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뒤 호남 민심은 누굴 향하고 있나

입력 2016. 6. 26. 17:36 수정 2016. 7. 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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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한용의 정치막전막후 81]
문재인 거부감 여전, 안철수에 지지율 여전히 뒤져
박원순은 “뒤로 숨지 않겠다” 발언 뒤 상승 탄력
당 대표놓고 추미애와 송영길 대결…누굴 선택할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이들의 손은 이번 총선에서 누구를 선택했을까. 박승화 기자

4·13 국회의원 선거 이후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잘 나가고 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 심재철 국회부의장,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모두 호남 사람입니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도 호남 사람입니다. 국회 상층부를 호남 사람들이 완전히 장악한 모양새입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호남 출신이라는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4·13 총선 결과 호남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 사이에 호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역시 뭔가를 보여줘야 먹을 것이 하나라도 더 돌아오는 것이 세상 이치인가 봅니다. 오늘은 4·13 이후 호남 민심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4·13 선거 결과는 두 가지가 충격이었습니다. 첫째,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122석 원내 2당으로 무너지며 참패한 것입니다. 둘째,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의석을 거의 다 내주고 밀려난 것입니다.

첫번째 충격이 워낙 커서 두번째 충격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지역을 오랫동안 제패하던 정당이 순식간에 다른 정당으로 바뀐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호남의 지역구 의석은 광주 8, 전남 10, 전북 10입니다. 28개 의석을 국민의당 23석, 더불어민주당 3석, 새누리당 2석 차지했습니다.

호남의 중심지 광주 8석은 국민의당이 몽땅 다 가져갔습니다. 전남 10석은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 1석,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순천) 1석을 제외하고 8석을 국민의당이 차지했습니다. 전북 10석은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익산갑),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장수) 2석,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전주을) 1석이었고, 나머지 7석을 국민의당이 차지했습니다.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몰락하고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은 선거 전에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자신이 낙선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유권자들의 싸늘한 기류를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4·13 총선에서 호남이 왜 더불어민주당을 거부했는지, 왜 국민의당을 선택했는지는 여러차례 다루었기 때문에 다시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보다는 4·13 총선 이후 호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총선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을까요? 호남은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 대표를 지지할까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호남 민심은 총선 이후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요?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를 살펴보았습니다. 4·13 총선 예측이 워낙 크게 틀렸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같은 방식으로 실시하는 정례 조사를 살펴보면 민심의 변화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4·13 총선 직후인 4월3주(19~21일) 전국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30%, 더불어민주당 24%, 국민의당 25%였습니다. 광주·전라는 새누리당 7%, 더불어민주당 26%, 국민의당 46%였습니다.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크게 앞서 있었습니다. 4·13 선거 결과가 반영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2개월 남짓 흐른 뒤 6월4주(21~23일) 여론조사 결과는 매우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정당 지지도가 새누리당 31%, 더불어민주당 25%, 국민의당 14%로, 국민의당만 크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광주·전라는 새누리당 10%, 더불어민주당 30%, 국민의당 29%였습니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율이 거의 비슷해진 것입니다. 지금 이런 상태에서 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의당이 호남을 장악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문재인 안철수 두 정치인에 대한 호남 민심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갤럽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살펴보았습니다.

4월4주 조사는 전국에서 문재인 17%, 안철수 21%로 나타나 안철수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3월 조사에서 선호도가 10%에 불과했는데 4·13 돌풍을 등에 업고 갑자기 21%, 1위로 올라선 것입니다. 특히 광주·전라에서는 문재인 18%, 안철수 28%로 안철수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를 크게 앞섰습니다.

5월2주 조사는 전국에서 문재인 18%, 박원순 6%, 안철수 20%였습니다. 광주·전라에서는 문재인 25%, 박원순 2%, 안철수 33%였습니다. 여전히 안철수 대표가 앞서 있습니다.

6월2주 조사는 ‘반기문 변수’가 치고 들어왔습니다. 전국에서 반기문 26%, 문재인 16%, 박원순 6%, 안철수 10%였습니다. 광주·전라에서는 반기문 22%, 문재인 12%, 박원순 12%, 안철수 17%였습니다. 격차가 줄고 있지만 문재인 지지보다 안철수 지지가 여전히 높습니다.

세 차례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정리하면 몇 가지 추정이 가능합니다.

