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가상 스튜디오, 노동신문 PDF .. 진화하는 북한 선전술

이영종 2015. 4. 2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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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김정은 찬양가요 선전서방유학파 김여정 관여 추측김정은 백두산 사진 조작 논란"주민 상대로 우상화 보도 강화"

지난 토요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해발 2750m인 백두산에 올랐습니다. 아직 한겨울 날씨(북한TV 일기예보는 영하 4도)에 초속 25m 강풍까지 불었다니 말그대로 '맵짠' 날씨였죠. 김 제1위원장은 함께 등반한 공군 전투비행사들에게 '백두의 칼바람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집권 후 각별한 애정을 쏟아온 공군부대가 최고지도자인 자신과 북한 체제를 결사옹위하는데 핵심이 되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김정은 육탄결사대"가 되겠다며 "백두산에서 시작된 하늘길을 한라산 끝까지 반드시 이어놓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런데 정상에서 비행사들과 찍었다는 기념사진이 조작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노동신문은 이튿날 1면 머릿기사부터 4개면에 걸쳐 관련 소식을 무려 33장의 사진과 함께 전했는데요. 김정은 뒷편 한무리 군인이 마치 공중부양한 듯한 어색한 자세로 비쳐지자 대북 분석 전문가와 네티즌이 의혹을 제기한겁니다. 환호 분위기를 부각시키려 덧붙인거란 얘기입니다.

 북한의 영상 이미지 편집·조작은 김정은 시대들어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왔죠. 4년 전 27세란 젊은 나이에 집권하다보니 카리스마 구축 등을 위해 유혹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흡연장면을 없애려 손가락 사이 담배를 없애버리는 방식이었는데요. 담배연기를 지우지 않는바람에 들통나 버렸습니다. 2012년 말에는 김 제1위원장이 공을들인 마식령스키장 개장 행사장이 썰렁하자 스키선수 사진을 떼어다 붙여 붐비도록 조작한 사례가 있었죠. 김정은이 참관한 상륙훈련을 전한 노동신문은 공기부양정 이미지를 복사하는 방식으로 숫자를 늘렸다가 발각된 적도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도 일부 조작 사례는 있었습니다. 수해원조를 더 얻으려 홍수가 난 대동강 수위를 높게 덧칠한적도 있는데요. 이를 전한 외신이 '조작됐으니 쓰지말라'는 의미의 '포토킬(Photo Kill)'조치를 취했죠. 건강이상으로 활동을 못할 때는 군부대 방문 사진을 조작해 써먹은 적도 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건 국제적 망신을 사면서도 왜 이런 행태를 되풀이하느냐는 겁니다. 외부 시선에 아랑곳않고 주민을 상대로 한 이미지 조작에 매달리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는데요. 방북취재 때 만난 북한 기자와의 대화를 반추해보면 짐작가는 대목이 있기는 합니다. 한국 사회는 언론의 최고덕목을 진실보도에 두는데 반해 북한은 '혁명의 이익에 얼마나 복무하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는겁니다. 노동신문의 한 기자는 "진실과 좀 거리가 있더라도 인민을 혁명에로 고무 추동토록하는 게 우리 언론인의 임무"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그런데 이젠 북한 주민에게도 조작을 통한 선전선동이 먹히지않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북한과 잇닿은 중국 국경지역에 머물며 남한 드라마·가요 등 한류(韓流) 유입실태를 조사 중인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김정은 찬양교양에 냉소적 태도를 보이고, 강연 도중 '쳇, 쳇'하며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세 살 때 운전을 시작했다는 식의 우상화 시도에 이젠 코웃음을 친다는겁니다.

 북한 당국이 한층 진화된 선전선동에 눈을 뜨고 있는 징후도 보입니다. 올들어 HD(고화질)급 위성방송을 시작한 조선중앙TV는 유튜브까지 활용해 김정은 동영상이나 찬양가요를 전합니다. 김정은을 희화화 한 서방 영상물이 넘쳐나는 곳이라 부담을 느끼겠지만 운신폭을 넓히려 안간힘을 쓰는듯합니다. 북한TV에는 최근 가상스튜디오를 활용한 프로그램도 등장했죠. 노동신문은 남한과 해외를 겨냥해 신문지면 보기 PDF서비스를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 중입니다. 대남 선동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와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홈페이지도 한몫 거들고있는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 집권 이후 평양이 달라졌고, 주민생활이 나아졌다는 걸 주장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죠.

 새로운 방식의 선전선동을 책임진 인물은 다름아닌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라는게 정보 당국자의 귀띔입니다.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 때 김기남 노동당 선전선동 담당 비서가 단상이 아닌 방청석에 앉은 게 포착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관측에 힘이 실립니다. 1966년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시작으로 50년 가까이 일해온 베테랑이 밀려나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겁니다. 서방유학 경험이 있는 26세 부부장(차관) 김여정이 오빠의 권력기반 다지기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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