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망가진 세탁기..삼성과 LG의 진실 공방

김희용 2014. 9. 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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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세탁기

현지시간 지난 3일, 독일 베를린.유럽 최대의 가전 전시회인 IFA 2014가 공식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습니다.

세계 유수의 가전업체 관계자들이 신제품을 공개,전시하기 위해 베를린에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 바로가기 [9뉴스] 삼성-LG '세탁기 파손' 공방…검찰에 수사 의뢰

그런데, 유럽 최대 양판점인 자툰사의 베를린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난데없는 세탁기 파손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출시한 'WW9000'이란 신형 드럼 세탁기가 이 곳에 진열돼 있었는데, 그 중 3대의 문이 파손된 채 발견된 겁니다.

이 제품은 출시 당시 문이 170도까지 활짝 열려 세탁물을 편하게 넣고 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는데요.

제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문이 고장나 제대로 닫히지 않았던 겁니다.

범인은 누구?

누군가 문을 연 채로 위에서 강하게 눌러 문과 세탁기의 연결 부위인 '힌지'라는 부분이 망가졌고, 이때문에 문이 잘 닫히지 않았다는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입니다.

범인은 누굴까?

삼성전자가 확보한 매장 CCTV에는 의외의 인물이 찍혀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가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LG전자의 조모 사장이었습니다.

CCTV 화면을 언론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밝힌 건 이렇습니다.

양복 차림의 동양인 남자 여러 명이 제품을 살펴보다가 그 중 한명이 세탁기를 파손시키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확인했고, 이 사람이 조 사장이라는 겁니다.

수사 의뢰…LG전자 '발끈'

삼성전자는 조 사장 등을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고의성이 짙기 때문에 수사의뢰가 불가피했다는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입니다.

앞서 같은 날 베를린의 유로파센터 매장에서도 제품 개발 담당인 LG전자의 조모 상무가 똑같은 종류의 세탁기 2대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논란이 일어 현지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는데요.

LG전자 임원들이 두번이나 같은 세탁기를 파손한 건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LG전자는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특정 회사 제품을 파손해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다른 사람을 시키지,굳이 임직원들이 직접 그런 일을 벌였겠냔 겁니다.

조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해당 매장을 방문해 여러 제품을 살펴 본 사실은 있지만, 파손한 적은 없다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실 공방…감정 싸움으로 번지나?

검찰은 조만간 사건을 배당해 관련자 소환 등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이제 진실 공방의 공은 검찰로 넘어갔지만이번 다툼은 두 기업 간의 감정 싸움으로도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LG전자는 해명 자료를 내면서,"다른 회사 세탁기들과는 달리, 유독 특정 회사 해당 모델은 세탁기 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습니다."라며 제품의 품질을 겨냥했습니다.

또, "이번 일이 당사에 대한 흠집 내기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라는 언급도 곁들였습니다.

삼성전자도 지지 않고 "사과는 커녕 거짓 해명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한 회사의 최고 임원이 남의 매장에서 제품을 파손시켜 놓고 떠난 것은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라며 강한 어조로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갈등 재연 우려…어느 한쪽은 치명타

양사 간의 갈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대표적인게 '냉장고 용량'을 놓고 일어난 법적 다툼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LG전자의 냉장고 용량이 과장됐다는 취지의 광고를 유튜브에 올린 적이 있는데, LG전자가 바로 백억원 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반격했습니다.

이 소송은 지난해 8월 양측이 법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관련 소송을 취하하면서 1년 만에 매듭지어졌습니다.

또, 지난해 3월에는에어컨의 시장 점유율을 놓고도 갈등을 빚었는데요. 삼성전자가 한 시장조사기관의 자료를 근거로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광고를 내보내자, LG전자가 자료의 신뢰도를 문제 삼으며 정면 반박했습니다.

이밖에도 전자는 아니지만, 삼성 디스플레이와 LG 디스플레이가 기술 유출 논란과 관련해 법적 분쟁을 겪다가 6개월간의 협상 끝에 지난해 9월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여파가 심상치 않을 것이란 전망은 이렇게 양사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데에 기인합니다.

게다가 경쟁사의 최고위 임원을 지목해 수사의뢰하는 초강수가 나온만큼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복잡한 사건은 아니어서 금방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던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기업의 신뢰를 갉아먹는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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