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법'의 역설..'성완종 리스트' 낳는다

박용규 박경담 2015. 4. 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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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성완종 리스트' 낳는 정치자금법](종합)

[머니투데이 박용규 박경담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the300][런치리포트-'성완종 리스트' 낳는 정치자금법](종합)]

2004년 발효된 정치자금법 개정안, 이른바 '오세훈법'은 돈 안드는 선거를 정착시켜 우리 정치를 깨끗하게 하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정치의 고비용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정치자금 관련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오세훈법'을 오히려 완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국회 및 정치권에 따르면 강력한 정치자금 규제 정책이 자연스러운 정치적 의사표현을 가로막고 불법정치자금 유혹을 키우고 있는 만큼, 돈줄을 풀고 대신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차떼기 사건'으로 대표되는 불법 정치자금 조성을 차단하는 걸 목적으로 했던 '오세훈법'이 부패를 일정 정도 해소했지만 정치인 및 정당 후원을 통한 대의 민주주의의 본질을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오세훈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높다. 기업·단체 기부와 정당 후원회 결성 금지 규정이 있음에도 '청목회 사건'처럼 불법과 합법 경계선상에 놓인 '쪼개기 후원'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당활동 경비가 국고지원금 중심으로 운영돼 세금 낭비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정치자금법 개정 요구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이같은 현실을 반영, 기업 및 단체의 정치 기부를 허용하고 시·군·구 지구당을 부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관위 제시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될 계획이다.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 심의관은 "'청목회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당사자들이 법적 규제를 회피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정당후원 금지는 기부를 통한 정치참여 통로를 제한하고 정당 간 경쟁을 약화시키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흡한 투명성'도 정치자금법의 한계로 지적된다. 현 정치자금 공개제도

는 선거비용 정보를 선거 30일 후에 공개할 수 있고 이 정보를 볼 수 있는 기간도 3개월로 제한했다. 자금 사용내역은 투표에 영향을 끼치는 정보지만 유권자들이 '누가 누구에게 돈을 얼마나 줬고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알아보기란 여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와 학계는 정치자금법 개정의 '제1과제'로 투명성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정치후원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되 그 내역(후원자, 액수, 사용처)은 상시 공개해 언제라도 대가성을 따져보자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선거운동 기간 중 자금 사용내역을 48시간 내에 선관위 보고 △사용내역 열람 기간 확대 △고액기부금 명단 공개기준 완화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안이 정치자금법에 적용되면 선거비용에 대한 정보가 해당 선거에 반영되고 선거종료 뒤에도 자금감시가 가능하다는 게 시민사회·학계의 설명이다.

정치자금법 개정안 봇물...'불법' 대책은 실종

19대 국회 들어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당의 후원금 모금과 보조금 회수 등에 관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룬다. 정작 '성완종 사태'를 빚어낸 고질적인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대책을 담은 개정안은 없어 근본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정치자금법 '구멍'…정치인 '모르쇠' 불법정치자금 처벌 못해

16일 국회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지금까지 제출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34건에 달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이 받을 수 있는 후원금과 그 사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원회를 거쳐야 한다. 성 전회장이 이완구 총리에게 직접 줬다고 주장하는 자금은 후원회를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 정치자금이다.

후원회를 통하지도 않고 정치인이 '몰랐다'고 주장하는 자금도 해당 정치인을 위해 사용된다면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볼 수 있는데도 현행법은 이에 대한 규제가 불명확 하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불법 정치자금의 주요 행위자는 정치인(또는 후원회 관련자)이다. 현행법은 정치인(또는 후원회 관련자)이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했거나 정황을 아는 경우만 위법이 된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법에 후보자가 모르는 채 선거를 위해서 사용되는 자금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다"면서 "다만 선거 이후에라도 밝혀져 이 자금이 선거비용제한액을 넘어선다면 이는 현행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정치자금법 개정안…선거 후보자 중도사퇴시 보조금 회수 방안 다수

지난 15일 기준으로 국회에 제출된 34건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중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것은 선거 후보자들이 중도사퇴할때 이미 지급한 보조금을 회수하는 내용(6건)이다.

현행법에는 후보자들이 중도 사퇴해 사실상 선거보조금의 지급 이유가 없어졌음에도 이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관련 개정안 6건은 후보자 사퇴시 선거보조금 반환규정을 둬 일부 또는 전체 지급을 금지하거나 이미 지급된 보조금을 회수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후원회 및 후원금 관련 개정안도 5건이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정당의 후원회 설립 △최고위원 및 시도당위원장 선거시 후원금 모금 가능 △공직자들의 해당 상임위 및 지역구 의원 기부금지 △연단위 모금하는 후원금의 이월 등이다.

정당의 후원회는 현행 국고보조금과 선거관리위원회 기탁금 만으로 구성되는 정당보조금 외에 정당의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을 모을수 있게 하는 안이다. 정당의 정치자금 규모를 늘릴 수 있는 대안이긴 하지만 정당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질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정당의 당내 선거에서

도 후원금 모금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도 있다. 현행법은 당대표 선거에서만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가 분리돼 있다. 이 경우 최고위원 선거 후보자들의 경우 후원회를 둘 수 없어 경선비용 마련이 쉽지 않아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개정안이다.

