 전투기. 사진=노동신문

지난 29일 북한이 강원도 원산의 갈마비행장에서 실시한 ‘공군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에 참가한 공군 전력을 놓고 ‘구식’ 논란이 일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에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기 기종 대부분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Mig-15/17/19/21/23 등 전투기들과 공격기 Su-25, 폭격기 IL-28, 미국제 헬기인 500MD , AN-2 수송기 등 43대가 참가했다.

대부분 1950~60년대에 개발된 기체들이라 얼핏 보면 ‘구닥다리’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중동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가해 쌓은 실전경험과 자체적인 부품 조달, 지속적인 훈련과 자부심 등은 유사시 우리 공군에 상당한 위협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러시아제 Su-35와 같은 최신 전투기를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인공격기와 지대공미사일 등을 적극 활용하는 ‘비대칭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순탄치 않았던 북한의 공군력 증강

1950년 6.25 발발 직후 미군의 공습으로 공군력이 사실상 괴멸된 북한은 구소련의 지원을 받아 제트전투기 확보에 나섰다. 구소련은 6.25 당시 연합군 공군의 가장 큰 위협이었던  Mig-15를 비롯해 Mig-17/19/21 등을 북한에 공급했다.

하지만 1960년대 중국과 소련의 갈등 구도 속에서 북한이 중국을 지지하는 듯 한 자세를 취하자 소련은 15년 넘게 전투기의 북한 공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당시 김일성은 중국과 소련을 오가는 등거리 외교로 실리를 챙겼지만, 소련의 원조 중단으로 전투기 개발에 막대한 타격을 받은 중국에서 북한이 공군력 증강의 기회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 당시 북한은 베트남 전쟁과 중동전쟁에 비밀리에 조종사를 파견해 실전경험을 쌓는 한편 독자적인 공중전 전술을 발전시키며 전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북한의 처지가 개선된 것은 1984년 김일성의 동유럽 순방 직후다. 소련은 이때부터 러시아 연방 출범 직전까지 북한에 Mig-23/29전투기, Su-25 공격기 등 기존에 제공하지 않은 최신 전투기와 공대공 무기를 제공했다. 냉전 체제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더 많은 전투기가 제공됐을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1993년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현재까지 북한이 추가 도입한 전투기는 중앙아시아에서 밀수한 중고 Mig-21 전투기 20여대 뿐이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러시아에 Su-27을, 중국에 J-10 전투기 제공을 지속적으로 타진했으나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 공군, 정말 구닥다리 집단일까

F-35와 같은 최신예 전투기 도입이 불가능한 북한 공군은 정말 전투력이 낮은 집단일까.

국방부가 지난해 발간한 ‘2014 국방백서’를 살펴보면, 북한 공군은 언제든 휴전선 이남 지역을 타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노후 기종이 대부분이지만 전투기 820여대 중 40%가 평양-원산선 이남에 배치되어 있다. 국방백서는 “전쟁을 앞두고 추가적인 조정 없이 우리 지휘통제시설과 산업시설 등을 기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29일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에 참가한 북한 Su-25 공격기들이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일부 언론에서 ‘농약뿌리는 비행기’로 부르는 AN-2는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기체 특성과 짧은 이착륙 거리 등 장점이 상당한 기체다. 북한은 유사시 AN-2에 특수부대를 태워 휴전선 이남 지역을 기습하는 작전을 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관제요격기지, 조기경보기지 등 레이더 방공부대는 북한 전역에 분산배치되어 한반도 전역을 감시한다. 구소련의 전투기는 자체 레이더에 의한 전투보다는 레이더 지상관제에 의존하기 때문에 방공레이더부대의 영향력이 큰 편이다. 북한은 레이더의 탐지 정확도를 높이고 대응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방공지휘통제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전방지역과 동서 해안에는 SA-2/5 지대공 미사일을, 평양에는 SA-2/3 지대공미사일과 대공포를 집중배치해 적기의 침투를 막고 있다.

레이더와 지대공미사일의 집중 운용은 1980년대 시리아에서 주로 사용한 전략이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과정에서 벌어진 ‘베카 계곡 공중전’에서 시리아의 Mig-21/23 전투기는 이스라엘의 F-15/16에 일방적인 참패를 당했다. 시리아 전투기는 56대가 격추됐으나 이스라엘의 피해는 1대 뿐이었다. 이후 시리아는 공군전력의 보존을 추구하면서 지대공미사일 전력 확충에 집중하는 ‘고슴도치 전략’으로 방공작전을 수정하게 된다. 

여기에 북한은 구식인 Mig-15/17/19 등을 독자적으로 정비하는 등 기술 수준을 높여 가동률 향상에도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진짜 위협은 무인공격기와 지대공미사일

북한 공중전력의 진정한 위협은 전투비행술 경기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무인공격기와 지대공미사일이다.

작년 3월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북한의 군사, 안보 동향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3년 3월 실탄사격 훈련에서 무인공격기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29일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제1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이 무인 비행체는 미국 레이시온이 개발한 ‘MQM-107’을 복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MQM-107은 공군 조종사들의 공대공 훈련이나 육군 방공포병의 지대공 미사일 발사 훈련에서 이동 표적으로 쓰인다. 길이 5.5m, 최대속도 시속 925km, 최대상승고도 2190m인 이 무인기를 북한은 중동에서 입수해 이를 토대로 고폭탄을 탑재한 자폭식 무인 공격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설 6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수직발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은 러시아제 S-300이나 중국제 HQ-9 지대공 미사일과 유사하다.
 
현재 북한의 신형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이 어느 나라의 기술에 기반했는지는 정설이 없다. 카자흐스탄 등 구소련 공화국에 남아있던 S-300을 반입했다는 설, 중국에서 기술을 몰래 들여왔다는 설, 우크라이나에서 밀수했다는 설 등이 있으나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

북한군은 장비의 노후화, 자원부족 등에서도 군사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공군력은 외부의 지원 없이는 획기적인 전환이 불가능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조직하고, 무인공격기를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경제사정 속에서도 ‘하늘 주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무인공격기와 지대공미사일에 기존 전투기 전력이 결합되면 새로운 형태의 도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 군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박수찬 기자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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