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의 '은밀한 메모'..이렇게 찍었습니다

2014. 11. 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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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The) 친절한 기자들]

기자의 '취재 노하우' 친절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힘 가진' 분들의 비공식적인 모습을 독자들께…

지난 7일 하루 동안 <인터넷 한겨레>에서 독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기사는 '김기춘의 메모 "대통령께서 사용하는 운동기구는…"' 이란 제목의 사진기사였습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헬스기구 구입 예산과 관련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하려고 적은 메모를 찍은 사진입니다. 메모의 내용엔 "대통령께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음식재료, 운동기구 등은 대통령의 안위에 관계되고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사항…"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은 본회의장과 비슷하게 복층으로 돼있어, 바닥층엔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등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자들은 한층 위 방청석에서 회의 장면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구석 자리에 앉은 대통령비서실장의 메모를 어떻게 찍을 수 있었는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해서 취재 노하우를 밝히지 않으려는 기자의 직업적 금기를 깨고 친절하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기자의 안위와 신문사의 보안이 저해되더라도 말이죠.

김 실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하게 된 데는 전조가 있었습니다. 2015년 예산안을 처음 심사하는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찾았습니다. 이 원내대표(가운데)는 이학재 새누리당 간사(왼쪽 둘째) 자리에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오른쪽)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 대화에 참여했던 예결위 관계자(맨 왼쪽 뒷모습)가 손전화를 꺼내 문자메시지를 적었습니다.

여야 간사 논의사항을 묻는 질문에"김기춘 실장이 11에 가신다해서 벌컥…"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회의가 열시가 넘어 시작됐는데, 총리와 부총리가 예산안 상정 인사말을 하고 나면 거의 11시가 될 상황이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통해 규명하지 못한 대통령의 헬스기구 구입 예산과 유명 트레이너의 행정관 채용을 김 실장에게 따지려고 벼르고 있는데, 질문을 받지 않고 회의장을 떠나면 소동이 빚어질 수도 있겠단 생각에 그를 주목하게 됐습니다.

한데 정말 11시가 좀 못돼 김 실장이 회의장을 나가더군요. 다소 허망해 하고 있는데, 김 실장이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청와대 비서관한테서 자료가 건네졌습니다.

김 실장이 자료를 살펴보며 뭔가를 적고 있는 모습을 보며,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이를 해소하려고 김 실장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방청석 가장 구석 자리로 갔습니다. 그리고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기척을 느낀 김 실장은 두 장의 메모 중 먼저 적은 왼쪽 것을 탁자 아래서 찢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메모를 뒤집어 놓았습니다. 잠시 뒤 최민희 의원이 헬스기구 구입 용처와 트레이너 채용 이유를 십여분간 따져물었지만, 김 실장은 메모에 적힌 내용을 수차례 반복해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지난해 6월 지금은 새누리당 대표인 김무성 당시 의원에게 보내진 김재원 의원의 문자메시지 '문자로 지목된 대화록 발언 유출자, 김재원 "형님 저 아닙니다"'를 찍어 보도했던 사진부 이정우 기자입니다.

왜 제 카메라엔 은밀하게 주고받는 메시지가 자꾸 담기냐구요? 저도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뜻하는 파파라치(Paparazzi)로 여겨질까 가장 경계하며 카메라를 잡습니다. 유명인들의 사적 공간을 침해해서 특종의 영광을 누릴 생각은 더더욱 없구요. 단지 힘을 가진 분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여지길 원하는 모습보다는, 독자 여러분들이 궁금해 할 모습을 찾아 오늘도 렌즈를 겨누고 있습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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