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빙과업체, 가격 표시 안하는 이유

김현주 입력 2015. 5. 23. 05:03 수정 2015. 5. 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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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이 아이스크림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점을 이용해 가격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일부 빙과업체들은 유통 채널별로 가격 표시를 달리하는가 하면, 유통업체들은 소비자가격 표시가 되지 않은 제품을 이용해 '반값' 등의 상술로 소비자들을 현혹해 유통 질서와 가격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권장소비자가격 미표시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살펴 봤습니다.

#. 대학생 김모(24)씨는 지난달 중순 집 근처 마트에서 떠먹는 아이스크림 한 통을 샀다. 냉장고에는 '50% 할인'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즐겨먹는 제품이라 가격이 7500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마트측은 똑같이 7500원을 내라고 했다. 김씨는 "할인 적용이 안되느냐고 따졌다"면서 "그러자 마트 판매원은 '원래 1만5000원인데 반값에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형마트 등의 대부분의 소매점들이 빙과·과자·라면 등의 판매대 앞에 ▲반값 할인 ▲1+1 ▲원가 세일과 같은 문구를 내걸고 있지만, 원래 가격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식품 제조업체들 때문에 소비자가 실제로 얼마나 싸게 사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10개 업체 186개 품목의 과자·라면·아이스크림을 조사한 결과, 105개(56.5%)에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없었다.

이는 2년 전인 지난 2013년 5월 같은 조사(동일품목) 당시와 비교해 권장소비자가격 미표시율이 39.8%에서 56.5%로 오히려 16.7%포인트나 높아졌다.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의무는 지난 2010년 7월 최종 판매업자의 자율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 제도가 도입되면서 없어졌다.

하지만 이후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고 '할인율 뻥튀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1년만인 2011년 7월 폐지됐고, 당시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권장소비자가격을 자율적으로 다시 표시해 정부 물가 안정책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해 약 4년이 지금까지 권장소비자가격이 제대로 부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 종류별로는 과자류의 가격 표시율이 2013년 77%에서 올해 53.3%로 23.5%포인트나 떨어졌고, 라면도 51.5%에서 45.5%로 6%포인트 하락했다.

과자 중에서는 ▲해태제과 구운감자·홈런볼·오사쯔 ▲크라운제과 버터와플·크라운산도·쿠쿠다스 ▲롯데제과 립파이·도리토스 ▲오리온 고소미·촉촉한초코칩·카메오 등 31개 품목의 가격 표시가 2년 사이 추가로 사라졌다.

라면의 경우 ▲농심 육개장 ▲삼양식품 맛있는라면 ▲팔도 틈새라면 등 3개가 가격 표시를 지워버렸다.

해태제과·빙그레·롯데제과·롯데삼강 등의 아이스크림·빙과류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31개 품목 가운데 1개(해태 탱크보이)를 빼고는 권장소비자 가격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사실인지 파악할 길이 없는 소매점의 '반값 할인' 행사가 하드 등 빙과류에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사별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율을 살펴보면, 과자류에서는 농심이 100%(18개 중 18개)로 가장 높았고, 롯데제과(68.2%)·해태제과(50%)·오리온(40.7%)·크라운제과(37.5%)·빙그레(0%)·삼양식품(0%) 등이 뒤를 이었다.

라면에서는 농심(76.9%)·삼양식품(57.1%)·팔도(20%)·오뚜기(0%) 순으로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에 적극적이었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최근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면서 권장소비자가격이 없는 상태에서는 소비자가 아예 가격 인상 자체를 눈치채지 못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대체 정확히 얼마나 오른 것인지도 짐작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픈 프라이스의 폐해가 심각해 정부가 제도를 폐지한 만큼, 권장소비자가격을 식품업체의 자율에 맡겨 두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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