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기술⑦] 영화와 소설 속 로봇, 파괴자vs구원자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입력 2014. 8. 31. 07:09 수정 2014. 8. 3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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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계를 바라보는 이중 시각 반영

[머니투데이 테크앤비욘드 편집부][첨단 기계를 바라보는 이중 시각 반영]



일렉트로와 스파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사가 만든 휴머노이드일렉트로와 로봇견 스파코

20세기 들어 영화와 소설은 로봇 기술의 발전을 반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동시대 사람들이 그러한 발전을 이해하는 관점에 영향을 주었다. 픽션 속에 나타난 로봇에 대한 관점은 시대상의 변천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시선 사이를 오갔다.

잘 알려진 것처럼 '로봇(robot)'이라는 단어는 1921년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에서 처음 쓰였다.(R.U.R.는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의 줄임말이며, 로숨은 여기에 나오는 인조인간들을 창조해 낸 천재 과학자다) 차페크는 공장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인조인간(이 책에 나오는 '로봇'은 흔한 오해와 달리 기계 인간이 아니라 생물학성 유기체다)을 그리면서 체코어로 '노동자' 내지 '임금 노예' 정도의 의미를 담은 로봇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 작품에서 처음에 로봇은 인간을 노동의 부담에서 해방시켜 일종의 유토피아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로봇들은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란을 일으켜서 인간들을 집단 살육하고, 결국에는 지구를 지배하는 새롭고 더 우월한 종으로 군림한다. 이 작품은 로봇의 미래를 보는 비판 시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인공 생명을 창조했다가 자신이 만들어 낸 창조물에 의해 파멸을 맞은 과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메리 셸리의 앞서가는 소설 '프랑켄슈타인'(1818)과 맥을 함께한다.

로봇, 카렐 차페크의 희곡에서 유래

'R.U.R.'에서 등장한 비관 시각(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낙관 시각)은 산업혁명기 이후 인간의 노동을 기계의 리듬에 예속시키고, 더 나아가 일자리를 뺏는 자동 기계가 등장한 데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것이었다. 이처럼 위협하는 로봇의 이미지는 1927년 독일의 프리츠 랑 감독이 만든 고전 SF 영화 '메트로폴리스'에도 이어졌다.

'메트로폴리스'에 그려진 미래 사회에서는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이 지상과 지하의 세계로 나뉘어 대립한다. 자본가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가 늘어선 지상의 대도시에서 거주하는 반면에 노동자들은 어둡고 칙칙한 지하 공간에서 거대한 기계들에 묶여 지상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노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 속에서 과학자인 로트방은 노동자들의 지도자인 마리아의 모습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보내 노동자들에게 혼란과 분열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시기에 로봇의 부정 이미지만 있은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20세기 전반기에 열린 만국박람회들은 로봇을 현대 기술의 힘과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이자 인간에게서 힘들고 지루한 일을 덜어 주는 유용한 존재로 그려 냈다. 1939년 미국 뉴욕 만국박람회에 전시된 기계 인간 일렉트로(Elektro)와 기계 개 스파코(Sparko)가 가장 유명한 예다. 바로 그해에 과학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나중에 '아이 로봇'이라는 책으로 묶이는 일련의 로봇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 수록된 '핑계(Runaround)'(한국어판 '스피디―술래잡기 로봇')라는 단편소설에서 아시모프는 유명한 로봇공학 3원칙(1.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된다, 2. 로봇은 제1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3. 로봇은 제1, 2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을 제시했다. 이는 인간에게 유용하면서도 해를 끼칠 수는 없는 로봇의 낙관과 긍정 이미지를 정립한 것으로, 이후 대중문화에 매우 크게 영향을 미쳤다. 1956년에 만들어진 SF영화 '금지된 행성'에 등장해 큰 인기를 끈 로비(Robby)란 로봇 역시 로봇공학 3원칙에 따르도록 프로그램된 것으로 묘사되었다.

