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너도 나도 케이블카', 본전은 뽑을 수 있을까?

양성모 2014. 9. 1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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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우리나라에 관광용 케이블카는 모두 몇 곳일까요?

기사를 쓰면서 한국삭도협회 홈페이지에서 정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케이블카 숫자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제가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남산, 설악산, 통영 미륵산… 더 이상 떠오르는 곳이 없었습니다.

반대로 특파원도 다녀오시고 외국생활을 꽤나 많이 했던 우리 부장님 생각은 달랐나 봅니다. "그렇게 적어? 다시 확인해봐!" 졸지에 부실한 취재를 한 기자로 몰렸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많은 것 같기도, 적은 것 같기도 한 정답은 바로 22곳입니다.

☞ 바로가기 [취재파일K] [이슈] 타고 갈까? 걸어 갈까?

■ 너도 나도 케이블카…빈곤한 상상력

사실 국제적인 기준으로 따지면 부장님의 반응이 보다 자연스럽습니다.

국가별 케이블카 선로 총길이를 비교해보면, 중국은 1,560㎞, 일본은 2,350㎞, 프랑스는 2,900㎞, 스위스는 1,750㎞나 됩니다. 우리나라는 133㎞에 불과하죠.

국토의 70%가 산지라는 사실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는 나라치고는 케이블카가 너무 적어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상황이 복잡합니다.

중국 태산의 경우는 너무 많은 케이블카 때문에 환경 훼손이 극에 달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케이블카가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수준입니다.

케이블카가 많은 미국도 국립공원 내에는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일본도 1990년대 이후 국립공원 내에는 케이블카가 놓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케이블카 검토지가 하나같이 국립공원 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케이블카를 짓겠다는 지자체는 여러 곳이지만 이유는 비슷합니다. 케이블카로 관광객을 끌어 모아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겠다는 겁니다.

나름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할 방법도 제시합니다. 주민들 대다수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곁들입니다. 어쩜 이렇게 천편일률적으로 케이블카를 원할까 신기할 정도입니다.

헬기로 자재를 옮겨 땅에 박기만 하는 이른바 친환경 공법으로 환경단체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케이블카가 국립공원 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궁금한 건, 케이블카가 정말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지입니다.

■ '경제 살리기'용 케이블카…수익성 있을까?

취재 중 논란이 되고 있는 지리산 케이블카의 각 지자체별 경제성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비용/편익 비율이 1보다 커야 경제성이 있는데, 함양은 0.59, 산청은 0.70, 남원은 0.89였습니다. 구례만 유일하게 1을 넘었지만 그야말로 '본전 겨우 뽑는' 수준인 1.03이었습니다.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지리산이 이정도인데 다른 곳은 어떨까요? 영암은 0.92, 양양은 0.91입니다.

지자체들은 이런 결과에 아랑곳 않고 여전히 케이블카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프랑스 샤모니 몽블랑 케이블카가, 스위스 글래시어 파라다이스 케이블카가, 아바타 촬영지로 유명한 호주 쿠란다 케이블카가 너무 멋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의 성공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습니다.

그러나 케이블카 설치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나선 전국경제인연합 마저 지금과 같은 '케이블카 러시'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경련 김태윤 미래산업팀장의 말입니다.

"모든 지역에 다 똑같은 케이블카를 놓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각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연구가 거의 없습니다. 너도 나도 획일적으로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하니 환경단체도 반대하는 겁니다."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미항입니다. 박경리, 유치환, 윤이상과 같은 거장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기도 하고, 충무공의 얼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케이블카는 이 역사·문화적 케이크 위에 얹힌 체리와 같습니다. 케이크가 맛있어서 체리도 먹는 거지 체리 먹으려고 맛도 없는 케이크를 먹지는 않죠.

우리나라엔 이런 케이크가 적다고 생각했던 저인지라 22곳이라는 케이블카 수는 너무 많게 느껴졌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를 들고 나왔습니다. 케이블카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건데, 그렇게 된다면야 무작정 환경보호만 외칠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22곳의 케이블카 가운데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와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정도입니다.

2년 전 케이블카가 설치됐던 밀양 얼음골 주변 상인들의 말을 옮기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첫 해엔 반짝했죠. 지금은...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도 커요. 돌아보시면 식당은 많은데 다 문을 닫았어요. 이 근처에서 문 연 건 우리 밖에 없습니다."

*케이블카 설치 논란을 취재한 <취재파일K>는 12일밤 11시 40분에 KBS 1TV를 통해 방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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