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피해자 건너뛰고 기자회견..시원찮은 사과에 분노

김범주 기자 2016. 5. 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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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친절한 경제입니다. 어제(2일) 이 시간에도 옥시의 기자회견을 두고 과연 사람들이 여기에 만족을 할 것인가 싶은 걱정이 됐었는데, 역시 반응은 좋지 않았고요,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또 궁금했거든요. 어떤 내용이었죠?

<기자>

대국민 사과를 하고 보상안을 발표를 했는데, 그 와중에도 조금 책임을 피해 보려는 게 보여서 반발을 샀습니다.

옥시가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판 가습기 살균제가 모두 450만 통이 넘습니다. 아마 시청자분들 중에도 이 제품 쓴 경우가 꽤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정부가 두 번 조사해서 옥시 때문에 폐에 문제가 생긴 걸로 지금 확인된 경우가 184명이고, 그중에 70명이 숨졌습니다.

가족들 주장은 피해를 입은 줄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천식인가, 폐가 원래 약한가, 이런 경우도 있는데 추가 신고를 받아서 더 조사해야 된다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옥시가 이걸 딱 받아서 정부가 인정한 1등급, 2등급 이쪽만 보상을 하겠다고 어제 발표를 한 겁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아타 사프달 대표/옥시 한국법인 : 모든 책임을 지고, (옥시 제품을 사용한) 1등급과 2등급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할 계획입니다.]

그밖에 지금 밑에 보이는 3등급, 4등급 혹은 다른 피해자들한테는 1백억 원을 내놓아서 그걸로 넘어가겠다는 거고요.

7월까지 하겠다는데 언제 이게 논의해보겠다는 건지, 얼마인지, 어떻게 될 건지 알 수가 없고, 더 나가서는 "우리 것만 쓴 거냐? 다른 회사 것도 섞어 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겠느냐? 다른 회사들도 보상회 같이 하자." 이런 주장을 했어요.

개인끼리도 흔히 사과 할 때 대표적으로 잘못하는 경우가 깔끔하게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이러질 않고 나중에 책임질 일 커질까 봐 내가 잘못은 했지만, 이렇고 저렇고 조건 다는 건데, 이러면 더 화가 나는 거거든요. 그래서 어제 옥시 사과문이 안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리고 저는 보니까 피해자 가족에게 직접 사과하지도 않고 기자회견만 했다는 게 순서가 잘못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기자>

그렇죠. 그런 생각 안 할 수가 없죠. 2011년에 이 사건 터지고, 지금 5년 만에 처음 얼굴 내고 사과든 뭐든 무슨 반응을 보이는 거거든요.

그러면 가족들한테 갔어야죠. 검찰이 수사 세게 들어가니까 어제 사과를 했는데, 그것도 그냥 가족들은 건너뛰고, 기자회견을 열어버린 거였거든요.

당연히 얼굴 처음 보니까 가족들이 동시에 대표한테, 단상으로 달려갔죠. 시작과 동시에. 어린아이들을 잃은 가족들이 많았는데, 두 살배기를 잃은 엄마 얘기 한 번 들어보시죠.

[우리 아이 살릴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 어떻게 할 건데요? 어떻게 돌려놓을 수 있는데요?]

그리고 겨우 한 살 된 아이를 잃은 아버지도 기자회견 끝 나고 단상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합니다.

[최승운/피해자 유가족 연대 대표 : 언론을 이용해서 검찰수사 면피용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정말 찾아가서 너희가 네 자식을 죽인 게 아니다. '죄송하다. 네 자식 죽인 놈은 우리다. 옥시다.'라고 사과를 해야 됩니다. 여러분같이 저도 평범한 아빠였어요. 저희가 서서히 제 자식을 죽인 겁니다. 이거는.]

그런데 그동안 이런 소리 한 번도 안 했던 회사 사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죠. 주변에 저런 부모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권미애(성준 엄마)/피해자 연대 : (옥시에서) 얘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쳐다보지도 않고, 사람대접도 안 하고 그 앞에서 2시간, 3시간 기다리다 결국 돌아가고. 몇 번을 그러다 이 자리가 만들어졌는데 어디 가겠어요? 여길 와야죠.]

어제 기자회견은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고요. 저런 가족들 마음이 위로가 되지 않으면 이 사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범주 기자news4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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