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 쥔 김상곤, '위기의 문재인' 구할 수 있을까요

2015. 5. 29. 14: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2

김상곤 새정치 혁신위원장을 보는 비관론 vs 낙관론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을 맡은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의 '공식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커다란 사진 아래에 '7월10일'이라는 날짜와 함께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뚜벅뚜벅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글자가 떠 있습니다.

7월10일은 김상곤 위원장이 2014년 7·30 재보궐선거 수원을 공천에서 탈락한 날입니다. 검사 출신 백혜련 경기도당 여성위원장이 전략공천을 받았습니다. 그때 김상곤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겨 놓았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당 지도부 결정을 존중하지만 공천이 올바르고 공명정대하게 진행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을 힘들고 고통스럽게 하는 우리 정치구조를 바꾸고,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나섰지만, 그 길이 어렵고 험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7·30 재보선 후보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원칙과 기준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많이 아쉽고 많이 걱정됩니다."

"저는 정치혁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가겠습니다. 힘 있는 야당, 공명정대한 권력, 국민께 신뢰받는 새로운 정치를 향해 가겠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정치혁신의 뜻을 품고 노력하시는 분들과 힘을 모으겠습니다."

공천에서 탈락하고 물러가는 사람이 '정치혁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다짐한 것이 참 특이합니다.

'공식사이트' 아래쪽에는 여러 개의 연설문이 올라 있습니다. 가장 마지막 연설문은 2014년 5월11일 작성된 것입니다. 5월11일은 김상곤 위원장이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패배한 날입니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오늘 후보로 선출되신 김진표 후보님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끝까지 아름다운 경선을 위해 함께해 주시었던 원혜영 의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저 또한 이러한 역할을 위해 남은 선거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과 대한민국의 정치혁신은 이번 선거에서 멈추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처절한 정치혁신을 통해 다시 태어나서 지방선거 후 앞으로 다가올 재보궐선거와 총선, 그리고 대선에까지 반드시 승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패배하고 물러날 때도 정치혁신을 강조했던 것입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처절한 정치혁신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대목은 마치 지금의 상황을 예견한 듯합니다.

순탄해 보였던 '교육감 3선' 대신 선택한 정계진출 그러나…

김상곤 위원장은 2009년 4월 치러진 경기도 첫 주민직선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됐고, 2010년 6월 재선되었습니다. 그가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했던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는 진보세력 전체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재선 교육감 시절 진보 성향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김상곤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밀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는 비교적 순탄해 보였던 '교육감 3선'의 길을 포기하고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섰습니다. 정계진출을 시도한 것입니다. 첫번째 시도의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경선 최종 득표율은 김진표 48.2%, 김상곤 30.7%, 원혜영 21.1%였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두 정치인 사이에 끼여서 큰 차이로 패배한 것입니다.

두번째 정계진출 시도는 2014년 7·30 재보선이었습니다. 그가 수원을에 공천 신청을 했을 때 당 안팎에서는 공천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공천 신청자 중에 지명도가 가장 높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당시 대표가 합당 전에 김상곤 위원장에게 '안철수 신당'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달라고 요청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그를 외면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표가 그를 찾아와 성남중원 경선 출마를 요청한 일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약속했기 때문에 전략공천을 줄 수는 없지만 김상곤 위원장이 나서준다면 적극 돕겠다고 했습니다. 정계 진입의 세번째 기회가 그에게 다가온 것입니다. 그러나 김상곤 위원장은 거절했습니다.

그 뒤 김상곤 위원장은 조용히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장을 맡은 것은 문재인 대표와 조국 서울대 교수, 이종걸 원내대표 등의 간곡한 설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해타산을 떠나서 당이 필요로 할 때 어려운 일을 맡아서 하는 것이 정치적 도리라고 아마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의 심경은 5월27일 기자회견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지금 저는 사약을 앞에 두고 상소문을 쓰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절벽 위에 매달려 있습니다. 국민과 당원이 내밀어 준 마지막 한 가닥 동아줄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국민과 당원의 손을 잡지 않으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처참히 부서지고 말 것입니다."

"혁신위원회는 정당개혁, 공천개혁, 정치개혁의 무겁고 준엄한 혁신을 이뤄나갈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인은 국회의원이 아닙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하는 국민과 당원입니다."

"혁신위원회의 앞길을 가로막는 그 어떤 세력이나 개인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혁신위원회는 오직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로 혁신의 길을 걸어나갈 것입니다."

5월28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 대표단 간담회에 참석해 어떤 사람들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인지 몇 가지 기준을 밝혔습니다.

"첫째는 무엇보다 국민의 뜻을 잘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는 실력있는 분이다. 두 번째는 바로 혁신안을 흔들림 없이 묵묵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그런 실력있는 분이 필요하다. 이것을 통해서 국민과 당원과 소통하고, 그리고 국민의 희망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실력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바로 모든 것을 국민을 위해서 당원을 위해서 내려놓을 수 있는, 그것 또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자질과 열정을 갖고 계신 분들이 혁신위원이 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김상곤 혁신' 비관론 이유…높은 기대치·정치 경험 부족·보수 언론의 반감

김상곤 위원장이 하는 말을 가만히 뜯어보면 표현 하나하나가 매우 간절합니다. 궁금해졌습니다. 김상곤 위원장의 혁신은 성공할까요? 잘 될까요? 새정치민주연합의 수도권 지역구 의원 몇 사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글쎄요."

