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미 기자의 컬처 톡>라거펠트도 울고 갈 패션계 '지디 효과'

박동미 기자 2016. 9. 28. 14: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패션계 ‘교황’ 칼 라거펠트(샤넬 수석 디자이너)가 매 시즌 자신의 패션쇼 맨 앞자리에 지드래곤(지디)을 앉힐 때마다 사람들은 예견했습니다. 지디가 언젠가 ‘사고’ 한번 칠 거라고. 아, 가요계가 아니라 패션계에 말입니다. 샤넬 쇼 프런트 로(맨 앞줄)는 글로벌 패션 아이콘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니까요. 하지만 그가 ‘에잇세컨즈’의 모델로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땐 반신반의했습니다. 빅뱅이 광고한 의류 브랜드가 크게 주목 받지 못했고,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자라, 유니클로, H&M 등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형) 공룡들과 겨루겠다며 야심 차게 론칭한 에잇세컨즈의 성적이 수년째 변변치 못해서죠. “국내 대표 패션 기업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저러다 곧 사업 접는 것 아니냐”며 비아냥과 우려를 동시에 듣고 있었죠.

결론부터. 에잇세컨즈는 계속됩니다. 오는 30일 상하이(上海)에 첫 중국 매장도 냅니다. 폭발적인 ‘지디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죠. 지디가 디자이너로서 제작 과정에 참여한 게 주효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양이고요, 제 이름도 연상되잖아요. 무엇보다 중국 소비자들이 ‘용(龍)’을 정말 선호해요.” 에잇세컨즈에서 8월 중순부터 판매를 시작한 ‘에잇 바이 지디스 픽’, 일명 ‘지디 라인’에는 감각적인 용 프린트와 자수, 그리고 ‘드래곤(DRAGON)’이라는 글자가 주로 사용됐습니다. 디자인 회의에서 지디가 낸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인데요. 한 달을 조금 넘긴 28일 현재 약 4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에잇세컨즈 명동 매장의 한 달 평균이 7억 원이니, 약 6배에 달합니다. 고객의 60% 이상은 중국인 이고요. 지난 8월 20일 열린 빅뱅 콘서트에서는 하루 만에 6000만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여기저기서 K-패션을 외쳐대지만, 사실은 침체일로였던 국내 패션계가 오랜만에 들썩인거죠. 이미 패션계에선 올해 가장 ‘뜨거운 만남’으로 에잇세컨즈와 지디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을 꼽습니다.

지디 덕에 몰려드는 중국인들의 소비 패턴을 읽는 지점도 흥미롭습니다. 에잇세컨즈는 티셔츠 한 장에 9900원인 저가 브랜드입니다. 보통 1인당 평균 구매액이 5만 원인데 중국인들은 그 세 배인 15만 원을 씁니다. 100만 원 이상 사가는 큰손도 수두룩합니다. 화려한 용 문양 자수가 새겨진 빨간 점퍼는 커플용으로 애용되며, 중국인 유학생들은 모자를 많이 사간다고 합니다. 아직 중국에 매장이 없어 보따리장수도 등장했다는 후문.

한데, 이 만남이 ‘신의 한 수’가 된 건 사실 이것 덕분 아닐까요. ‘8초 만에 반하는 옷’이란 뜻으로 브랜드명에 들어간 ‘8’은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인데, 지디의 생년월일(1988년 8월 18일)에는 8이 무려 네 번이나 들어갑니다.

pdm@munhwa.com

[ 문화닷컴 바로가기 | 소설 서유기 | 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