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추석날에 발견했다 의무감이 주는 기쁨

2016. 9. 2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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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살게 되면 처음엔 집과 가족을 그리워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마련이다. 동시에 가족 내의 소소한 의무에서 벗어나는 해방감도 느낄 수 있다. 서울에 혼자 온 나는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방식대로 살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미국에 계속 살았다면 당연히 해야 했을 수많은 의무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거리가 멀고 비행기티켓 값이 비싸다 보니 미국의 가족은 내가 친척 생일이나 사촌 결혼식, 심지어는 추수감사절에도 고향에 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게 됐다.

처음에는 이런 자유가 새롭고 흥미로웠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에서 한 가족과 가까워진 게 계기였다. 한 친구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부모·사촌·이모, 심지어 조카까지 만나게 됐다. 이들은 어느 추석날 일산에 있는 그의 이모 집에 나를 초대해 점심을 함께했다. 사실 그날 저녁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에 점심 뒤 곧바로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친구의 가족·친척은 아무도 곧바로 귀가하지 않았다. 다 함께 TV를 보다 저녁식사까지 함께했다. 그날 나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다. 바로 타인에 대한 의무감이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지켜야 하는 의무 말이다. 미국에 있을 때 가족 모임에서 종종 느꼈던 바로 그 감정과 비슷했다. 오랜만에 이런 소속감과 의무감을 느낄 수 있어 기뻤다.

그 뒤 나는 그 가족으로부터 다른 명절 식사나 조카의 수영대회 등에 초대 받았다. 오래지 않아 나는 그들에게 초대 받아 오는 손님을 넘어 당연히 참석할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이 됐다. 나는 친구들에게 가끔 “이번 주말엔 영화 보러 못 가. 참석해야 할 가족 모임이 있거든”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런 말을 할 때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나를 필요로 하고 나의 참석을 바라며, 참석하지 않으면 섭섭해할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을 때는 이러한 의무감에서 부담감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의무감이 주는 기쁨을 재발견하게 된 것이다. 의무는 우리 삶에 의미와 리듬을 더해주는 일종의 정신적 버팀목이다. 나를 다른 사람들의 삶과 묶어주는 끈이다. 의무감을 갖는 건 기쁜 일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에 대해 내게 의지하고 신뢰하며 기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는 나도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들에게 기대고 신뢰하며 의지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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