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스토리] 의원 막말·한숨까지 생생한 역사 남긴다

입력 2014. 10. 25. 06:02 수정 2014. 10. 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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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사관' 국회 속기사

정우택 정무위원장: "처장! 처장! 여기 지금 국회 설득하러 왔어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아니, 설득하는 게 아니라…."

정 위원장: "위원장이 발언권 안 준다는데 왜 자꾸 얘기를 하는 거예요?"

박 처장: "저는 당위성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정 위원장: "참 나, 어떻게 위원님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의 보훈처 국정감사에서 오간 대화다. 정 위원장은 박 처장이 업무보고를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자 언성을 높였다. 국감을 보지 않아도 험악한 현장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이런 말싸움이나 박진감 넘치는 장면은 '현대판 사관'으로 불리는 국회 속기사의 손을 통해 포착되고 되살아난다. 속기사는 국회 모든 회의 내용을 날것 그대로 기록한다. 국민에게 역사의 한 부분을 꾸밈없이 전달하기 위해서다.

보람만큼 고역도 있다. 발음이 부정확한 데다 전문지식을 늘어놓는 의원을 만날 때가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 속기사 여러 명이 따로 모여 '공청'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의원실에 연락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몇 배 수고하는 셈이다. 한 야당 고위 당직자는 속기사들 사이에선 가장 '난해'한 인사로 정평이 나 있다. 야당 출입 기자들도 이 당직자의 말을 받아 적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의사국 의정기록과에는 24일 현재 속기사 116명이 활동하고 있다. 발언을 기록하는 실무 속기사 74명, 발언록을 교열·교정하는 편집 속기사와 관리자 47명이다.

한 상임위엔 보통 속기사 5명이 배정된다. 속기는 15분 마다 교대하고 최종 속기록은 통상 일주일 뒤 나온다. 본회의, 예산결산특위는 약간 다르다.

속기사 2명이 한 팀을 이뤄 5분마다 교대하고 즉각 교열작업을 거쳐 바로 전산시스템을 통해 공개한다. 국민들은 이를 통해 어떤 의원이 어떤 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속기록은 국회법상 절대 삭제, 수정할 수 없다. 의원의 발언은 물론 말투, 심지어 한숨까지 전부 담기는 만큼 함부로 발언해서는 안 된다.

김채연·박영준 기자 w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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