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한강의 기적' 이끈 구로공단 50년

김희용 2014. 9. 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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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에서 수출기지로 상전벽해(桑田碧海)

"회사 창립 당시에는 주위가 주로 논밭이었고요. 회사 초기에는 비가 많이 오면 안양천이 범람해 몇 번 물난리도 겪었습니다."

옛 구로공단(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대한 박환우 성호전자 대표이사의 회고입니다.

성호전자는 1973년에 구로공단에 입주한 뒤 41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공단의 터줏대감입니다.

박 대표의 얘기처럼, 구로공단의 시작은 열악했습니다. 규모도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작아 입주기업은 31개, 고용 인원 2천4백명 정도였습니다.

구로공단은 우리나라 산업단지의 효시입니다. 농업 중심에서 공업 중심으로 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1964년 산업단지조성법이 제정됐는데, 그해 12월 구로공단의 첫 삽을 떴습니다. 이후 1967년 준공과 더불어 우리 경제발전과 함께 해왔습니다.

60~70년대에는 재봉틀을 돌리는 여공들로 상징되는 섬유 수출 1번지로 성장했습니다. 가동 첫 해인 1967년 백만 달러였던 수출실적은 10년 뒤 국내 수출액의 10%인 10억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10년 새 1,000배가 뛴 겁니다.

여공의 눈물·공단의 위기

값싼 노동력이 가장 큰 경쟁력이었던 구로공단은 승승장구했지만,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하루하루가 고달팠습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임금은 적게 받았습니다. 고속 성장의 뒤에는 여공들의 눈물이 있었던 겁니다.

이 때문에 1980년대 들어 이른바 어용노조를 대신할 민주노조가 결성되기 시작했고, 1985년에는 최초의 동맹 파업인 '구로동맹파업'이 일어나는 등 구로공단은 노동운동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때마침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던 상황, 업체들은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보다 싼 노동력을 찾아, 또는 아예 업종을 바꿔 지방이나 해외로 공장을 옮겼습니다.

이러다보니 공단에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1980년 9만 명이었던 근로자가 1998년 외환위기를 전후해서는 2만 5천 명으로 급감하는 등 활력을 잃어갔습니다.

다시 첨단산업 메카로

재도약의 기회를 맞은 건 2000년입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라는 새 이름을 달면서, 업종을 IT와 지식산업 중심으로 확 바꿨습니다.

정부의 지원 속에 신생 IT 업체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현재는 입주기업

만 2천 개에 고용 인원은 16만 명, IT와 지식산업 비중이 81%에 이르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났습니다.

이렇게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구로공단의 흥망성쇠가 곧 우리 경제의 부침과 같이 해온 걸 알 수 있습니다. 산업단지의 역사가 곧 우리 경제의 역사라는 얘기입니다.

옛 구로공단처럼 수출기지 역할을 해 온 산업단지는 현재 전국적으로 천여 곳에 이르고, 8만 개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고령화·노후화…'혁신 단지'로 바꿔야

그런데 요즘 산업단지 위기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의 고령화와 시설의 노후화 탓입니다.

전국 산업단지 입주기업 4곳 중 1곳이 인력 부족을 호소할 만큼 산업단지 기피 현상이 심각합니다. 최근 산업단지관리공단의 조사 결과를 봐도 대학생 2명 중 1명은 산업단지 취업이 꺼려진다고 답했습니다.

일은 힘든 데, 급여는 적고 근로 환경도 좋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근로자 10명 중 20대 젊은이가 두 명이 채 안될 정도로 산업단지가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시설이 낡은 것도 문제입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순옥 의원(故 전태일 열사 누이동생)이 산업단지공단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착공 뒤 20년이 지난 18개 산업단지 내 사업장의 설비가 안전 위험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단지 내 교량과 도로 등 기반시설 역시 노후화가 심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산업단지 출범 50주년을 맞아, 산업단지를 '스마트 혁신 단지'로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이른바 '스마트 공장' 만 개를 짓고, 산학 협력을 확대해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기로 했습니다. 또, 민·관 투자 2조 3천억 원을 투입하고, 어린이집과 행복주택, 건강센터 등을 확충해 근로자들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 경제와 반세기를 함께 해오며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단지는 또 한번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근로자와 기업, 정부가 힘을 모아 혁신 단지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하며 새로운 50년을 맞이하길 기대합니다.

☞ 바로가기 [뉴스9] 경제발전의 뿌리…산업단지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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