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내가 누군지 아느냐..'Who are you?'

손석희 2015. 2. 1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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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파출소에서 소란을 피운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어제(11일) 면직 처리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이도 들어본 말이지요. 오늘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또한 '내가 누군지 아느냐' 식의 갑질로 처벌을 받게 되었고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자들을 앉혀 놓고 했던 말도 결국은 '내가 누군지 아느냐'와 다름없었습니다.

보도내용과 언론사 인사, 학교 인사, 법안까지.

남을 누르는 고압적인 질문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시대를 막론하고 부와 권력을 쥔 사람들의 상징어가 돼서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여기선 내가 왕이다""내가 시의회 의장이다. 의장도 몰라 보나""네가 뭔데 나에게 차를 빼라 하느냐"

이 사람들은 왜 자기가 누구인지를 남에게 물어보는 걸까요? 자신이 누구인지를 남에게 확인받아야 하는,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자기과시의 심리. 그러나 그것은 어찌 보면 온전한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질문에 왠지 답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군요.

그래서 오늘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 "who are you?" '당신이 대체 누구시길래'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묻기 전에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먼저 묻고 대답해보면 답은 나오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대답은 명확합니다.

민주사회에 지도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권력층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모두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평등한 시민이라는 것이지요.

부와 권력이란 것도 결국엔 시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니 그걸 운 좋게 좀 더 갖고 있다고 해서 함부로 휘두르지 말라는 것은 동서고금에서 이미 다 배운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항공기 회항사건 재판에서도 알 수 있듯, 또한 총리인준을 둘러싼 무성한 논란에서 볼 수 있듯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라는 물음에 대해 돌려드릴 대답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who are you? 당신은 대체 누구시길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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