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삶의 사이클이 있다

2015. 4. 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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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낢이 사는 이야기>의 서나래

결혼 2개월차인 나와 아내가 요즘 자주 하는 농담은 “나랑 결혼해서 이마마마마만큼 행복해?”다. 아, 신혼커플의 흔한 닭살 행각은 아니다. 지난 2월부터 시즌 4를 시작한 <낢이 사는 이야기>에서 서나래 작가가 남편인 이과장과의 신혼 에피소드가 기대만큼 행복하진 않다며 말한 “신혼이라면 이마마마마마만큼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대사에 우리 역시 크게 공감하며 자지러졌던 것뿐이다. 세상 어느 부부도 누리고 있지 못하지만 다들 한번쯤은 꿈꿔봤을 환상에 대한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일상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진리를 깨닫게 됐다. 역시, 일상만화의 웃음은 공감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공감은 인생의 어떤 사이클과 무관할 수 없다.

해당 에피소드를 보고 깔깔 웃으면서, 일상만화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서나래 작가에게 새삼 동질감과 친근감을 느낀 건 그래서다. 네이버 연재 기준으로만 따져도 2007년부터, 개인 홈페이지부터 따지면 2004년부터 무려 11년 동안 자신의 일상을 <낢이 사는 이야기>라는 단일 타이틀 안에서 만화로 그려왔다. 그 11년 동안 생일케이크를 사려다가 화이트데이 때문에 품절된 것에 절망하던 솔로여성 낢은 신혼이 되었고, 거친 직장 3년차 언니는 아이 엄마가 되었고, 특유의 말실수로 만화의 주요 소재원이 되었던 어머니는 할머니가 되었다. <낢이 사는 이야기>에선 낢(서나래)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이 세월의 흐름 안에서 조금씩 변화한다. 2013년의 한 에피소드에서 말수 적던 아버지가 다정다감한 문자를 보내는 것에 감격하는 건, 너무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작품 속 낢과 함께 나이 먹어온 독자라면 만화 안에서 아버지의 변화에 대해, 또한 만화 바깥에서 예전보다 약해진 아버지의 변화에 대해 마음이 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금 민감한 이야기지만, 연애부터 결혼 준비까지의 과정을 큰 축으로 잡았던 지난 시즌 때 유독 독자들의 반감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던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언제나 나의 인생 궤적을 함께 따라가 줄 것 같던 친구가 먼저 시집갈 때의 서운함 같은 것. 그 행렬에 동참하진 않았지만, 역시 낢은 좀더 찌질한 솔로의 캐릭터일 때 재밌었다고 생각하던 독자로서 지금은 그 판단을 반성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삶의 사이클이 있으며, 아마도 다른 누군가는 그의 연애 이야기를 보고 공감하고 또 웃었을 것이다. 만약 서나래 작가가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 이과장과의 연애를 숨겼다면 당장의 팬덤은 유지했을지언정 지금 이렇게 자신의 신혼 이야기로 다른 초보 부부를 웃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은 성숙해진 기분으로 모든 일상만화가의 변화를 애정으로 지켜보려 한다. 내가 꼭 결혼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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