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마사회, 경마장 세우려 여론 조작?
지난 5월 문을 연, 용산 화상 경마장에서 미화원으로 일했다는 주민 신 모 씨를 만나봤습니다. 계약서와 급여 명세서에 근무지는 화상경마장 용산지사, 업무는 미화원으로 돼 있는데, 신 씨는 단 한 번도 청소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대신 지난해 용산 화상 경마장 앞에서 개장 반대 집회가 열렸을 때 찬성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평일엔 일하지 않고 있다가, 주말이 되면 집회에 나와서 찬성 피켓을 들었습니다. 찬성 피켓도 신 씨가 직접 만들어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 신 씨 근무 계약서
또 다른 주민은 하루에 10만 원을 받기 위해 찬성 집회에 나왔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10만 원을 줄 테니 찬성 집회에 나오라는 소리에, 가족들은 물론 다른 동네 주민들까지 동원해 왔습니다. 하루 10만 원, 이 적지 않은 돈을 받기 위해 손수레를 끌며 쓰레기를 줍던 사람부터 화상 경마장에 관심 없던 딸과 조카까지 화상경마장 개장 찬성 집회에 나왔습니다.
경비원들까지 동원됐습니다. 찬성 집회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마사회 측에선 자발적으로 한 일인 것처럼 진술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 한국마사회 용산 지사
여론 개입에 결정적이었던 건, 마사회 측이 주민들을 동원해 반대 측 현수막을 훼손했다는 겁니다. 마사회의 한 차장급 직원과 한 주민의 SNS 대화 내용을 입수했는데요, 무슨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요? 마사회 직원이 반대 측 현수막이 걸린 장소를 알려주거나, 사진을 찍어 보내면 곧이어 주민이 현수막을 철거한 뒤, 이른바 '인증샷'을 보냈습니다. 반대 현수막을 철거한 뒤에는 둘이서 용산 화상경마장에 찬성한다는 현수막 문안을 협의했습니다. 마사회 직원의 확인을 받은 문안은 그대로 현수막으로 제작됐습니다. 물론, 현수막을 건 주체는 '상생회'나 '상가회'라는 주민들 이름으로요. 마사회 고위 관계자는 대가로 경마장 매장을 주거나, 경비대장을 시켜주겠다는 말로 유혹했습니다.
▲ 마사회 직원-주민 간 SNS 메시지 화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습니다. 시민단체나 반대 측 주민들로부터 여러 차례 마사회가 찬성 여론 조성에 개입했을 거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마사회는 그동안 대답을 피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마사회는 내용을 확인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는데요, 마사회는 감사실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법규에 위반된 사항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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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기자 (kbsk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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