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한국서 출세? 외모는 기본"

김현주 2015. 5. 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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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외모를 가꾸는 남성을 일컫는 이른바 '그루밍족' 증가로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이 급팽창하자, 화장품업체들도 남성화장품 라인을 강화하는 등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남성 소비자는 과거 스킨과 로션 정도만 사용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에센스·세럼·크림 등 기능성 기초 스킨케어 ▲자외선차단제 ▲비비크림 ▲시트마스크 등 여성과 다를 바 없이 다양하게 구입하고 있는데요.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 규모는 해마다 평균 10% 이상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남성을 겨냥한 화장품시장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 봤습니다.

토너와 에센스, 로션, 그리고 너무 화장한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피부 결점을 가려줄 BB크림. 이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소개한 한국 20대 남성들의 '기본적인' 피부 관리 단계다. WP는 최근 한국 남성들의 피부 관리 열풍과 급성장하는 남성용 화장품 업계를 소개한 서울발 기사를 홈페이지 상단에 실었다.

이 신문은 달팽이 점액이나 동물의 태반까지 이용하는 한국의 여성 화장품은 이미 유명하지만, 이제는 젊은 남성은 물론 일부 중·장년 남성까지 한국의 저가 화장품 업계를 떠받치는 데 가세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화장품 업체들이 포화 상태인 여성 제품 시장 대신 '블루오션'으로 남아있는 남성 제품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것.

남성용 제품은 국내 화장품 시장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4년 동안 매년 9%씩 성장해 왔다.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토너와 에센스, 로션 같은 기초 제품 외에 눈썹을 메우는 펜슬과 BB크림으로, 자연스러운 화장법을 알려주는 웹사이트들도 많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실제로 한 업체는 주말 야구장에서 새로 나온 남성용 클린저와 토너 샘플을 건네면서 홍보 행사를 벌였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홍보의 타깃 대상인 20~30대 남성이 이곳에 매우 많다"면서 "남자들은 보통 여자친구가 주는 제품을 쓰기 때문에 표본 추출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현재 남성용 제품 30개를 내놓고 있으며, 남성 라인의 홍보를 강화한 이후 신규 소비자는 13% 정도 늘었다.

신문은 한국에서 출세란 좋은 이력서를 갖는 것뿐만 아니라 멋진 외모까지 더해져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중년 남성이지만 야외 활동을 한 뒤에는 마스크 팩을 사용한다는 40대 사업가 A씨는 "한국 사회는 매우 경쟁적"이라면서 "젊은 남자들이 경력을 쌓을 기회나 여자친구를 찾을 때 외모는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아이크림 같은 안티에이징 제품을 사용한다는 30대 직장인 B씨는 "한국의 화장품 회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아직 손대지 않은 절반의 시장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남성 화장품 시장은 블루오션과 같아서 화장품 회사들은 모두 남성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 남성들은 한달 평균 13.3개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 27.4개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여성의 절반 수준이다. 가장 화장품 사용 개수가 많은 20대 남성의 경우 한 달 동안 평균적으로 15개의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가 발표한 화장품 이용실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4월8~20일 15~59세 남녀 1800명에게 최근 한달(30일)간 사용한 적이 있는 화장품의 종류와 사용 빈도를 물었더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남성 대부분인 98.7%는 샴푸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로션(87.2%)·바디클렌저(76.3%)까지 3개 품목의 사용률이 70% 이상이었다. 이밖에도 ▲핸드크림(67.1%) ▲린스·헤어컨디셔너·트리트먼트(65.9%) ▲바디로션(58.6%) ▲스킨토너(57.9%) ▲액상비누(56.9%) ▲선크림(56.4%) ▲세이빙폼·크림·젤(53.4%)의 사용률이 50%를 넘었다.

남성 2명 중 1명은 향수나 폼 클렌저를 사용하고 있었다. 지난 한달간 향수를 사용한 적 있다는 응답은 46.3%, 폼 클렌저를 사용한 적 있다는 대답은 45.4%였다. 팩(36.7%)이나 비비크림(19.4%)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에 비해 여성들은 ▲샴푸(99.7%) ▲핸드크림(94.1%) ▲스킨토너(92.5%) ▲바디클렌저(92.3%) ▲썬크림(90.1%) ▲린스·헤어 컨디셔너(90.1%) ▲로션(87.9%) ▲폼 클렌저(86.1%) ▲바디로션(94.8%) 등 14개 품목을 평균 70% 이상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한달간 화장품을 사용한 횟수는 남성은 액상비누(56.2회), 핸드크림(50.4회), 립글로스·립밤(49.4회), 로션(39.5회) 순으로 많았다. 여성 역시 핸드크림(72.1회), 액상비누(65.9회), 립글로스·립밤(62회), 스킨토너(53회) 순으로 사용 횟수가 많아 남성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연령대별로는 남녀 모두 20대의 화장품 사용 개수가 가장 많았다. 지난 한달간 사용한 화장품의 개수는 20대 남성이 평균 15.0개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30대(14.5개)와 40대(12.7개) 순이었다. 여성 역시 20대가 29.8개로 가장 많았고 30대 28.3개, 40대 26.7개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평균 사용 개수가 줄었다.

식약처는 "남성들의 화장품 이용 개수가 많은 것은 미용에 대한 남성들의 큰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남성이 늘면서 남성용 화장품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여성용 화장품을 사서 쓰는 남성도 늘고 있다. 과거 피부가 민감한 남성들이 여성용 스킨이나 로션과 같은 기초 제품을 주로 사용했다면, 요즘에는 노화방지 기능이 있는 제품이나 색조 화장품 등으로 구매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 11번가의 여성용 화장품 구매 고객 중 남성의 비중은 작년 하반기 36%로 전년도 같은 기간(27%)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또 다른 오픈마켓인 G마켓에서도 작년 상반기 여성 화장품을 구매한 남성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4% 늘면서 남성 고객 비중이 22%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38%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7%로 뒤를 이었으며 20대 17%, 50대 13% 등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팩·마스크 제품은 남성 고객 비중이 30%나 됐다. 즉, 구매 고객 10명 중 3명은 남성인 셈이다. 크림을 비롯한 노화방지 제품(26%)과 클렌징·필링 제품(25%)의 남성 고객 비중도 4명 중 1명꼴로 비교적 높았다.

기초 화장품뿐 아니라 여성용 색조 화장품을 구매하는 남성도 늘어 비비 크림을 비롯한 베이스메이크업제품의 남성 구매 고객은 전체의 18%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전효순 11번가 홍보팀장은 "잡티를 가리거나 피부 톤을 보정해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그루밍족'이 늘면서 기초 제품뿐 아니라 트러블·모공 관리와 관련된 기능성·여성용 색조 화장품을 구매하는 남성도 늘고 있다"며 "특히 색조 화장품은 여성용이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자신의 피부 톤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려는 남성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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