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흡연자 천국 中國'은 잊어라..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연令'

박세영기자 2015. 5. 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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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흡연제한 조례 시행 D -3

중국 내 식당에서, 심지어 호텔 로비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도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는 광경을 목격한 외국인들은 '흡연자들의 천국'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길거리에 수북한 담배꽁초와 재는 건조한 날씨에 바람이 불면 위로 날아올라 눈·코·입을 괴롭히기도 한다. 실제 중국은 세계 최대 담배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흡연 인구는 3억5000만 명이 넘으며 간접흡연 피해 인구도 7억 명에 달한다. 하지만 흡연에 관대한 문화가 국민 건강을 해친다는 판단을 한 중국 정부가 강력한 금연정책을 실시하고 나섰다. 특히 수도인 베이징(北京)이 6월 1일부터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연령'으로 불리는 흡연 제한 조례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베이징의 흡연자들 사이에는 일종의 긴장감마저 흐르고 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연령

신징바오(新京報)는 27일 6월 1일부터 시행되는 '베이징시 흡연제한(控烟)조례'를 앞두고 각 기관이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금연 정책은 공공장소, 직장 및 대중교통 내 흡연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유치원과 초·중교, 소아과를 비롯해 문화보호지역, 운동경기장 등 실외 공공장소도 모두 금연 장소로 지정된다. 유치원이나 초·중교 등 주변 100m 이내에서는 담배 판매가 금지된다. 또 라디오·영화·TV·모바일 및 인터넷에서의 대중매체를 통한 담배 광고는 물론,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에서의 광고도 금지되며 실외에서의 광고도 금지된다. 담배 판촉 활동은 전면 중단된다.

흡연실은 실내가 아닌 실외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우두(首都) 공항은 실외 흡연공간을 설치하고 기존에 설치돼 있던 실내 흡연실은 폐쇄키로 했다. 시내 600여 곳의 정류장에 1.5㎡가량의 노천 흡연구역이 설치될 예정이다. 문화보호구역 외에 금연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관광지에서는 따로 흡연구역이 설치된다.

◇흡연 대국이 폐암 대국 되자 강력한 금연정책 꺼내 들어

베이징시가 '베이징시 공공장소 금연규정'이 나온 지 20년 만에 나온 '사상 가장 강력한 금연령'으로 불리는 이 조례를 시행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연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중국은 명실상부한 '담배 대국'이다. 중국의 흡연 인구는 3억5000만 명으로 전 세계 흡연 인구의 31%를 차지한다. 성인 남녀 30%가 담배를 피우고, 특히 남성은 절반 이상(53%)이 흡연자다.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 등 역대 중국 지도자들도 골초 이미지가 강한 데다 독한 술과 함께 독한 담배를 권하는 것이 손님을 접대하는 기본이라는 인식도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이처럼 흡연에 관대한 문화가 13억 중국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간접 흡연자도 약 7억4000만 명이며 특히 13∼18세 청소년 흡연율이 11.5%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폐암 환자 중 3분의 1이 넘는 36%가 중국인으로 매년 136만6000명이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0년간 중국 폐암 발생률은 465% 증가했다. WHO는 2020년에는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20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담배로 인한 해악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중국은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들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담배 한 갑 당 세금을 현행 5%에서 11%로 6년 만에 인상하고 담배 한 개비당 0.005위안의 종량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담배 한 갑의 가격은 평균 3위안(약 526원)에 불과하다.

◇'흡연자들의 천국' 오명 벗을까

중국 언론들은 조례 시행을 앞두고 단속 요원들이 주요 단속 대상 지역을 돌며 점검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이나 관광지역 등지에서는 언제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발견되는 즉시 이를 저지하고 감독할 예정이다. 조례를 위반할 경우 개인은 최대 200위안(약 3만5000원), 기업이나 사업단위는 최대 1만 위안의 벌금이 부과된다. 베이징시는 역사적인 금연조례 시행을 앞두고 이날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 등을 통해 '연기 없는 베이징' 만들기 운동에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이 같은 베이징의 조치가 중앙정부의 금연정책과 맞물려 전국적으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만연한 흡연 문화가 얼마나 빨리 바뀌게 될지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앞서 중국 위생부는 2011년 '공공장소 위생관리조례 시행 세칙'을 발표하고 음식점과 숙박시설 등 실내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당국이 헤이룽장(黑龍江)성, 산둥(山東)성 등 4개 성에서 음식점 425곳과 숙박시설 170곳을 조사한 결과 음식점 중 72.5%가, 숙박시설 중 40%가 금연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흡연에 관대한 문화를 한 번에 바꾸기 어려울 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에서는 담배로 인한 경제효과와 세수 확보, 로비활동 등으로 정책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상부에는 정책이 있으면 하부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처럼 중앙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 지방에서는 그 틈을 빠져나가기 일쑤다. 중앙정부의 금연정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대대적으로 담배 판매를 장려하거나 아예 성 정부 이름으로 담배광고를 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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