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종이접기·레고 ..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어른들

민경원 2014. 11. 2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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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블록 구매자 60%가 20~30대 사건·사고 많아 어릴 적 놀이로 위안 시간 짧게 걸려 스트레스 해소 적합

"어, 이게 뭐지?"

 직장인 강수진(24·여)씨는 지난달 과자 상자를 정리하다 뒷면에 있는 종이접기 도면을 발견했다. 그냥 버리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가위와 풀을 챙겨 들었다. 쓱싹쓱싹 만들다 보니 몇 분 걸리지 않아 멋진 나비가 탄생했다. 강씨는 이후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도안을 찾기 시작했다. 핼러윈 데이 때는 드라큘라·미라 등을 만들어 실내를 장식했다. 평면이었던 종이가 입체의 모형이 되어 시공간을 채워나갔다. 강씨는 "영화 감상과 독서 말고는 이렇다 할 취미가 없었는데 페이퍼 크래프트(종이모형)를 시작하면서 손을 사용해 만드는 즐거움을 다시금 알게 됐다"며 "작품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어른이 되었지만 동심을 잃지 않는 키덜트(Kid+Adult)족이 늘고 있다. 한때 일부 매니어층에 국한됐던 키덜트족이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타요 버스·라바 지하철·러버덕 등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 덕에 부정적인 인식도 많이 사라졌다. 10년 전엔 '성숙하지 못한 사람' 취급을 받았지만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티몬의 프라모델 판매량은 지난해 200개에서 올해 2만2000개로 급증했다. 인터넷쇼핑몰 11번가에서도 퍼즐·나노블록의 지난달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59% 늘었으며, 20~30대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상협 CMO(총마케팅책임자)는 "키덜트 상품의 반응이 좋아 전통적인 레고·프라모델을 넘어 영역을 확장하면서 관련 상품 기획전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상품을 접할 기회가 늘자 팬들은 자연스레 많아졌다. 회사원 조미진(25·여)씨도 우연히 해당 기획전을 보고 미니어처 돌 하우스를 구입한 경우다. 첫날은 벽에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깔며 틀을 잡았다. 둘째 날은 밤을 꼬박 새운 끝에 2층 침대와 화장대, 러그가 깔린 좌식 테이블까지 한달음에 완성했다. 어릴 적 만들던 웅장한 인형의 집과는 달리 싱글족의 원룸을 닮은 깔끔한 모습이다. 조씨는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중독성과 성취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야외 활동은 비용이 많이 드는데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키덜트 상품도 진화하고 있다. 삐뚤빼뚤한 조각을 맞추던 퍼즐은 직접 색칠해서 만들어보는 퍼즐 페인팅으로 거듭났다. 캔버스에 그려진 명화 밑그림에는 1~50까지 숫자가 적혀 있다. 1번부터 순서대로 색을 입히면 자신만의 명화가 탄생한다. 퍼즐갤러리 이종규 대표는 "인터넷 게임 등에 지겨움을 느껴 아날로그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 2030 여성뿐만 아니라 태교 용품으로도 인기"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통적인 대답은 '힐링'이다. 송주희(30·여)씨는 "이직을 준비하다 보니 '취미를 하나 갖는 것만으로도 삶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아버지 말씀이 더욱 와닿았다"며 "올해 내내 퍼즐·블록 등 여러 취미에 도전해 보고 만족도가 가장 높은 퍼즐 페인팅을 택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 떨어져 혼자 있는 여백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의미 찾기'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시간은 잘 가지만 남는 게 없다는 얘기다. 교사 김지나(24·여)씨는 "원래 여행을 좋아해 텀블러 같은 걸 모았는데 다녀온 명소를 직접 만들어 보니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억도 되살아났다"며 뿌듯해했다. 그의 책상엔 나노블록으로 만든 영국 런던의 빅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등 건축물 시리즈가 놓여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어른과 아이의 행동을 연령에 따라 규정지었다면 지금은 감정에 따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세월호 등 사건·사고가 많아 어린 시절에 하던 놀이를 통해 위안과 평안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미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교수는 "정신적인 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손을 사용하는 등 몸을 활용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특히 짧은 시간 안에 완성품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에 적합한 취미"라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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