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스토리] 취업문 뚫어봤자 '장그래' 벤처사장 꿈꾸며 '빙그레'

한현묵 입력 2015. 1. 24. 06:03 수정 2015. 1. 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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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난에 녹초 된 청춘들..대학가는 지금 창업열풍

VIV 정충효(28) 대표는 등산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산을 탔다. 배낭을 내려놓고 습기 가득한 축축한 산길에서 숨을 돌리곤 했다. 축축한 등산길이니 쉬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장비를 넣다보니 배낭은 무거웠다. '배낭과 의자를 겸용할 수는 없을까.' 아이디어가 문득 떠올랐다. 등산용 배낭을 필요할 때 의자로 용도를 바꾼다면 무게도 부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기로 하고, 창업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달 '체어백'이라는 시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급기야 정 대표는 전북대 유리소재 파이버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졸업 대신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정 대표는 "머릿속의 디자인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 제품을 지난 16일 교내에서 열린 제2회 창업한마당에서 선보였다. 체어백을 눈여겨보던 한 유명 가방업체가 대량생산을 제안했기 때문. 체어백은 3월 전국의 가방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전주대 창업동아리 '드림걸스'의 창업자 4명은 물리치료학과 재학생들이다. 이들은 골반을 바로 잡아주는 라이트스커트(골반벨트)를 개발했다. 젊은 여성들이 산후나 잘못된 보행, 하이힐 때문에 허리나 골반이 틀어져 생고생하는 일이 많은 데 착안한 것이다.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에 재학 중인 김재학(28)씨는 2013년 1인 기업 '블루버드'를 창업했다. 편의점 음식점의 라면국물을 악취나지 않게 처리하는 쓰레기통을 개발한 것이다.

울산대 창업동아리 '한 그릇'(한 사람을 위한 밥상)팀은 지난해 6월 일본과 서울 등에서 유행 중인 1인 전용 식당을 벤치마킹한 창업을 준비 중이다. 서울 삼육대 창업동아리 '드림케팅'은 소비자 개개인의 피부 톤을 진단하는 기기를 개발했다. 피부 톤에 맞는 화장품 색조를 손쉽게 조합할 수 있다.

요즘 정부가 창업 선도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면서 대학생 창업 바람이 불고 있다. 바늘귀의 취업 관문을 뚫어도 어차피 '미생'의 직장생활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생 창업 기업의 생존율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2012년 기준으로 1년차 생존한 신생기업은 48.5%로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2년차 33.4%, 3년차 25%로 갈수록 생존율은 떨어진다. 40대와 50대 신생 기업의 3년차 생존율이 각각 39.8%, 41%인 점과 비교하면 낮다. 대학생 창업의 걸림돌도 적지 않다. 정부의 소관 부처가 분산돼 있어 지원 내용이 중복된 데다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조성현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 조사연구팀장은 "각 부처의 관련 정책을 통합하고 기능을 조정하는 단일 부서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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