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제왕절개 5위' 한국의 불편한 진실

김현주 2016. 6. 2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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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이상 고령산모 중 태아의 건강을 위해 자연분만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나, 실제 자연분만으로 출산을 하는 경우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간절하게 자연분만을 희망하더라도 태아의 체중이 너무 크거나, 태아가 선천적으로 기형을 갖고 있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만 하는데요.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는 정부에서도 제왕절개 수술을 받을 시 내는 진료비 부담을 크게 낮췄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본인부담 진료비가 57%에 달해 의료비 부담이 과했던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난임 시술도 건강보험에 포함시킬 계획인데요. 하지만 제왕절개 수술을 잘 마쳤어도, 수술 흉터는 여성인 산모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제왕절개 분만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고, 산모들의 수술 후 흉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첫 출산을 앞둔 김모(38)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년이 넘는 시험관 아기 노력 끝에 금쪽같은 쌍둥이 잉태했지만, 의사가 안전한 출산을 위해 제왕절개 수술을 권유했기 때문. 김씨는 "아이가 문제없이 태어나기만 한다면 다행이지만, 내심 자연 분만을 기대한데다 수술 후 배에 남을 흉터 자국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 산모 3명 중 1명은 제왕절개 분만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다. 실제 OECD 32개국 중 한국의 제왕절개 분만율(36%)은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1위인 터키(50.4%)와 비교하면 높지 않지만, 32개국 평균 분만율(27.6%)과 32위인 아이슬란드(15.2%)의 제왕절개 분만율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1985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는 제왕절개 분만율을 10%에서 15% 사이로 유지할 것을 권고해왔으나, 지난 30년간 전세계 제왕절개 분만율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급증했다.

◆10년 새 초혼연령 2년 이상 늦춰져…출산모 고령화 추세

제왕절개 분만율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고령산모의 증가는 제왕절개 분만을 증가시킨 원인으로 꾸준히 지목되는 요인 중 하나이다. 고령임신의 경우 △고혈압성 질환 △당뇨 △조기진통 △태반병변 등 출산에 여러 위험성이 뒤따르다 보니 자연 분만보다는 제왕절개가 선호된다.

산모의 고령화 추세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이유로 남녀 모두의 결혼(초혼) 연령이 늦춰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지난 10년동안 한국 남성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약 2.3세 증가했다. 2005년 기준 여성과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각각 27.7세, 30.9세였던 반면 2010년엔 여성이 28.9세, 남성이 31.8세로 올랐다. 지난해 기준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0세,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32.6세로 크게 증가했다. 이 같은 초혼 연령의 증가는 곧 늦은 출산으로 이어진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출산율 추이를 살펴보면, 20대의 출산율은 줄고 30대의 출산율은 증가하고 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연령집단별 출산율에서 25~29세 여성의 1000명당 출산율은 2010년 79.7명에서 2014년 63.4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30~34세 여성은 2010년 112.4명에서 2014년 113.8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고령 출산으로 구분되기 시작하는 35~39세 여성의 경우 2010년 출산율이 1000명당 32.6명에 그쳤으나, 2014년에는 43.2명으로 크게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40~44세 여성의 출산율 역시 2010년 4.1명에서 2014년 5.2명, 지난해 5.6명(잠정치)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기준 35세 이상 고령 산모는 전체 산모의 21.6%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체외수정 통한 쌍둥이 임신 확률 25% 이상…제왕절개 확률도 높여

제왕절개 분만을 하는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쌍둥이(다태아)의 임신이다. 다태아 임신은 태아의 위치 이상과 높은 조산율 등을 이유로 제왕절개 분만율이 높지만, 최근 이러한 쌍둥이 출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난임을 겪으며 체외수정을 통해 임신을 시도하는 하는 부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난 신생아(1만1597명) 중 쌍둥이 비율은 41%에 달했다. 자연임신으로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1% 정도로 희박한 데 비해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을 경우 쌍둥이 이상 다태아를 임신할 확률은 25~30%로 자연임신보다 확률이 30배 가까이 높다.

2014년 기준 다태아는 총 1만5180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3.49%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04년 다태아 출생아 수가 9880명으로 전체 출생아 중 2.11%를 차지하는 것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연간 합계 출산율은 1.3명을 넘어간 적이 없을 정도로 저출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왕절개 분만율이 전체 분만율의 30%를 훨씬 웃돌게 되면서, 제왕절개 산모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관련 정책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달부터 제왕절개 산모 진료비 추가 지원

WHO에서 10~15%의 제왕절개 분만율을 권고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왕절개 분만이 자연 분만에 비해 회복이 더디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산모가 당뇨나 비만 및 흡연 경력 등이 있을 경우 합병증 발병 확률은 더 높아진다.

제왕절개 산모는 일반 산모에 비해 평균 입원일수가 길고 치료 비용 역시 높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기존 임신·출산 진료비에 추가 지원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의하면 다음달부터 제왕절개 분만 시 본인부담금은 총 진료비의 20%에서 5%로 인하된다. 산모의 임신·출산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이다.

◆"제왕절개 수술,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설령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해도 평생 지워지지 않는 제왕절개 수술 흉터는 산모들에게 큰 신체·정신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흉터로 인한 외형적인 자신감 하락은 출산 후 스트레스를 더하고, 심할 경우 산후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최근 제왕절개 산모들의 건강한 회복을 위한 의료기기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제왕절개 수술 후 실밥을 제거한 절개 부위는 붉고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시카케어 계열의 실리콘 겔 시트형 흉터개선제는 특별한 시술이나 병원 방문 없이 집에서 직접 흉터 치료 할 수 있어 산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흉터 개선 방안이다. 미국 성형외과 학회에서도 흉터 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제품으로 추천하는 제형이다. 이밖에도 수술 부위의 감염과 합병증을 예방하는 간편한 진공음압장치(NPWT)인 ‘피코(PICO)’도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피코는 수술 직후 절개 부위에 부착돼 상처를 보호하고 음압을 통해 혈액순환을 돕는다.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 상처 부위 재생을 촉진하고 흉터 발생 또한 감소시킨다.

출산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일부 산모도 있지만, 대부분의 산모들은 건강한 태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 분만을 선택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 산모가 보다 건강하고 원활한 회복을 위해서는 출산 후 발생할 수 있는 산후우울증 등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는 물론, 산모에 대한 보살핌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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