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노점상이 필요한 이유

김현주 입력 2015. 5. 19. 05:03 수정 2015. 5. 1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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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나쁘기만 할까?"

<편집자주> 도시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흔히 눈부신 스카이라인과 높고 커다란 건물들을 떠올리지만, 정작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은 주로 길거리와 좁고 작은 상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거리에 즐비한 수많은 노점상들이야말로, 우리 서민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공간 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우리는 빈번하게 노점상에서 다양한 액세서리와 패션잡화를 구경하고 길거리 음식들을 즐겨먹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쇼핑처럼 분명한 목적과 의미를 갖고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노점상은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삶의 주변부에 존재했으며, 그런 과정 속에 하나의 길거리 문화로 자리잡은 상태인데요. 물론 노점상을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상거래의 현장으로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노점상에 대한 애틋함과 정겨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기도 합니다. 또한 노점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기도 한데요. 노점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생각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불법 영업 논란이 적지 않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노점상. 이에 대해 상당수 소비자들은 '하나의 길거리 문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3개월 기준 길거리 노점상 이용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점상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점상이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존재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점상 필요여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2.7%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노점상의 필요성에 보다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노점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소비자들은 구경하거나 사먹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이나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를 둘러보듯이 노점상도 소비자들에게는 하나의 즐거운 쇼핑공간인 것으로, 특히 20~30대가 흥미 차원에서 노점상을 바라보는 모습이 강했다. 또한 생계형 노점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점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는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선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답변으로 보여지며, 이런 인식은 연령이 높을수록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노점상이 우리나라 문화의 일부이며 사라지면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들 것 같다는 문화적 관점과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많아진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노점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반면 노점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임차료·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권의 공정성이 흐트러지고 있으며, 대부분 불법으로 운영되는 것이라 반대한다는 의견을 많이 내놓았다. 주로 불공정한 상행위라는 측면에서 노점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세금 탈세 등의 불법행위가 일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노점상 때문에 보행이 불편하고 품질이 좋지 않은데다 비위생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으며, 길거리·도로 미관이 좋지 않아 노점상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많은 사람들이 노점상을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86.3%가 노점상도 하나의 길거리 문화라는데 동의한 것이다. 10명 중 7명은 노점상이 있으면 왠지 정감이 간다는 의견도 밝혔는데, 고연령층일수록 노점상에 대한 애착이 보다 큰 편이었다. 또한 전체 78.4%가 노점상이 사라지게 되면 뭔가 허전할 것 같다고 생각했으며, 노점상이 해외 관광객에게 좋은 관광거리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67.4%에 이르렀다.

트렌드모니터 관계자는 "노점상이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렸다"면서 "노점상이 많으면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의견과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노점상과 함께 상권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와 노점상으로 인해 주변 상권이 황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노점상의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전체 62.3%가 대부분의 노점상이 불법영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점상의 불법영업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은 모든 연령대에서 비슷했다. 그러나 생계형 노점상에게는 어느 정도 법적인 관용이 필요하다는 데 전체 78.7%가 동의할 만큼 노점상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컸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생계형 노점상에게 관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했다. 전체 2명 중 1명은 노점상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사회적 약자라고 바라봤지만, 젊은 층에서는 별로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밖에 10명 중 4명 정도는 노점상이 길거리 미관을 해친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행인에게 불편을 주는 존재라는 인식도 적지는 않았다.

소비자들이 평소 노점상에서 즐겨찾는 것은 의류·액세서리 등의 제품보다는 분식류 등 먹을 거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점상에서 제품을 구매한 경험보다 음식을 구매한 경험이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제품 구매 경험은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반면, 음식 구매 경험은 성별·연령에 관계 없이 모두 매우 많았다. 노점상 제품 및 음식 이용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이 밝힌 가장 큰 이용 이유는 공통적으로 길을 가다가 눈에 띄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노점상에서 주로 많이 구매하는 제품은 양말·스타킹·반지·귀걸이 등 액세서리였으며, ▲휴대폰 액세서리·모자·목도리 등의 패션소품 ▲꽃·화분 ▲의류 등도 노점상에서 많이 구매하는 제품들로 꼽혔다. 노점상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빈도는 보통 한 달에 1번 또는 2~3번 정도였으며 구매 장소는 번화가와 지하철역 근처, 동네 집 근처 노점상인 경우가 많았다.

그에 비해 노점상 음식은 한 달에 1번 또는 2~3번 이용하는 것은 물론, 일주일에 1~2번 정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 만큼 이용하는 빈도가 제품의 경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점상 음식을 주로 접하는 장소는 동네 집 근처, 번화가, 지하철 역 근처와 버스 정류장 근처였다. 가장 즐겨먹는 길거리 음식은 분식류였으며 ▲꼬치류 ▲땅콩과자·계란빵 ▲토스트 ▲와플 ▲타코야끼 ▲츄러스·도너츠 ▲음료 등도 많이 찾는 음식이었다.

노점상 제품·음식과 관련한 인식평가 결과, 소비자들은 거리의 노점상을 통해 쇼핑의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제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소비자가 전체 86.8%에 달했으며, 마찬가지로 길거리 노점상에서 음식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의견도 88.7%에 이른 것이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제품이나 음식을 판매하는 행동에 대해 법적 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각각 26.1%, 29.6%로 낮은 수준이었다. 상가나 매장에서 파는 것보다는 노점상 제품·음식이 저렴해야 한다는 데 각각 79.9%, 82.4%가 동의하고 있어, 노점상에서의 구매행위에 대한 소비자의 기본적인 기대치가 결국 저렴한 가격에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다만, 소비자 10명 중 4명은 길거리 노점상 제품은 '싼 게 비지떡'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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