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어린이부터 성인까지.."스포츠 클럽은 시민의 권리"

정재용 2015. 5. 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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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듣지 않는다"

인간은 변화를 향한 목소리에 쉽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 특히 복잡한 사회 개혁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지겨울 만큼 듣고 또 듣고 나서야 비로소 정말 그렇게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다. 스포츠 시스템 개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믿지 않는다"

인간은 어지간해서는 사회 개혁의 가능성을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대한민국 스포츠 시스템같이 화석처럼 굳어진 현실이 쉽게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눈앞에 보이는 작은 변화가 있다고 해도, 개혁의 성공에 대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끝없이 의심하며 지켜볼 뿐이다.

■ 스포츠 개혁은 현재 진행형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스포츠 개혁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스포츠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고, 한 때는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정책이 하나 둘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스포츠클럽이다.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초중고 학교 스포츠클럽은 2012년 리그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서 불과 3년 여 만에 42만 명이 참가하는 초대형 리그로 성장했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 학부모, 교사 평균 68%가 스포츠클럽 활동이 학생들의 인성 교육과 학교 폭력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답변했다. 학교 스포츠클럽 리그는 630여 만 명에 이르는 초중고 학생 중 약 300만 명의 지속적인 참가를 목표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 학업 결손을 피할 방법, 이미 검증

'전문형 학교 스포츠클럽'은 한계 상황에 부딪친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일반 학생 스포츠클럽을 육성함으로써 엘리트 선수 자원의 저변을 넓히고 실질적인 선수 발굴로 이어질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전문형 스포츠클럽이다. 기존 학교 운동부는 반복되는 수업 결손 때문에 선수 선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수업 결손이 아예 없는 일반 학교 스포츠클럽을 활용한다면 학부모들의 반발을 피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초중고 축구 주말리그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던 초중고 축구부는 학업 결손을 피하기 위해 도입된 주말리그 시행 이후 전체 팀 수가 무려 50% 이상 증가하는 기적 같은 변화를 체험했다.

지금과 같은 변화가 지속된다면 현재 엘리트 선수를 위한 학교 운동부와 일반 학생들을 위한 스포츠클럽은 조만간 실질적으로 통합될 것이다. 이미 운동선수들의 최저학력제도를 법으로 규정한 '학교체육진흥법' 그리고 운동선수와 일반 학생의 구분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국민체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상 변화의 방향이 급격히 틀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본, 미국 등 학교체육 선진국처럼 학교 스포츠클럽은 이미 대한민국 학교 체육의 미래로 자리 잡았다.

■ 누구나 스포츠클럽 참여할 수 있다

초중고 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스포츠클럽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학원 스포츠 정상화를 목표로 출범한 '대학스포츠 총장협의회'는 지난 해 '대학 동아리 농구 U리그'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일반 대학생 스포츠클럽을 대상으로 한 U리그는 빠르게 남녀 전 종목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로써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어느 누구나 스포츠클럽에 참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됐다.

더구나 초중고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은 고교 생활기록부 '창의적 체험활동란'을 통해 대학입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해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엘리트 선수들의 대학 입시 비리 문제도 최근 대학 스포츠 총장협의회에서 시행한 '대학 스포츠 운영 규정'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 감독될 것이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향후 평생 맞춤형 생활 스포츠 시스템의 중심에 자리 잡을 것이다. 독일은 8천 9백만 인구에 약 9만여 개의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인구 약 천 명 당 1개의 스포츠클럽을 목표로 만들어 간다면 향후 5만 개의 스포츠클럽이 전국 곳곳에 세워질 것이다.

■ 스포츠 클럽, 미래가 아닌 당장의 현실

최근 서울시에서 도입한 시민 자율리그는 생활 스포츠클럽의 미래를 보여준다. 17개 지방 자치 단체별로 치러지는 종목별 리그는 생활 스포츠 확산을 위한 핵심 열쇠다. 종목별 리그는 축구에서만 무려 11부 리그까지 열리는 독일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수준별, 연령별 리그로 발전해 갈 것이다. 전주, 전북 지역의 농구 등 일부 종목은 이미 독일형 리그 시스템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해 가고 있다.

정부가 확고한 정책 의지와 지속적인 예산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이상 이제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믿음과 적극적인 참여다. 그러나 시민들이 듣지 않고, 믿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시민들이 스포츠 개혁의 필요성을 확신하고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는 수준에 따라 스포츠클럽의 확산 속도는 결정될 것이다.

스포츠클럽은 어쩌면 미래의 선택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로 우리 앞에 서 있다. 독일 사람들은 천연 잔디 구장에서 뛰고 싶은 만큼 축구를 할 수 있고,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고, 분데스리그와 똑같은 연중 리그 시스템에 참가하는 모든 서비스를 당연한 시민의 권리로 누리고 있다. 국가는 시민들에게 스포츠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정적 부담의 3배 이상을 건강 보험 의료비에서 절감하고 있다.

"스포츠는 권리다. 국가의 의무다"

정재용기자 (spoy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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