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 술 이야기]빼앗긴 우리 청주를 되찾자
한국에서 청주는 주세법시행령 제3조에 의거 누룩을 쌀 총무게의 1% 미만만 넣도록 되어 있다. 청주에 우리 전통 발효제인 누룩을 1% 이상 넣지 못한다니 어딘가 이상하다. 전통 청주를 제대로 만들려면 통상 누룩이 적게는 3% 정도 보통 7~8%정도 들어간다. 그러면 우리가 사서 마시는 청주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한국에서 팔리는 청주는 일본 청주를 만드는 입국 방식을 사용해 만들 수밖에 없다. 누룩을 제대로 넣어 전통 청주를 만들면 청주라는 이름을 붙여 팔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전통 청주는 일제 침탈 이후 서서히 핍박을 받으며 사라져 1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제도권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청탁불문이란 말이 있듯이 오래 전부터 청주를 즐겼을 것이다. 청주에 관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도 많다. 세종 6년 10월에는 '청주 1백병을 신하에게 나누어 주다'라는 기록이 있고, 세조 2년 12월에는 '내사주를 청주로 대신할 것을 청한 대로 따르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왕실 행사 등을 기록한 의궤에 따르면 결혼, 장례 등에 청주가 아주 빈번히 사용된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민간에서도 여러 가지 청주 빚는 법이 음식디미방(1670년), 산림경제(1715년) 등 많은 문헌에 나온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여유 있는 집에서는 청주를 빚어 마시는 것이 일반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제 침탈 이후 일본 청주가 들어오면서 우리 전통 청주는 청주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되고 지금까지도 청주라는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전통 청주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약주라는 출처 불명의 이상한 이름을 써야 한다. 청주에 누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전통 청주를 청주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반하는 일이다. 또한 국민경제에도 안 좋은 일이다. 청주를 일본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부분 종균을 일본에서 수입해야 한다. 누룩으로 청주를 만들면 외화를 절약할 수 있고 누룩산업이 발전하고 고용도 늘어난다.
청주에 누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참 이상하고 불필요한 규제이다. 상식으로 볼 때 오히려 누룩 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누룩을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청주를 만들 것인지, 일본 종균을 들여다 일본식으로 만들 것인지 정부가 간섭만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생산자가 시장을 생각해 만들고, 소비자가 시장에서 선택하면 좋은 우리 술이 나올 수 있다. 박근혜정부는 규제개혁을 핵심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청주에 대한 이상한 규제는 시행령이기 때문에 일 안하는 국회 탓을 할 필요도 없이 대통령이 바로 하면 되는 일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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