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족법=동성애법? 보수·종교계 극렬반대에 번번이 좌초

박소연 기자 2015. 7. 7. 05: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런치리포트]['가족'의 진화③]의원 낙선운동·업무방해..사회전반 인식 부족도 문제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the300-런치리포트]['가족'의 진화③]의원 낙선운동·업무방해…사회전반 인식 부족도 문제]

·

법외가족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신 가족법'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토세력은 보수·기독교 단체다.

6일 국회에 따르면 2013년 2월 김한길·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보수·기독교 단체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모두 2개월 만에 전격 폐기됐다.

이 법은 성별·장애·나이·출신국가·출신민족·인종·피부색·출신지역·용모·학력·혼인상태·종교·정치적 성향·가치관·성적지향·성정체성 등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신 가족법' 제정의 근거가 되는 선언법적 성격을 띤다.

이미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법무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예고했다 논란을 겪은 뒤 자동폐기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국정추진과제로 이 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대부분의 인권 선진국은 이미 채택하고 있으며 강력한 처벌을 수반하는 법률이 아님에도 개신교 진영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 금지된다는 이유로 이 법을 '동성애 촉진법'으로 규정,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김한길 의원 측은 수개월간 이어지는 거리집회와 수만장의 전단 배포, 1000만인 서명운동 등 조직적 대응을 견디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했다.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의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오해를 넘어 지나친 왜곡과 곡해가 가해져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체사상 찬양법', '동성애 합법화법'이라는 비방과 '종북·게이 의원'이라는 식의 낙인찍기까지 이뤄졌다"고 털어놨다.

다수의 여가위 의원실에 따르면 '신 가족법' 등 평등법이 발의되면 이들 단체는 조직적으로 의원실에 같은 내용의 항의전화를 걸어 업무를 마비시키고 '지역에 발 못 붙이게 하겠다', '낙선운동 하겠다'고 협박을 가한다.

한 여가위 야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이걸 견디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몇주간 의원활동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데는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이익단체들이 자신과 관계된 제도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은 법안이나 제도의 내용을 모른 채 자기식대로 잘못 해석하고 무조건적인 반대세력으로 활동한다는 데 있다.

여가위 여당 관계자는 "이들은 신문에 법안 반대광고도 내면서 막상 같이 얘기를 깊게 해보면 내용을 몰라서 스스로 얘기를 접는 경우가 많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기존 혈연 및 혼인관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형태의 생활동반자관계에 대해 법률적 보호를 제공하는 '생활동반자법' 토론회를 지난해 7월 열고 발의를 예고한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공식사이트는 1년간 '철회 요청'으로 뒤덮였다.

"동성애법의 우회법률이다", "당신의 아들 딸이 에이즈로 죽는다고 생각해보라"는 공격적인 청원이 넘쳐난다. 이 법은 이미 독일·프랑스 등 유럽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주 목적은 현재 실재하는 결혼 밖 가족들에 대한 기본적 권리보장인데도 모든 가족법 개정에서 일부에 불과한 '동성애 허용'만 관심사로 떠올라 정말 필요한 입법까지 막히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이 법안의 발의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들 소수 단체로 제도의 명운이 결정될 만큼 소수자의 인권이나 평등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엔의 권고가 끊임없이 이어져온 차별금지법은 의원입법이 아니라 정부안으로 발의하고 국가가 나서 제도의 필요성과 의의를 설명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가위 여당 관계자는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여가부 혼자 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한 말씀 해주시거나 국무총리 산하에서 인식개선과 인권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 무엇이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필요하고 옳은지 판단하고 국민을 설득해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