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만두 "펠메니"

공영희 소설가 2015. 11. 2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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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82>

[머니투데이 공영희 소설가] [[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82>]

날씨가 추워졌다. 본격적인 겨울나기로 진입한 것 같다. 드디어 수은주는 영하로 떨어지고 첫눈이 내렸다. 강원도에는 대설주의보까지 내렸으니 확실히 겨울이다. 그래도 예년보다 보름이나 늦게 첫눈이 왔다니 전 세계가 염려하는 온난화 기후 문제가 우리 눈앞에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골치를 앓고 있는 배기가스까지 더해져 그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형편이지만 수많은 자동차가 뿜어내는 가스를 보면 것을 이미 정답은 사라진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우리 쪽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건너오는 황사 먼지와 배기가스 때문에 온 국민이 짜증이 제대로 나있을 것이다.

기후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똑같이 공포에 떨고 있는 테러문제다. 이제는 시간도 장소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마치 필자가 러시아에 살 때, 모든 뉴스에 언제든지 단골로 등장하는 전쟁과 테러 뉴스가 방송되어 긴장감을 가지고 살았던 때와 같이 되어 버렸다. 그 당시에도 러시아는 체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으며 우크라이나나 백 러시아 등, 소련에서 떨어져 나간 위성국가들에서 크고 작은 테러는 줄곧 있었다. 거기에 아프가니스탄이나 중동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불상사들이 불화산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북한 이야기까지 나오면 아찔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현재는 IS가 테러의 선봉에 섰으며 온 세계를 겨냥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이에 세계 정상들은 골머리가 지끈거릴 것이고 그들 나름대로 계산을 치밀하게 그릴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일반인들의 삶은 먹고 살기 바빠 코앞의 문제에 매달릴 것이다.

러시아에 살면서 한국에서 봐왔고 먹어왔던 만두가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웠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만두"라고 이야기하면 안 되었다. "만두"는 러시아말 "만띄이"와 비슷한 발음으로 잘못 들으면 욕을 한다고 해서 러시아 사람 있는데서 한국식으로 편하게 만두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러시아 만두 "펠메니"는 정말 한국에 있었던 만두와 똑같았고 만드는 방법도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파, 소금, 후추를 넣은 것도 똑같았다. 취향에 따라 김치 대신 양배추를 넣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원형으로 예쁘게 만든 형태도 같았다. 러시아 슈퍼마켓에는 언제든지 냉동 "펠메니"가 비치되어 있었고 의외로 많이 팔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러시아 만두 "펠메니"는 조리법도 한국과 같았다. 고깃 국물에 삶아서 먹기도 하고 찌기도 하고 구워서도 먹었다. 찌거나 구워서 먹을 때는 러시아의 유제품 스메타나와 약간의 향채를 채를 썰어 뿌려서 먹었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요리를 러시아 사람들은 즐겨 먹었다. 창문에 뿌옇게 김이 서리는 것을 보면서 먹는 만두는 추위를 다 잊게 만들었다. 필자는 슈퍼에서 "펠메니"를 사지 않고 집에서 많이 만들어 먹었는데 이유는 만두를 아주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잘 아는 고려인의 소개로 중국 동포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분이 전직 요리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말하자면 집으로 초대를 해서 만두 시연회를 가진 것이었다. 그 분은 아주 간단하면서 쉽게 만두를 만들었는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반반으로 넣고 새우를 3마리 정도와 양파만을 넣고 소금 후추 참기름 약간으로 고명을 만들었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그 만두를 먹어보고는 그대로 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러시아에서는 만두피도 구할 수 없어 밀가루 반죽을 해서 직접 피도 만드니까 더 쫄깃하게 입에 감칠 맛이 있었다.

필자는 눈이 오고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 되면 러시아 만두 "펠메니"가 생각나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끔 만들어 먹었다. 처음에는 러시아에서처럼 만두피를 만들었다가 나중에는 시중에 판매하는 만두피를 사서 이용했다. 이번 주 들어서면서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자 문득 뜨끈한 만둣국이 먹고 싶었는데 만두를 보자 러시아에서 흔히 보았던 러시아 만두 "펠메니"와 겨울이 되면 유난히 창문에 김이 서리는 러시아 부엌이 그리워졌다. 눈이 내리는 날 부엌에서 뜨거운 음식과 차를 마시며 밤 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던 러시아 시절을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공영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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