첫째, 4·13 총선의 주요 변수였던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호남의 거부감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안철수 대표를 앞섰지만 호남에서는 지금도 안철수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를 앞서 있기 때문입니다.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문재인 전 대표가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둘째, 호남에서도 반기문 돌풍은 위력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6월2주 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면서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의 지지율이 함께 폭락했습니다. 반기문 총장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제3후보에 대한 막연한 기대, 영남이 아닌 충청 출신 대선주자에 대한 호감 등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행을 결정해도 호남의 지지가 계속될까요?

셋째, 박원순 서울시장의 가능성입니다. 6월2주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율이 12%나 됩니다. 이유가 뭘까요? 박원순 시장은 5월13일 광주 전남대에서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고 선언한 뒤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호남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이런 모습을 평가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 호남 돌풍을 예측한 오승용 전남대 교수가 있습니다. 그에게 4·13 이후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왜 떨어지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오승용 교수는 “총선 이후 호남 민심에 크게 영향을 미칠 만한 쟁점은 없었다”며 “쇼핑에 비유하자면 새로 산 물건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는 조정기에 해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50~60대 장년층은 총선 직후 국민의당에서 새누리당과의 연정론이 나온 것에 대해 강한 반발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자, 이제 호남 민심은 어디로 갈까요? 문재인 전 대표에게 갈까요, 안철수 대표에게 갈까요, 아니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갈까요? 누구든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의 대선후보가 되려면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정치인에게 물어봤습니다.

“문재인에 대한 호남의 반감은 문재인 개인에 대한 것이 결코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북송금 특검,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등에 연원이 닿아 있다. 호남의 정체성과 자존심이 부정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호남은 2004년 노무현 탄핵 와중에 치러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선택했다. 그리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문재인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앞으로 문재인을 얼마든지 다시 지지할 수 있다. 문재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명분과 정서,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 문재인 대표가 해낼 것이다. 우리에게는 박원순도 있고 안희정도 있다.”

국민의당 유력 정치인에게 물어봤습니다.

“호남에서 문재인은 끝났다. 결코 다시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권노갑 박지원 등 동교동계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합류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은 문재인을 절대로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호남은 안철수에게 기회를 줬다. 안철수가 잘하면 호남이 그를 끝까지 지지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총선과 많이 다르다. 야권 분열로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 호남의 민심이다.”

양쪽 다 자신이 속해 있는 정당에 유리한 쪽으로 ‘희망섞인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전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송영길(왼쪽), 추미애 의원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 못지 않게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열심인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8월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자리를 놓고 겨루는 추미애 송영길 의원입니다. 4·13 총선 과정에서 호남 출신 당원과 대의원들이 탈당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전국 더불어민주당 당원·대의원 중에서 호남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높은 편입니다. 결국 호남 민심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대표가 결정될 것입니다.

추미애 의원은 6월12일 광주 금남로 공원에서 당대표 출마선언을 했습니다. “분열을 수습하고 통합을 이뤄 지지자와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새로운 10년을 열겠다”고 했습니다. “광주는 분당과 분열의 정치를 종식시킬 심장이자 민주정부 10년의 근원이기 때문에, 광주에서부터 새로운 10년을 다시 열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6월20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광주시당 핵심당직자 연수대회에 참석해서 당대표가 되면 호남특위원장을 맡아 호남 예산과 인사를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추미애 의원 본인은 대구 출신이지만 남편이 호남 출신이라 ‘호남의 며느리’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습니다. 탄핵소추 이후 역풍이 불자 광주에서 참회의 삼보일배를 한 일도 있습니다.

송영길 의원은 일찌감치 호남 지역을 순회하며 당원·대의원들을 상대로 득표 활동을 벌였습니다. 그는 전남 고흥 출신으로 광주 대동고를 졸업했습니다. ‘호남의 아들’인 셈입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이 호남 출신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6월23일 <에스비에스> 라디오에 출연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당대표가 어찌됐건 대선후보가 비호남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잖아요, 현재까지는. 그랬을 때 가능하면 호남 출신의 당대표가 돼서 같이 협력해서 손잡고 뛰는 것이 정권교체의 희망을 높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그런 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할 거라고 봅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 중에 호남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당대표를 호남 사람이 해야 한다는 간단한 논리입니다.

추미애 송영길 두 사람 모두 자신이 호남의 정치적 정통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력 정당의 대표에 나선 사람들이 지역 연고를 자꾸 강조하는 것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 민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호남은 추미애 송영길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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