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의 눈]저금리 환상에 빠지지 말라

입력 2015. 4. 8. 14:04 수정 2015. 4. 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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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금리 효과를 둘러싼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금리 효과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72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일정한 수익률 또는 이자율이 유지될 때 원금이 당초보다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하는 방법인데, 72를 수익률로 나누면 해당 기간이 나오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시중 금리가 15%일 때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은 대략 4.8년(=72/15)이 된다. 시중 금리가 3%이면 24년이 걸리게 된다. 20년 전 금리 수준에서는 5000만원을 1억원으로 만드는 데 5년밖에 안 걸렸으나, 요즘과 같은 금리 수준에서는 무려 24년도 넘게 걸리는 것이다. 즉, 불과 20년 만에 원금을 두 배로 불리는 데 다섯 배의 시간이 더 걸리는 금리 수준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런데 자금 증식의 논리에서 보자면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금리 15%가 A가 누리는 수익률이라고 보고, 3%가 B가 누리는 수익률이라고 생각해보자. A가 5년 동안 원금을 두 배로 불린 뒤 가만히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B가 24년 동안 자금을 굴리게 되므로 A도 똑같이 24년을 굴리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그 경우 처음에 똑같이 5000만원을 넣은 두 사람이 24년 후 보유하게 되는 자금에는 훨씬 더 큰 차이가 발생한다. B의 돈은 24년 뒤에 1억원으로 불어난 것에 그치겠지만, A는 같은 자금을 두 배로 만드는 것을 다섯 번 되풀이할 수 있다. 즉, 5000만원에서 1억원→2억원→4억원→8억원→16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금리는 다섯 배 차이에 그치지만, 복리 효과에 따라 같은 기간 두 사람의 자산규모는 16배나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고금리 시대와 저금리 시대의 차이는 매우 극명하다. 하지만 불과 20년 만에 경제성장률과 금리 수준이 급감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여전히 고성장·고금리 시대의 상식(?)에 사로잡혀 있다. '집이든 땅이든 사두면 오른다'는 공식이 통했던 시대의 사고방식에 따라 여전히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또한 예전에는 임금을 열심히 저축하면 높은 금리 때문에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자금을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들은 과거가 되고 말았다.

1986~1992년 고성장기 6년과 저성장기인 2008~2014년 6년의 투자수익률을 비교해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고성장기에는 어디에 투자를 했든 최소 두 배에서 심지어 주식의 경우 한때 5.8배의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성장기에는 어떤 곳에 투자를 하든 같은 기간 3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기가 어려웠다. 특히 이 기간 중 누적 이율 상승률이 20%가량이었으므로 실제로는 투자 대상에 따라 은행 이자율에도 못 미쳤던 경우도 있다. 물론 이 또한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의 특수한 상황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특수한 상황이 그다지 특수하지 않은 시대라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저금리라고 해서 무턱대고 돈을 빌려 투자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위험한 투자를 감행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상당수 언론들은 저금리 상황에서 풀린 돈들이 자산시장으로 이동해 자산가격이 과거처럼 뛸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나오는 단견이자 착시현상일 뿐이다. 저금리이기 때문에 자산가격이 뛸 것이라는 건 착각이다. 온갖 경기 대책도 먹히지 않으니 1%대 저금리까지 온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잘못된 '저금리 환상'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선대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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