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융이야기]'삼성페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정다슬 2015. 10.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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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막내기자와 함께하는 금융상식]
△러다이트 운동(좌) 삼성페이(우)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열에너지를 기계의 동력으로 바꾸는 증기기관은 세상을 바꾼 대표적인 발명품으로 꼽힙니다. 증기기관의 발전으로 인류의 생산력은 크게 증가했지만, 희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증기기관을 단 방직기로 영국의 섬유노동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되자 영국의 공장들이 많은 노팅엄(Nottingham)·요크셔(Yorkshire)·랭커셔(Lancashire)를 중심으로 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이 일어납니다. 이를 러다이트(Luddite) 운동, 혹은 기계파괴운동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자동차, 핸드폰 등 여러 발명품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바꿔주는 동시에 그와 깊게 관련돼 있던 많은 이들의 삶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삼성페이도 이 같은 갈등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현대카드가 삼성전자의 모바일 간편 결제서비스인 ‘삼성페이’로 결제한 전자전표를 수거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비용 역시 밴(VAN)사에 지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밴사라는 것이 낯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밴사란 매장과 카드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중간유통상’입니다. 매장에서 카드를 이용해 결제하면, 그 정보가 카드사로 들어가는데 밴사는 향후 결제를 취소하거나 서명 위조 등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고객이 서명한 영수증을 수집하고 이를 카드사에 제출해 전표 수거료를 지급받습니다.

그런데 현대카드가 삼성페이를 통해 발생한 전자전표는 수거하지 않겠다고 밴 업체들에 통보했습니다. 전자전표를 수거하지 않을 테니 그에 따른 수수료도 청구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삼성페이의 경우, 결제가 일어나기 전에 지문인증을 통해 본인 확인이 되기 때문에 위·변조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며 “더는 필요 없는 업무에 대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 역시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밴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체 수익의 40%를 차지하는 전표매입 업무가 일부분이라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예외가 적용되면 앞으로 밴 업계 전체가 수익기반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러 카드사를 대행하는 밴대리점은 어차피 단말기 관리 차원에서 가맹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삼성페이로 결제한 전자전표만 어떻게 분리해 서비스 비용을 낮추는 게 불가능하다고 항변합니다. 밴 업계는 현대카드가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입니다.

사실 카드업계 밴 업계의 갈등이 펼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현대카드는 1위 밴사인 한국정보통신(KICC)와 전표수수료 지급문제를 놓고 충돌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전자결제가 늘면서 전표를 보관할 필요가 줄어든 것이 계기였습니다. KICC가 가맹점주들을 설득해 현대카드를 받지 않는 운동을 전개해나가면서 약 3만개 가맹점이 현대카드 결제거부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삼성페이 사태는 전체 밴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인 만큼 더 파급력이 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옵니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카드사와 밴 업계의 이해관계가 아닌 기술발전이 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이같은 흐름을 반영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삼성페이뿐만 아니라 페이코, 클립 등 다양한 간편결제수단이 현재 시장에 진출해 있고 애플페이, 안드로이드페이 등의 한국시장 진출도 예정돼 있습니다. 간편결제시장이 확대될수록 이런 갈등이 심화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밴대리점의 상당수가 영세자영업자인 만큼, 무작정 밴수수료를 줄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고 결제매커니즘 역시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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