"앞길이 험악할텐데 잘 하게 도와드려야겠지요. 우리 선택이 이것 밖에 없으니까."

쉽지 않다고 보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수도권의 다른 의원과 이 문제로 토론해 보았습니다. 비관적 전망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처해 있는 정치적 환경과 역량에 비해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있다는 것입니다. 지나친 기대는 반드시 실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는 혁신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주류와 김한길·박지원·주승용 등 비주류의 휴전을 위해 급조된 기구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혁신을 추진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김상곤 혁신위원회에서 어떤 혁신안을 내놓더라고 주류와 비주류 양쪽에서 비판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김상곤 위원장은 정치인이 아닙니다. 정치를 잘 알지 못합니다.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밀리고 재보궐선거 공천도 받지 못할 정도로 정치적 실력이 달리는 사람입니다.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정치혁신을 성공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야당에서 그동안 추진한 혁신 가운데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2001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총재직을 내놓은 뒤 당에서 구성했던 '특대위' 사례입니다. 조세형 위원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특대위는 혁신 방안으로 국민경선제를 도입했습니다. 국민경선제는 200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탄생시켰고 그 힘으로 정권재창출이 이뤄졌습니다. 대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이처럼 정당의 혁신은 외부 인사가 아니라 정당의 체질과 구조를 잘 아는 내부인사들이 추진할 때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온 국민의 눈길은 김상곤 위원장이 어떤 혁신안을 내놓을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에 고강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당위론' 때문입니다. 위원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호남 다선 중진과 386 물갈이'를 방침으로 세웠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그런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계파 불문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있는 자의 공천 배제 △계파 불문 4선 이상 의원 다수 용퇴 또는 적지 출마 △지역 불문 현역 의원 교체율 40% 이상 실행 △전략 공천 20~30% 남겨둔 상태에서 완전국민경선 실시 등 네 가지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런 혁신 방안은 사실 비현실적입니다. 그런데도 김상곤 위원장의 혁신위원회가 이런 수준을 밑도는 혁신 방안을 내놓으면 비판을 받게 됩니다.

사실 정당의 목적은 혁신 그 자체가 아닙니다. 정당의 목적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 곧 집권입니다. 혁신이나 통합은 집권을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만약 혁신 자체가 목적이라면 '가죽을 벗기고 새로 입힌다'는 의미 그대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을 모두 사퇴시키고 새로운 인물들을 공천하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그렇게 하면 선거에서 패배하게 됩니다. 혁신에 대한 맹신은 반정치주의 및 정치혐오증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선거 승리로 연결되지 않는 혁신은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김상곤 위원장에 대한 보수 성향 언론의 반감도 걸림돌입니다. 김상곤 위원장은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줄기차게 싸운 사람입니다. 또 보수 세력이 가장 싫어하는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를 성공시킨 아이콘입니다. 김상곤 혁신위원회에 대한 보수 성향 언론의 기사와 사설을 살펴보면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고 노려보는 냉기가 느껴집니다. 김상곤 혁신위의 정치혁신 방안이 조금이라도 부실하게 느껴지거나 당내에서 비판이 쏟아질 경우 보수 성향 언론들은 김상곤 위원장과 문재인 대표, 새정치민주연합에 융단폭격을 퍼부을 것입니다.

'김상곤 혁신' 낙관론 이유…신중한 태도·일처리 방식

그러나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낙관론의 근거는 바로 김상곤 위원장의 신중한 태도와 절차를 중시하는 일처리 방식입니다. 김상곤 위원장이 경기도 교육감 시절 일을 함께 했던 사람들은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를 추진하면서 김상곤 위원장 특유의 일처리 방식이 엄청난 성과를 내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김상곤 위원장이 그런 태도와 솜씨로 혁신위원회를 이끌어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분들의 관측입니다.

김상곤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패배했을 때나 공천에서 탈락했을 때나 '정치혁신'을 외친 사람입니다. 이제 혁신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정치혁신'이 그의 정체성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극한 정성으로 최선을 다하면 하늘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김상곤 혁신의 성패는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운명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혁신이 성공하면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입니다. 반대로 실패하면 지지율이 떨어질 것입니다. 문재인 대표와 정당의 지지율 상승 여부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모든 것'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대표를 '얼굴'로 내세워봐야 패배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앞장서서 문재인 대표를 몰아낼지도 모릅니다. 좀 비정해 보이지요? 하지만 그게 정치의 속성입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김상곤 혁신 성공할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대형 하루살이들의 습격…사람들 머리에 다닥다닥'사관 윤태영'이 기록한 '노무현의 진심'"지구대 근무 '초년병' 10개월만에' 체포왕' 된 비결은"[포토] "보고싶습니다"…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 모습[카드뉴스] 초강추!…대한민국 '냉면 명가' 15곳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