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나는 과학고 다니며 역사·철학을 배웠다

입력 2016. 5. 5. 00:28 수정 2016. 5.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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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몬디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요즘 JTBC에서 하는 도올 선생님의 ‘차이나는 도올’ 강연이나 ‘어쩌다 어른’ 프로그램의 설민석 선생님 강연을 들으면 고교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바쁜 사회생활 때문에 잊고 있던 당시의 열정이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과학고에 다녔던 5년 동안 역사와 철학에 대해선 애증의 감정이 강했다. 수업이 아주 재미있고 어린 내 마음을 움직였지만 한편으론 배운 것들이 실제론 쓸모없을 것 같아 답답하기도 했다. 과학고이지만 인문학도 중시해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고전을 읽고 시험을 쳐야 했다.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아리스토텔레스부터 마키아벨리·데카르트·스피노자·로크·쇼펜하우어·칸트·헤겔·니체·사르트르·비트겐슈타인·크로체 등 서양사상가들의 이론을 매주 6시간씩 공부했다. 철학 수업은 아주 흥미로웠지만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대학 졸업 뒤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엑셀도 제대로 몰랐던 내가 한국에 와 취업을 하면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한 시간이 낭비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선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고전 위주로 진행되는 교육제도를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정보기술(IT)·영어 등 실용 과목 중심의 한국 교육제도가 이탈리아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취업 뒤 부족했던 영어나 IT, 엑셀 실력을 보충하려고 노력하면서 다른 한국 사람처럼 써먹을 데가 있는 것을 공부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지만 요즘 철학·역사 강연을 들으면서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세상에 나가서 잘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인문학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오히려 더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기술이나 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쉽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사회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은 역사·철학·고전문학이라는 바탕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한국사 강연에서 “내 뒤에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이율곡 선생 같은 분들이 계셔서 두려워할 게 없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언제나 뚜렷하게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들으며 내가 학교 때 문학·역사·철학을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 낭비가 아니고 평생 나를 지탱해 주는 근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중에 자녀가 태어나 한국에 계속 살게 된다면 국·영·수를 중심으로 가르칠지 문·사·철을 중심으로 공부하게 할지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알베르토 몬디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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