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장관과 10초 만나러 전국의 교장이 모였다

우수경 2014. 8. 3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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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가기 [뉴스 광장] 임명장 주는데 전국 교장선생님 '집합' 논란

지난 27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교장 선생님'들로 정부 세종청사가 붐볐습니다.

가까운 세종, 충남 지역 뿐만 아니라 저 멀리 제주, 부산, 서울 등지에서 모두 6백여 명의 교장 선생님들이 모였습니다.

새로 임명된 교장선생님들인데, 교육부 장관이 직접 주는 임명장을 받기 위해 모인 겁니다.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기차 또는 비행기를 타고 세종시로 달려온 교장선생님들이 장관과 '대면'한 시간은 고작 10여 초.

잠시 악수를 나누고 임명장을 받으면 곧바로 단상을 내려왔습니다.

일부 참석자들은 '가문의 영광이다''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뿌듯해하기도 했습니다. 주최자도 참석자도 만족했으니 '훌륭한' 행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엔 '불만'스러운 반응도 없지 않고, 논란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선, 이 행사를 보는 교육 현장의 시선이 싸늘합니다.

교장선생님은 장관 얼굴을 잠시 보느라 하루종일 자리를 비웠고, 신학기를 맞아 바쁜 학교 현장에서는 그만큼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예산의 문제입니다.

지금 학교 현장마다 예산 부족으로 아우성입니다.

교육환경 개선 비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예산을 아껴도 아껴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안전점검 D,E 등급을 받은 학교들이 예산부족으로 학교를 고치지 못하고 있고, 고장난 CCTV와 노후 시설 등도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화장실 증축할 예산이 없어서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제대로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학교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장관과의 10초 만남'을 위해 전국 6백여 학교가 일제히 '출장비'를 사용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학부모 단체들도 이 행사를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함석태 공동 상임대표는 전국의 교장을 불러 무리하게 예산을 쓰게 하는 것보다는 학교장들이 원래 모이는 연수 자리에

'장관이 찾아가서' 소통하는 게 더 낫지 않냐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참석한 일부 교장들도 직접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이런 식으로 먼 길을 '불려 나온' 게 탐탁치만은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교육부는 이 행사의 취지를 '스승 존경 풍토 조성'과 '자긍심.사명감 고취'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과연 임명장을 장관으로부터 직접 받아야만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를 사랑하는 풍토가 고취되는 건 아니겠지요?

세종시로 달려가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일선 학교 현장에서 1분 1초라도 더 발로 뛰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을 볼 때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더 존경의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교장선생님이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장관이 아닌, 학생이 돼야 하는 건 아닌지, 장관도 악수만 하기 위해 교장선생님들을 부를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터놓고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야 진정한 교육 수장의 모습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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