그외 해산정당에 대한 보조금 회수 관련 개정안도 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해산결정을 내리면서 해산 정당의 보조금 회수 논란도 있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작년 12월 해산정당의 경우 설립시부터 해산때까지 지급한 모든 정당후원금을 소급해 회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합법과 불법 사이…현장에서 본 정치자금 현실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정치권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연간 1억5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모을수 있다. 법정 선거비용은 평균 2억을 넘지 않아 수치상으로는 불법 자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정치와 선거를 경험하는 정치권 인사들은 "현실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에 있었던 19대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비용제한액'은 전국평균 1억9200만원이다. 선거비용제한액은 해당 선거에서 후보자가 사용할 수 있는 법정 선거비용의 제한액을 의미한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기본 1억원에 각 선거구의 인구수에 200원을 곱한 금액과 해당 선거구의 읍·면·동수에 200만원을 곱한 금액 등을 합해서 산출된다.

선거비용제한액의 현실성에 대해서 정치권 관계자들은 말을 아낀다. 선거비용제한액을 넘어서는 비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식선거비용만 가지고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 적어도 선관위 제출 서류를 맞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비용제한액에 딱 맞춰서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법정비용에 상당한 여유를 두고 회계보고를 한다"며 "혹시라도 선거이후에 불거진 다른 비용이 포함될 수도 있어서 생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가 밝힌 '여유분'은 정치권 관계자들도 대부분 인정하는 부분이다. 우리 선거법에 선거비용 초과지출 규정은 매우 엄격하다. 선거비용제한액의 200분의 1을 넘게 지출한 이유로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가 징역형과 3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받게 되면 당선 무효형이 된다. 성 전 회장도 회계책임자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선관위에 보고하는 정치자금과 현장에서의 상황은 다르다고 전한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기록에 남기기 곤란한거나 현금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어 곤란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 경우는 다른 비용에 포함시켜 신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욱 음성적인 자금 사용도 있다. 소위 '홍보·조직책'들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용하는 비용이다. 우리 법에는 단순지지자가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식 선거사무원이 아닌경우에는 댓가를 지급할 수 없다. 그러나 공식선거사무원만을 가지고 선거를 치를수는 없는 상황에 이들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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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전하는 '홍보·조직책'들은 두 종류다. 자신이 직접 비용을 대면서까지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와 실제 선거이후 댓가를 약속받고 움직이는 이들이다. 이들은 홍보위원장이나 조직위원장 등의 캠프나 직함을 받고 일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비용의 출처는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수차례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캠프내에는 선관위 직원들도 와 있고 상대편 후보들의 감시가 있기 때문에 '목돈'을 주고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들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현장의 '애로사항'은 '할수 있는 것'만 정해놓은 포지티브 방식의 현행 선거관련법이 실제 선거 현장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해서 안되는 것을 정하면 자금 사용에 유연함이 생길텐데 그 반대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불법을 양산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선거관계법에는 선거사무원들의 식비를 지급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그런데 같이 선거운동 하는 사무원들에게 캠프에서 밥 한끼도 대접할 수 없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차떼기에서 쪼개기까지…'불법' 정치자금 역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자살로 이어지게 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정치권을 연일 강타하고 있다. .

정치권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2003년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이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과정에서 800여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었고 이 사건으로 2004년 총선에서 원내 2당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도 2002년에 기업으로부터114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해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처벌받았다. 불법 정치자금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있었다. 이상득 전 의원 등이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아 징역형을 살기도 했다.

대형 불법정치자금 사건 외에도 매번 국회때 마다 적잖은 의원들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19대 국회에서도 현영희·성완종·안덕수 전 의원등이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현 전의원은 공천을 대가로 불법자금을 건네 1년 6개월의 집행유예와 함께 추징금 4800만원을 선고 받기도 했다. 안 전의원과 성 전의원은 회계책임자가 정치자금법 위반해 의원직을 상실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재판중인 의원들도 있다.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도 불법 정치자금조성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출신인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은 철도부품업체로부터 1억6000만원을 수뢰해 정치자금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 넘겨졌다.

최근 불법 정치자금 사건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막기위해 새롭게 도입된 소액다수 기부금으로 인한 것이었다. 법인이나 단체가 기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속원들이 '10만원 쪼개기'라는 변종 후원 방법이 생긴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18대 국회에서의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사건이었다. 청목회는 청원경찰법 개정 과정에서 회원들을 동원해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줬고 그 결과 최규식 전 의원등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는 특히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이 문제가 됐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를 통한 모금은 불법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출판 기념회는 수입·지출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고 선관위 보고 대상도 아니어서 사실상 정치자금 모금의 최후의 보루였다.

이런 출판기념회에 대해 국회 관계자들은 통상 책값의 4~5배이상을 내기도 하고 100만원 이상 고액의 책값을 내는 경우도 적잖다. 성 전회장도 출판기념회를 통해 이완구총리 등 다수 의원들에게 후원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여지를 없애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출판기념회 금지다. 이미 작년 8월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출판기념회 관련 검찰 수사 이후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 출판기념회를 찾아보는 어렵지만 여야는 한발 나아가 '혁신안'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아예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

국회 밖에서도 정치자금 제도 개선 움직임이 이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 선거제도 관련 제안에서 후원금을 현실화 하는 안을 내놨다. 선관위는 현재 1억5000만원이던 후원금 한도를 2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출판기념회를 금지하고 후원금 현실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 자금 수수 해결책으로 보기는 힘들다"면서 "근본적으로 고비용의 정치과정이 문제인데, 이를 해결할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규 박경담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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