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미 기자의 컬처 톡>팩션 뮤지컬 열풍..왜, 지금, 그때인가

박동미 기자 2016. 10. 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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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암살’이 1200만 관객을 동원한 후 ‘동주’ ‘귀향’ ‘덕혜옹주’ ‘밀정’ 등 구한말∼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 흥행했습니다. 실존 인물·실화를 모티프로 해 가려져 있던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고, 익히 알던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합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faction·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신조어)이란 장르의 매력이지요. 안방극장에서도 대세가 된 지 오랜데요. 최근 인기몰이 중인 ‘구르미 그린 달빛’(KBS)과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SBS) 두 편 모두 팩션 사극(史劇)을 표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 영역 전반에 팩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공연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뮤지컬 분야에서 두드러지는데요. 10월 공연 중인 대형 무대만 네 편입니다. 스크린 흥행 공식이 자연스럽게 넘어온 것인지, 흥미롭게도 모두 구한말 혹은 일제강점기를 다루고요. 그중 세 편에 ‘고종’이 핵심 인물로 등장합니다.

명성황후의 사진이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은 것에 착안한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10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는 국민 뮤지컬 ‘명성황후’와는 또 다른 국모(國母)를 보여줍니다. 오태석의 희곡 ‘도라지’를 각색한 ‘곤 투모로우’(∼11월 6일, 광림아트센터)는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이 홍종우에게 암살당한 사건을 기반으로 하죠. 여기서 고종은 (자주 그러하듯)무기력하거나 히스테릭한 모습인데요. 전등, 전차를 도입하고 커피를 즐기는 등 선진 문물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고종을 부각시킨 작품도 있습니다. 김탁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서아 가비’(∼11월 11일, 흰물결아트센터). 1898년 고종 커피 독살 음모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1930년대 경성 문인들의 사교 모임 구인회를 다룬 ‘팬레터’(∼11월 5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도 눈길을 끕니다.

한데 왜 구한말이나 일제강점기일까. 지금이 당시처럼 혼란스러워서, 근거리 역사라 대중에게 친근해서 등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한 역사학자는 미해결 역사에 대한 갈증 혹은 기록 욕구로 인한 문화적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팩션 영화나 드라마가 그랬듯 뮤지컬도 해석 차이·왜곡 정도에 따른 논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콘텐츠가 많아지는 건 매우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언제고 역사 해결의 근거로서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할 거라는 거죠.

무엇보다 그는 구한말, 일제강점기라는 민감한 시기를 한국처럼 비교적 객관적으로, ‘잘’ 만드는 나라도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1910∼1940년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이 시기를 역사물로 거의 다루지 않고요. 중국은 일본인을 희화화하는 등 과도한 애국주의 정서에 기댄 작품이 대다수입니다.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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