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복? 짐?.. 지구촌 센티내리언(100세 이상자) 급증

손병호 기자 2015. 7. 28.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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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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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신에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는 단어 중 하나는 ‘센티내리언(Centenarian)’이다. 100세가 된 사람을 일컫는 영어 단어다. 100세 노인들의 운전상 안전문제나 100세 노인의 마라톤 완주 소식, 100세 할머니의 스카이다이빙 성공 소식, 100세에 글을 깨우친 중국의 할머니 등. 100세 이상 노인들의 노익장을 과시하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고 있다. 100세 이상 노인들의 활발한 사회 활동을 다룬 소식도 적지 않다. 지난 21일 일본에서는 100세인 전직 아사히신문 기자인 무노 다케지씨가 다른 전직 노인 기자들과 함께 도쿄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집단 자위권 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요즘은 100세를 넘어 110세 이상 노인을 일컫는 ‘슈퍼 센티내리언’도 많아지고 있다. 100세 이상 노인은 더 이상 극소수의 사람들이 아니라 새로운 연령대로 분류해야 할 정도로 급증하는 추세인 것이다.

◇100세는 ‘특이’가 아닌 ‘보편’=영국에서는 100세가 되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축전을 받게 된다. 105세 때부터는 매년 받는다. 그런데 올해 영국 왕실은 이 전보 보내는 일을 하는 직원을 추가로 채용했다. 100세 이상 노인이 너무 많아져 기존 인원만으로 작업하기 벅찼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5년 전 1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5명이 해야 한다.

영국의 100세 이상 노인은 1만3780명에 달한다. 이는 30년 전에 비해 5배나 늘어난 수치다. 10년 전에 비해서는 73% 증가했다. 왕실은 이 가운데 7517명에게 전보를 보냈다.

요즘은 잠재적인 센티내리언으로 분류되는 ‘왕성한 활동을 하는’ 옥토지내리언(octogenarian·80대) 노내지내리언(nonagenarian·90대)들의 활약상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엘리자베스 2세(89) 여왕과 남편 필립(94)공, ‘아버지 부시’인 조지 H W 부시(91)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91) 전 미 대통령, 무라야마 도미이치(91) 전 일본 총리,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93) 여사, 방송인 송해(88), 철학가 김형석(96) 전 연세대 명예교수 등은 지금도 자주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이들이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초고령자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추세다. 최근 독일의 ‘나치 범죄 조사위원회’는 나치 활동과 관련해 처벌을 받지 않은 이들이 90∼100세의 고령이 돼 처벌이 무의미하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 “고령은 면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전범이 100세가 되더라도 끝까지 조사와 처벌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유엔 인구국을 비롯한 인구 관련 전문기관들은 앞으로 100세 이상 노인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새로운 연령대군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인 인구를 단순히 ‘60대 이상’ ‘70대 이상’으로 분류하기에는 너무 많아졌고 그들 사이의 구분도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센티내리언의 왕국’인 일본의 경우 지난해 9월 현재 100세 이상 노인이 5만882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서는 특히 매년 3000∼4000명이 새롭게 센티내리언이 되고 있다. 미국 노인학연구소(Gerontology Research Group)에 따르면 2050년에는 10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일본은 70만명, 미국은 4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감소 추세 속에 70만명, 40만명 정도 집단은 무시하기 어려운 그룹인 것이다.

한국도 센티내리언이 많은 나라로 분류된다. 지난해 기준 1만4592명의 센티내리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29.06명으로 일본(42.76명) 프랑스(32.50명) 이탈리아(29.42명)에 이에 세계 4위에 해당한다.

◇‘100세의 그늘’, 연금재정 심각=센티내리언이 늘면서 연금문제나 건강보험, 병간호 비용 등이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연금에 대한 압박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올해 100세가 된 여성은 1974년부터, 남성들은 1979년부터 각각 41년째, 36년째 연금을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적은 연금을 수령하는(최저연금) 사람이 1주일에 115.95파운드(약 21만원)여서 재정 압박이 크다. 처음 연금을 설계할 때 80대 이상 노인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90대 노인과 센티내리언, 슈퍼 센티내리언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 상황에서 센티내리언만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연금의 빠른 고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본 재무성은 센티내리언의 증가세가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유난히 많아 90세, 100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최저 사회보장비를 포함해 미래 재정문제를 전면 재정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2025년이면 전체 인구 중에 65세 이상 인구가 셋 중 한 명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주 역시 5년 전에 비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3만3000명이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되자 올 들어 대대적인 노인연금 개혁에 나섰다.

결국은 은퇴 나이를 늦추는 게 센티내리언 시대에 대비한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올리비아 미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100세 이상의 삶이 현실화되는 이상 개인들이 스스로의 재정 상황을 안정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퇴직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며 “일을 하면 사회적 유대와 지적 능력 유지에도 좋기 때문에 건강한 상태의 100세를 위해서도 퇴직 연기가 정답”이라고 조언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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