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미 기자의 컬처 톡공항패션과 '있어빌리티'

박동미 기자 2016. 10.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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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이 제2의 런웨이가 된 지 오랩니다. 멋 낸 듯 안 낸 듯, 화려한 듯 소박합니다. 공항패션은 마치 스타의 무대 밖 일상을 엿보는 듯한 매력에 주목받기 시작했지요. 스타의 개인적인 안목과 취향이 드러나는 통로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초창기엔 누가 모 브랜드의 얼마짜리 가방을 들었다더라, 어느 연예인 커플이 맞춰 신은 운동화가 국내엔 수입이 안 된다더라, 한 톱스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협찬받은 제품 가격이 수억 원에 달한다더라 등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출입국 때 이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가방, 신발 대부분이 광고 계약을 맺고 노출시키는 상품이란 걸 모르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과거엔 협찬품을 통해 소위 ‘잘나가는’스타라는 걸 인증할 수 있었는데요. 요즘엔 그 반대라고 하는 게 흥미롭습니다. 즉, 협찬품을 덜 걸칠수록 톱스타에 가까운 거라는 거죠. 이는 SNS상에서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있어빌리티’ 욕구가 반영된 것인데요. ‘있어빌리티’는 ‘있어 보인다’는 말과 ‘어빌리티(ability·능력)’가 합성된 신조어입니다. 이 앞엔 돈, 분위기, 여유 등 다양한 명사를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연예인들이 가장 ‘있어 보이고’ 싶은 건 아무래도 ‘인기’겠지요. 인기가 많아 활동이 활발하면, 수입이 좋을 것이고, 그렇다면 굳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협찬품을 (돈 때문에) 몸에 두르지 않아도 되니까요.

최근 패션계에선 ‘있어빌리티’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화제였습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공항 런웨이에 등장한 두 여자 연예인 A와 B 때문이었지요. 청바지에 캐주얼 차림의 A는 여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핸드백을 들고, 커다란 여행용 가방까지 끌고 나타났습니다. 옷, 신발, 가방, 선글라스가 전부 협찬이었는데요. 브랜드가 제각각이어선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놀았습니다. A는 한때 통통 튀는 매력과 남다른 패션센스로 각종 방송을 점령하던 여가수입니다.

반면, B는 작은 얼굴을 절반 정도 가리는 선글라스와 루즈핏의 검은색 상의만 협찬을 받았습니다. 바지와 구두를 블랙 계열로 맞춰 통일감 있는 패션 센스를 뽐냈는데요. 세련되면서도 장시간 비행에 어울리는 편안한 차림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B는 최근 드라마 주연급으로 발돋움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배우고요.

한 패션 관계자는 “TV 출연 기회가 적은 A는 계약한 협찬품을 한꺼번에 노출시켜야 했을 거다. 한때 패션 리더였는데 이젠 패션 테러리스트가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런 코디는 협찬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래서 스타들은 요즘 자신의 SNS에 ‘#협찬 아님’이라고 붙이곤 합니다. “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는 궁극의 ‘있어빌리티’, 즉 ‘생각’ 있어 보이는 해시태그(게시물의 검색이 용이하도록 만든 일종의 메타데이터)가 유행인 거죠.

여가수 A의 사진 아래 “똑같은 공항패션인데 B와 너무 비교된다” “없어 보인다”는 비아냥성 댓글들이 줄줄이 달립니다. 안타까워하는 절 보고 패션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A가 받은 협찬품 하나가 당신 월급보다는 높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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