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미얀마 식민시절부터 갈등.. 정부는 그들을 버렸다

오애리기자 2015. 5. 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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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문제화 된 '로힝야 보트피플'

바다 위를 떠도는 미얀마 소수 종족 로힝야 난민들에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20일 임시 피난처를 제공하고 나서면서, '로힝야 보트피플'사태가 최악의 고비를 넘기는 모양새이다. 오는 29일에는 동남아시아 15개국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태국에 모여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은 미얀마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힝야족에 대한 극심한 탄압이란 점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로힝야 보트피플의 급증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부는 지난 16일 "우리가 문제(로힝야 보트피플 사태)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로힝야는 과연 어떤 종족이며, 왜 그들은 탄압받고 있는 것일까. 미얀마에서 개혁, 개방이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로힝야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종족 국가 미얀마 = 미얀마는 약 140개의 종족으로 이뤄진 다종족 국가이다. 종교적으로는 불교도가 89%이고,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가 각각 약 4%로 추정되고 있다. 미얀마에 이처럼 많은 종족이 몰려있는 것은 인도와 중국, 그리고 인도차이나 반도를 연결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어서, 오래전부터 인적 교류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인도·방글라데시 등 이웃 나라 노동자들이 들어오며 미얀마의 종족 구성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건국 영웅 아웅산(1915∼47) 장군은 독립 직전인 1947년 샨족·카친족 등과 '핑롱협정'을 맺고 소수 민족 자치 허용을 통한 연방제를 내세웠지만 소수 민족과의 공존을 꿈꾼 그가 암살된 뒤 군부 독재가 들어서면서 결국 좌절됐다.

미얀마에는 공식 소수 종족과 비공식 소수 종족이 있다. 로힝야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10여 개의 소수 종족 중 하나다. 로힝야족은 서부 라카인주를 중심으로 80만∼130만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되나, 당국은 이들이 방글라데시에서 밀입국했다며 국적은 물론 시민권이나 거주권조차 부여하지 않고 있다. 영국 식민 당국이 미얀마에 대한 지배를 쉽게 하려고 방글라데시에 거주하고 있던 로힝야족을 미얀마로 이주시켰다는 것이다. 미얀마 최대 종족인 바마르족은 로힝야란 호칭 대신 대부분 '벵갈리'란 비속어를 사용한다. 이들이 로힝야에게 이처럼 적대감을 드러내는 데에는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으려 들어 온 불법입국자란 인식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종족 갈등과 종교 갈등 = 미얀마의 종족 및 종교 갈등은 민주화와 개혁·개방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종족 갈등이 불교와 이슬람·기독교 간의 종교 갈등으로 비화된 사건도 여러 번 발생했다. 지난 2011년 북부 카친주에서 정부군과 기독교 신자인 카친족 반군 간의 교전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듬해에는 서부 라카인주에서 불교도들이 로힝야족 이슬람교도와 분쟁을 일으켜 180여 명이 사망하고 14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 2013년에는 중부 만달레이 지방에서 이슬람교도와 불교도가 충돌해 40여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피난민 신세가 됐다. 지난 4월에는 로힝야족에게 투표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의 임시거주증을 취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라카인주의 로힝야 난민촌을 직접 방문하고 현지 상황을 조사했던 이양희 유엔인권이사회(UNHRC) 미얀마 특별보고관은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로힝야 난민들의 생활을 '인간 이하의 삶'으로 표현했다.

경제활동이 전무한 것은 물론이고, 난민촌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으며, 병이 들어도 치료조차 받지 못해 죽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로힝야는 아이를 2명 이상 낳지 못하는 산아제한까지 당하고 있다.

◇총선과 로힝야 = 미얀마에서는 오는 10월 말 또는 11월 초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화 진영과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기득권 세력은 차기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현재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중요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종족, 종교 갈등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수치 여사조차 종족 갈등 문제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와 불교도 간 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로힝야 난민지도자들이 수치 여사의 도움을 공개적으로 촉구했지만, 당시 수치 여사는 미얀마 소수 종족 중 하나인 카렌족 난민들이 머물고 있는 태국 난민센터를 방문해 격려의 말을 했을 뿐 로힝야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더구나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인구의 89%를 차지하는 불교도들의 지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수치 여사와 민주화 진영 입장에서는 로힝야 무슬림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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