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유커 관광버스 '주차 대란'..시민 속앓이

김현주 2015. 5. 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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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관광지 주변의 관광버스 주차대란은 이미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매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데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은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버스들은 주·정차할 수 없는 대로변, 골목에 차를 세워놔 소음과 매연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주변 상인·주민들이 서울시에 낸 관광버스 주정차 관련 민원만 1만2000건에 달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건물 내 버스주차장을 넣는 방식도 지난해 동대문 인근에 적용된 사례가 있지만, 이용률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대규모 신축 건축물에 주차장을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도심 교통체증을 심화시키고 시가 추진 중인 보행친화 정책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중국 관광객들로 인한 서울 도심 교통체증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유커(遊客·중국 관광객)를 실은 관광버스가 서울 시내의 관광지·호텔·면세점·백화점이 밀집한 명동 일대로 몰리면서 교통체증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올 들어 4월말까지 소공동과 명동 일대의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608건으로 월평균 152건에 이른다. 지난해 단속건수 912건, 월평균 76건과 비교하면 100% 증가한 셈이다.

단속된 관광버스는 대부분 유커를 태운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 비중은 90%에 이른다. 유커는 개별여행보다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패키지여행을 선호하는 만큼 최근 관광버스 가동률은 일본 관광객이 많던 시절보다 30% 이상 높아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이 서울시내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쇼핑하거나 경복궁 등 관광지를 둘러볼 동안 주차할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관광버스가 백화점 주차장에 차를 세우려고 하면 주차 요원은 '만차'라는 신호를 보내기가 다반사다.

소공동에 있는 한 백화점과 면세점이 수용 가능한 버스 주차공간은 15대에 불과하다. 명동에만 하루 200대의 버스가 오가고 주말 500대 이상이 통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주차문제가 극심한 명동의 경우 '불법 주·정차 금지' 표지판 근처는 물론, 백화점 앞 버스정류장까지 관광버스가 정차하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실제 지난해 서울시가 발간한 '2013 서울 통행 속도 보고서'에 따르면 숭례문-한국은행-명동-을지로-청계천-광화문을 잇는 남대문로의 1년간 일일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승용차·버스를 합한 평균속도는 16.6km로, 서울 전체 도로의 일 평균 통행속도인 26.4km보다 9.8km나 느렸다.

출퇴근 혼잡 시간대나 백화점 세일 행사기간, 집회 등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배 이상 떨어진다.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동화면세점·경복궁·남산 한옥마을 인근도로도 불법 주정차를 일삼는 외국인 전용 관광버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다 명동 등 도심일대에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생기면 도심 교통체증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단 서울시는 2018년까지 관광버스 주차장을 571대에서 927대로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관광버스 주차예약제 실시로 도심지 유입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이탈리아 로마나 관광지 주변 승·하차장에 손님을 내려준 후 바로 떠나 공영주차장 등에 주차하도록 하는 프랑스 파리 사례 등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편, 개관한지 1개월도 안된 중국 상하이 자연박물관이 유커들의 무질서한 관람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최근 중국 신문신보(新聞晨報)에 따르면 지난 4월19일 정식 개장한 상하이 자연박물관에서 코모도왕도마뱀 모형의 발가락이 부러지고 불가사리는 관람객들이 수면위로 들어내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숨졌다.

코모도왕도마뱀은 보호를 위해 관람객과 사이에 유리벽을 설치했지만 높이가 낮아 관람객들이 손을 뻗어 모형을 만질 수 있었다. 박물관이 참관체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양식장을 만들어 개방했지만 관람객들이 수면위로 들어내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불가사리는 숨졌다. 박물관내 자원봉사자들이 불가사리를 만지지 않도록 했지만 관람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다른 참관자들을 위해서라도 비문명적 행위를 자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유커들의 각종 추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당국이 '실명공개를 통한 망신주기'라는 극약처방까지 꺼내 들었다. 최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은 전날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고 관광지 조형물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를 한 중국인 4명의 실명과 이들의 '비문명적 행위'를 공개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유커 블랙리스트'에는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안후이(安徽)성에 사는 장(張)모(중국정부와 중국언론은 실명으로 공개), 왕(王)모 씨가 등재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방콕발 난징(南京)행 태국 항공기 안에서 식사시간에 자신들이 가져온 라면을 끓여 먹겠다고 고집하며 뜨거운 물을 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승무원과 마찰을 빚었다. 장씨는 그 과정에서 뜨거운 물이 담긴 라면을 승무원에게 뿌렸고 동료인 왕씨도 장씨를 거들어 승무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위협을 가했다.

두 유커의 난동으로 항공기는 방콕으로 회항했다. 지난 1월 쿤밍(昆明)발 베이징(北京)행 항공기에서 비상구를 강제 개방한 베이징 시민 저우(周)모씨와 최근 노동절 연휴 기간 중 산시(陝西)성 우치(吳起)현의 홍군장정승리기념원에서 홍군의 조각상 머리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은 산시성 시민 리(李)모씨도 이 명단에 등재됐다.

앞서 중국 당국은 향후 관광지나 기내에서 관련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자국민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커의 비문명 행위에 관한 기록관리 임시규정'을 제정했다. 이 명단에 기재된 사람은 출국, 은행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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