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간편결제 시장 후끈..보안 서비스가 관건

이수연 2014. 9. 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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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족, 퇴장족 들어보셨죠? 요즘은 모바일 쇼핑이 대세에요."

취재를 하러 간 업체에서 대뜸 하는 말인데, 출장족? 퇴장족? 평소 신조어에 약하기도 하지만 이건 처음 들어보는 소리다.

출장을 갔다가 퇴장하나? 그게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더니, 출장족은 '출근하면서 장보는 사람들' 이고 퇴장족은 '퇴근길에 장보는 사람들'이랜다. 특히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출퇴근 시간대 모바일 쇼핑 트래픽이 크게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IT 강국 대한민국에 바야흐로 모바일 쇼핑의 시대가 도래하였나 보다.

☞ 바로가기 [뉴스광장] 공인인증서·액티브X 폐지…간편 결제서비스 봇물

그동안 모바일과 인터넷 쇼핑 등 '온라인 결제'를 불편하게 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온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를 폐지하기로 정부가 방침을 정하면서 공인인증서나 액티브 X를 사용하지 않는 '간편결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 뭐 좀 해볼라 치면 '액티브 X'를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등장해 분통이 터진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작동시켜주는 그야말로 비표준 기술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려면 이 '액티브 X'를 써야 하니 쇼핑몰의 80% 에서 광범위하게 쓰여 왔다. 오죽하면 소비자들이 프로그램 깔고 인증받고... 하다하다 귀찮아서 결제를 포기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름신' 강림을 막는 수문장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겠는가. 실제로 장바구니에 물건을 골라 담아놓고는 복잡한 결제과정에서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대략 20%에 이른다고 한다.)

전자결제 시장은 지난해 이미 39조 원 규모로 성장해 올해는 40조를 훌쩍 넘는 것은 물론이고 5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인인증서나 액티브 X를 쓰지 않고도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달 LG유플러스가 발표한 '페이나우 플러스'.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고른 뒤 결제 방법을 정할 차례가 되면 결제 방법을 묻는 확인창이 뜬다. 신용카드 결제, 무통장입금, 가상계좌 이체 등의 익숙한 방법과 함께 간편결제인 '페이나우' 메뉴가 함께 등장한다.

여기에서 '페이나우'를 선택하면 비밀번호를 묻는데, 등록된 스마트폰에서 암호 패턴을 그리면 결제가 끝난다. 공인인증서를 쓰던 기존 방식에서는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비밀번호에 카드 고유번호에 주민번호 등등을 입력하느라 7단계 이상을 거치는 데 비해 달랑 2단계로 줄었고, 결제에 걸리는 시간이 3초 정도라고 업체 측은 설명한다.

처음 한번은 결제에 쓸 카드를 등록해야 하는데 이 정보도 가상키로 변환해 정보 유출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BC 카드, 신한카드와 업무 제휴를 맺었고, 다음달에는 롯데카드 등 다른 카드들도 들어와 페이나우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하고, 쇼핑몰들과도 업무 제휴를 넓혀가는 중이다.

전세계 회원 수가 1억 명을 넘어선 카카오톡도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 페이'를 내놓았다. 아직까지는 메신저에서 '선물하기' 기능 정도에 머무르고 있지만, 앞으로 홈쇼핑 등과의 연계를 추진중이다. 이 역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등을 한번 등록해놓으면, 스마트폰으로 비밀번호만 입력해서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 방식이다.

또 동창회나 모임 서비스로 유명한 네이버 밴드도 앞으로 회비 나눠내기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어서 각종 IT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가 결합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아예 카드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기술도 나왔다. 모바일 쇼핑을 할 때 스마트폰에서 물건을 고른 뒤에 후불식 교통카드를 갖다대면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폰에는 스마트폰 뒷면 커버에 NFC 칩이 내장돼 있는데, 10 센티미터 정도 거리에서 근거리 통신이 가능한 이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은 요즈음 택시를 탔을 때,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택시 정보를 문자로 전송해주는 서비스로 활용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을 지갑으로 쓸 수도 있는데, 한 벤처기업이 이 기술을 거꾸로 사용하는 역발상 기술을 내놓은 것이다.

즉 내 스마트폰을 지갑으로 쓰는 게 아니라, 반대로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로 사용하도록 하고, 여기에다 별도의 후불식 교통카드를 갖다 대면 결제가 된다. (물론 이 때도 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보안 절차가 있다.)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로 쓰이고 카드는 카드대로 별도로 쓰는 것이니, 카드 정보를 따로 입력할 필요가 없어 간편한데다, 정보 유출의 위험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는 금융당국의 보안성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인데, 도입만 된다면 치킨집이나 자장면 배달하는 분들이 들고다니는 무거운 결제기도 머지않아 스마트폰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싶다.

공인인증서 의무화 규정 폐지 이후 봇물이 터진 듯 등장하는 여러가지 간편결제 서비스는 제각기 다른 기술방식을 내세우고 있어서 몇년 뒤에 어떤 기술이 살아남아 보편적인 서비스가 될 것인지는 아직 짐작하기 힘들다.

당장은 얼마나 많은 가맹점에서 얼마나 많은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냐가 간편결제 서비스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정작 쓸 곳이 없으면 소용이 없으니, 소비자들은 어디서든지 쉽고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택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보안문제이다.

'더 이상 이 땅에 개인정보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빈번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으면서 우리는 더이상 '100% 안전한 서비스'라는 구호를 믿지 못하게 되지 않았는가.

외국에서 페이팔이나 아마존 등을 이용해보면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결제는 끝이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 X가 지배하는 근엄한 결제 방식에 익숙해졌던 소비자로서는 '이거 너무 허술해 보이는 데? 이렇게 간단해도 진짜 안전한 걸까?' 하는 불안감마저 갖게 하는 외국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

이들은 따로 '간편결제'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온라인 결제 자체가 그냥 간편하게 이뤄지는데, 사실 그 배후에는 결제 지연시스템이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등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 개인의 신용정도에 대해서 면밀하게 심사하고 소득과 납세증명이 되지 않으면 여간해서는 신용카드를 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은 제대로 된 '신용 Credit'을 갖고 있다고 믿는 신뢰관계도 충분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인증이 신용카드에 기반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는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만 가지고 아주 간편하게 결제를 하지만, 그 뒷면에서는 이중 삼중의 보안체계가 가동중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방식으로 보안을 담보하겠다고 버티는 게 아니라, 소비자는 편리하게 하고 그 뒷면에서 보안을 열심히 챙겨주는 서비스가 핵심이 돼야 할 것이다.

간편결제가 '간편한 결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간편하면서도 '안전한 결제'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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