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융이야기]"현금 내면 깎아드려요"..불법일까요?

정다슬 입력 2015. 7. 4. 06:03 수정 2015. 7. 1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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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막내기자와 함께 하는 금융상식]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1. 대학생 미영씨는 지하철 상가에 있는 한 옷가게에서 카드로 결제하려 하자, 가게 주인이 “현금으로 하시면 10% 더 깎아드려요”라고 했다. 귀가 솔깃한 미영씨는 근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뽑아 옷값을 지불했다.

2. 직장인 우람씨는 주말 저녁 친구와 술집에서 거나하게 회포를 푼 뒤 술값을 내려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순간 굳은 표정을 지은 주인 아저씨는 “저희는 카드는 안 받습니다”라고 했다. 우람 씨는 결국 24시간 운영하는 ATM에서 돈을 뽑아 술값을 치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한 번쯤 이런 경험을 겪어봤을 겁니다. 동시에 ‘이거 불법 아냐?’라는 궁금증이 떠올랐겠죠. 그런데 두 사례 중 1번은 불법이지만 2번 사례는 합법입니다. 과연 1번과 2번의 차이가 무엇이기에 불법과 합법으로 나뉠까요?

카드영업의 법적 기틀인 여신전문금융법 19조 1항은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카드로 결제한다고 해서 현금으로 결제할 때보다 더 비싸게 받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상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가 발생해 들어오는 이익 일부를 카드사와 밴(VAN)사에 지불해야 하거든요. 현재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은 2.1% 수준(우대 1.5%), 체크카드 평균 수수료율은 1.5%(우대 1.0%)입니다. 5만원 짜리 물건을 팔았을 경우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1050원,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750원이 현금결제보다 이익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국내법은 상거래에 있어 사업자가 반드시 카드결제를 받아야 한다고 의무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상인이 카드를 받고 싶지 않다면 2번 사례처럼 거절할 수 있습니다. 단지 카드 사용이 보편화 돼 있는 상황에서 카드 결제를 할 수 없다면 매우 불편하겠죠. 결과적으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가게가 있을 때,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카드 결제가 되는 가게를 선호할 겁니다. 정부는 ‘손님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카드를 받고 싶지 않다면 그래도 좋아’라고 하는 겁니다.

잘 생각해보면 카드결제를 받지 않는 곳은 꽤 있습니다. 먼저 대학 10곳 중 6곳은 아직 등록금을 카드로 낼 수 없습니다. 국민연금 역시 카드결제가 된 것은 올해 5월부터입니다. ‘1국가 1카드사’ 원칙을 내세우는 코스트코는 현금과 삼성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죠. 소비자가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 카드결제가 제한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니는 대학이 등록금을 카드로 안 받는다고 해서 다른 대학으로 옮길 수도 없고 국민연금 역시 납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요.

국민연금은 카드결제가 가능한 대신, 수수료도 소비자가 내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돈은 다른 가입자의 돈이기도 해서 수수료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다만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사례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맹점은 수수료를 사업자가 부담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연하게 카드가맹점인데도 불구하고 사례 1처럼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 과정에서 ‘현금가’와 ‘카드가’를 차별하는 불법이 이뤄지는 것이지요.

더욱 심각한 것은 이때 탈세 행위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금으로 결제할게요. 현금영수증 끊어주세요’라고 말할 경우 ‘그럼 여기서 10% 더 내셔야 돼요’라고 하거나 ‘현금영수증은 못 끊어드려요’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10%는 부가가치세(VAT)를 의미합니다. 원래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세금인데 정부는 효과적으로 세수를 거두기 위해 사업자가 파는 물건·서비스에 이 가격을 함께 붙이도록 한 뒤 나중에 사업자 소득에서 떼어갑니다.

그렇다면 ‘현금영수증을 달라’고 한 고객에게 ‘10%를 더 내야 한다’고 하는 사업자는 판매금액을 국가에 신고하지 않으려 하는 겁니다.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탈세를 하는 것이지요.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는 승강이를 하지 마시고 일반 영수증을 뗀 뒤 ‘현금거래 확인신청’을 하면 됩니다. 이때 거래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스캔이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야 하며 발급기한은 1개월 이내여야 합니다.

만약 구매금액이 10만원 이상이면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1일분부터 10만원 이상은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만약 미발급이 적발될 경우 사업자에게 50%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금영수증 발급거부사실을 신고한 소비자에게는 1건당 최대 100만원, 연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사실 돈에 대한 이야기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입니다. 모객(募客)을 위해 카드가맹점이 될 수밖에 없지만 카드수수료가 부담되는 소상공인, 현금결제를 하면 깎아준다는 유혹이 달콤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처지도 십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어도 그 개인이 속해있는 공동체는 질서가 무너지는 일일 수 있기에 우리는 그런 유혹을 이겨내야 합니다. 아울러 카드사는 정책적 지원을 받은 만큼 수수료율을 낮추고, 정부는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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