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구제역 확산 조짐..소비자 불안감 ↑

김현주 2015. 1. 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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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 김모(34)씨는 저녁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았다. 오랜만에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 정육 코너로 향하는 순간, 최근 뉴스에서 나왔던 구제역이 마음에 걸렸다. 김씨는 "구제역 파동이 일 때마다 고민했던 순간이지만 여전히 돼지고기를 먹어도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가축 전염병 파동, 환경호르몬 문제 등 '올바른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고민이 깊어져 가고 있다. 최근에는 식탁에 올라온 음식들이 과연 믿고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하는 것이 많은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돼버린 지 오래다. 특히 다른 먹거리보다 우리가 평소 매일 마주하는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다. 최근 구제역이 다시 발생하면서 축산농가는 물론,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구제역 발생 이후 소비자들은 안심하지 못하고 육류 소비를 줄이고 있는데, 구제역과 육류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알아본다.

28일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3개월 기준 육류소비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구제역과 육류소비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제역 발생 이후 국내산 축산물 및 관련 가공품의 소비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구제역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한 소비자의 10명 중 5~6명 정도는 국내산 축산물을 평소처럼 소비한다고 응답했지만, 나머지 소비자들은 국내산 축산물의 소비를 줄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였다. 햄이나 소시지 등 육가공식품과 햄버거를 평소만큼 소비한다는 응답은 각각 59.4%, 54.8%에 그쳤다. 그에 비해 평소 대비 절반 정도 또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로 소비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3~4명에 달했다. 햄버거의 경우 아예 소비하지 않는다는 소비자도 13.8%로 적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유제품은 평소만큼 소비한다는 응답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 구제역 확산 우려…2010년 파동 때만큼은 아냐

전체 68%가 향후 구제역이 확산될까 봐 염려된다고 응답할 만큼 구제역 확산에 대한 우려는 큰 편이었다. 특히 고연령층일수록 구제역 확산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반면 구제역 확산이 염려되지 않는다는 의견은 6.2%에 불과했다. 다만 구제역 확산에 대한 우려 수준은 과거 2010년 구제역 파동 당시(2011년 조사·81.3%) 보다는 낮아진 것으로, 구제역 확산을 둘러싼 불안감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것으로 보여진다.

구제역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예전보다는 줄어든 것과 달리 인체에 무해하다는 믿음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평가 결과, 구제역이 소나 돼지 등의 가축에게서 유행하는 병이기 때문에 인체에는 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보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소비자가 더 많았다. 즉, 2011년에 전체 47.7%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믿음을 가졌던 것과 비교했을 때 훨씬 많은 사람들이 구제역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전체 77.2%는 가축 등의 대량 살처분으로 축산 농가의 피해가 확산되면, 결국 국민경제의 손실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2011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구제역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수입산 육류의 소비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구제역이 소멸될 때까지 국내산 육류보다는 수입산 육류를 먹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바라보는 소비자는 14.8%로, 구제역과 상관없이 국내산 육류가 가장 안전하다는 의견에도 미치지 못했다.

◆ 10명 중 2명, "육류 원산지 크게 신경 안 쓴다"

이와 함께 육류에 대한 인식을 평가한 결과 여전히 국내산 육류에 대한 선호도가 수입산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산이 수입산보다 더 좋은지를 묻는 질문에 ▲소고기(동의율·64.3%) ▲돼지고기(66.7%) ▲닭고기(62.8%) ▲오리고기(53.3%) 모두 국내산을 더 선호한다는 소비자가 과반을 넘어선 것이다. 반면 비동의 응답은 소수에 불과했다. 다만 2012년에 같은 조사를 진행했었던 소고기의 경우는 당시에 비해 국내산 소고기에 대한 선호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잇따른 FTA 체결 이후 수입산 소고기에 대한 소비 및 선호도가 어느 정도 증가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10명 중 2명 이상은 원산지를 크게 상관하지 않고 먹는 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원산지를 고려해서 먹는다는 의미의 비동의 응답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내산 육류에 대한 선호에도 불구하고 국내산만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했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는 어느 정도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파동 당시에 비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다는 소비자가 절반에 가까웠다. 지난 2012년과 비교했을 때 그만큼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줄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반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의견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였으며, 41.4%는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돼지고기와 닭고기·오리고기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절반 가량이 수입산 육류의 안전성이 염려되는 편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수입산 고기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소수에 불과해 전반적으로 국내산 고기의 안전성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국내산이나 수입산의 안전성에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의견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나, 정부 당국의 철저한 위생 관리·감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한우 > 국내산 육우 > 호주산 소고기 > 미국산 소고기

육류별 원산지에 대한 이미지 평가 결과에서는 국내산 육류에 대한 선호도 및 평가가 모든 육류에서 우세한 가운데, 호주산 소고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먼저 소비자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소고기 원산지는 단연 국내산 한우(80%)였다. 그러나 이는 2012년(87.4%)에 비해서 소폭 줄어든 결과로, 호주산 소고기가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11.8%)이 2012년(6.6%)보다 증가한 것과 대비됐다.

맛이 좋고 주위 평판이 좋으며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는다는 항목에서도 국내산 한우에 대한 평가는 다소 낮아진 반면, 호주산에 대한 평가는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가격경쟁력에서는 수입산 소고기에 대한 평가가 국내산 한우를 앞질렀다. 가격 대비 맛이 좋은 원산지로 국내산 한우(20.9%)와 육우(12.7%) 보다 호주산 소고기(52%)를 꼽는 소비자가 훨씬 많았으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평가도 호주산(45.1%)과 미국산(36.6%)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소고기 원산지도 호주산(48.9%)과 미국산(20.8%) 등 주로 수입 소고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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