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아나운서도 가수도 .. 평양선 지금 '이설주 커트'

이영종 2015. 3. 24. 00: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장품 공장서 마스카라 본 김정은"하품만 해도 너구리눈 된다"북한 생산라인 기술력 부족 지적

지난주 인터넷에는 한 편의 남북한 관련 동영상이 올라와 시선을 끌었습니다. 유튜브 채널인 '컷 비디오'가 지난 100년 간 한국의 여성 스타일 변천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인 건데요. 비녀를 꽂은 1910년대 모습으로 시작된 영상은 50년대부터는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남북 여성의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보여줍니다. 다소 과장됐지만 오랜 분단으로 이질화된 단면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그런데 이런 남북한의 차이가 머지않아 줄어들지 모릅니다. 요즘 평양에서 여성 화장과 머리손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각별히 챙기고 있다는 걸 관영매체의 보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4일 평양화장품공장 생산라인을 방문한 김 제1위원장은 눈 화장에 쓰이는 마스카라를 살펴보다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지적합니다. 물기에 약해 화장이 번지는 문제를 언급한 건데요. 김정은은 "외국의 아이라인, 마스카라는 물 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합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여성 화장품 브랜드를 줄줄이 대기도 했다는데요. 10대 시절 스위스에서 조기 유학한 경험이 작용한 듯합니다.

 김정은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우리 화장품 업체 관계자에게 취재해봤습니다. 역시 기술력의 문제라고 하는군요. 마스카라의 경우 색소 배합 때 '폴리머'라고 통칭되는 '기타 화학물질'을 넣어서 점성을 조절한다는데요. 속눈썹에 잘 밀착되도록 하는 효과를 주는 성분에 문제가 생기면 '너구리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런 낙후성 때문일까요. 특권층을 위한 화장품 수입은 국제사회의 사치품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2년의 경우 사치품 수입액 6억4586만 달러(7204억원) 가운데 향수·화장품이 631만 달러(70억원)를 차지했습니다.

 헤어스타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습니다. 조선중앙TV에 등장하는 여성 아나운서들은 예전에 보기 힘든 짧은 커트로 유행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여름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첫 등장하며 선보였고 은하수악단원들이 따라했던 스타일인데요. 김정은 시대의 건축물로 북한이 자랑하는 마식령스키장과 평양 문수물놀이장 헤어�에는 10여 가지의 세련된 헤어스타일 견본 사진이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길이가 짧아진 게 특징이죠.

 사실 북한 여성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한동안 제약받았습니다.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체제 특성에다 경제난까지 겹친 때문이죠. 80년대 초반까지 검정치마에 흰 저고리 차림이 대종을 이뤘는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86년엔 '주민복장규정'을 내려 여성들의 바지 착용까지 금지했습니다. "여자가 바지를 입으면 조선여성의 아름다운 풍모가 없어진다"는 이유였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89년 7월 평양에서 개최된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해외 젊은이들의 차림새를 접하면서 변화에 순통이 트였습니다. 특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밀입북한 임수경(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씨가 청바지 차림으로 평양 시내 등을 누벼 적지않은 충격을 줬다고 합니다. 이후 90년대 들어 '나뉜 옷'(투피스)이나 '달린 옷'(원피스) 등이 본격적으로 선보였고, 패션쇼와 관련 잡지도 등장했습니다. '청춘머리'나 '파도머리', '함박꽃머리' 같은 다양한 헤어스타일이 나타나고, 송진을 이용해 헤어무스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자력갱생형' 멋내기가 등장한 것도 이때쯤입니다. 김정은 시대의 등장과 함께 아름다움에 제대로 눈뜨기 시작한 여성들을 막을 힘은 없어 보입니다. 외국 명품 화장품 못지않게 한국산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평양의 화장품 매장에 한국산 브랜드가 등장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평양시내 활보 '청바지 차림' 임수경에 놀란 北…지금은

'돈만 벌어간다' 오명 한국골프, 이젠 "LPGA투어 주인"

홍준표, 美 출장 중 평일 오후 부부동반 골프…"유감"

YS·DJ와 어깨 견주던 남자 "이회창에게 배신 당해…"

짧은치마 女 민망 컷, 카메라 앵글 아래서 잡으니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