메트로폴리스(1927) 산업 혁명기 이후 일자리를 뺏는 자동기계(로봇)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영화

1960년대 이후 부정적 이미지 우세

로봇을 긍정으로도 부정으로도 바라보는 양가 이미지는 1960년대 이후 점차 부정된 방향으로 치우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낳은 요인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컴퓨터가 빠른 속도로 발전해 이전까지 지식이 매우 많은 사람들만 풀 수 있던 수학 문제 등을 척척 풀어내면서 인간의 지식 능력에 필적하거나 심지어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AI)이 머지않아 등장할 거라는 성급한 기대가 커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핵무기와 같은 거대 기술 시스템에 대한 두려움과 살충제 DDT 등에 의한 환경 파괴 우려가 커지면서 지식인 사회에 기술비관론이 널리 퍼졌다.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자크 엘륄, 루이스 멈퍼드 같은 사상가들은 거대해진 기술 시스템이 인간의 목적에 봉사하는 도구로 기능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도리어 인간을 압도하게 된 현실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러한 두 가지 경향이 합쳐지면서 인간에게 반항하고 더 나아가 인간을 지배하려 하는 로봇이 대중문화의 주요 흐름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1968년에 공개된 스탠리 큐브릭의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그런 흐름을 주도한 선구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 영화에서 목성으로 가는 우주선의 관제를 담당하는 슈퍼컴퓨터 HAL-9000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체스를 둘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을 갖춘 존재이지만 승무원의 명령을 거부하고, 심지어 승무원 일부를 살해하기까지 하는 '패륜아'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이어진 1970년대는 로봇의 재현에서 이른바 기술공포론(technophobism) 시각이 지배되던 시기였다. 1973년에 제작된 '웨스트월드'는 이런 경향을 잘 보여 주는 대표작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서부의 세계'는 일종의 테마파크로, 관광객들이 인공지능 로봇들을 상대로 서부 개척 시대의 '낭만'을 즐길 수 있게 꾸며져 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스템의 제어 장치에 고장이 생기면서 로봇들이 폭주함으로써 관광객들을 살상하고, 테마파크는 일대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그로부터 몇 년 후에 개봉된 영화 '악마의 씨'는 금속 상자 속에 '갇힌'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지 못한 인공지능 컴퓨터가 로봇을 이용해 여자를 납치한 후 그녀의 몸을 빌려 '후손'을 낳으려 시도한다는 다소 엽기 내용을 담았다.

로봇과 핵전쟁의 공포를 결합시킨 '터미네이터'(1984), 기계의 위협과 가상현실의 실재성이라는 문제를 영리하게 조합한 '매트릭스'(1999) 등에서 볼 수 있듯 1980년대 이후에도 로봇이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내는 경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전후해 1970년대부터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그려져 온 인간과 로봇·기계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둘이 서로 화해하고, 심지어 로봇이 스스로를 희생해 인간을 구하는 '구원자'로 그려지는 등 종전과는 다른 이미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982년 발표돼 SF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는 산성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2019년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4년의 수명을 넘어서기 위해 탈주를 감행한 인조인간(리플리컨트)들과 이를 제거하려는 형사 '블레이드 러너' 사이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리플리컨트는 인간보다 오히려 더 '인간'의 면모를 지닌 것으로 묘사되며, 마지막에 자신을 죽이려는 블레이드 러너를 구해 주기까지 한다. 1991년 컴퓨터 그래픽의 혁신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터미네이터 2' 역시 전편의 터미네이터 위협 이미지 대신 학습을 통해 인간의 모습과 닮아가는 새로운 기계·로봇의 이미지를 그려 내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컴퓨터·로봇의 대중화와 함께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 기계들을 좀 더 친근하게 여기게 된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1970년대 이후 대중문화를 풍미하던 기술공포론 관점의 극복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최근 만들어진 SF 작품 '아이 로봇'(2004)이나 '월-E'(2008)는 한 편의 영화 속에 악당 로봇(융통성 없는 '기계')과 선한 로봇(좀 더 '인간'의 특성을 지닌 기계)이 함께 등장해 후자가 인간을 도와 전자와 싸우는 식의 대립 구도를 그려 내고 있는데 여기서 엿보이는 양가 태도는 새로운 '첨단' 기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이중 시각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글=김명진 덕성여대 강사(과학사 전공)

▶커버스토리 '로봇' 목차

[로봇기술①] 글로벌 IT 기업들 미래 로봇시장을 잡아라

[로봇기술①-1] DARPA 로봇틱스 챌린지, 로봇 신기술과 혁신의 경연장

[로봇기술②] 사람을 이해하는 로봇, 가능할까

[로봇기술③] 상황과 환경 인지기술 어디까지 왔나

[로봇기술④] 한국 로봇, 1등 전략만이 살길

[로봇기술⑤] 한국 '로봇 강국' 향해 뛴다

[로봇기술⑥] 해외 로봇기업 대학·연구소 기반으로 독립회사 성장

[로봇기술⑥-1] 유럽 로봇기업, 프로젝트 결과 공개로 전체 연구 수준 높여

[로봇기술⑦] 영화와 소설 속 로봇, 파괴자vs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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