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도 지구인처럼 오래 살고 싶다

류준영 기자 2015. 2. 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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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사이언스-65]'주피터어센딩'..'텔로미어' 연장법 인간 수명 연장에 한 발짝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편집자주] 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팝콘 사이언스-65]'주피터어센딩'…'텔로미어' 연장법 인간 수명 연장에 한 발짝]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워쇼스키 남매 감독이 메가폰을 쥔 SF 블록버스터 '주피터 어센딩(Jupiter Ascending)'이 5일 개봉했다.

가장 아름다운 행성 목성의 이름을 딴 주피터(밀라 쿠니스), 아빠·조국을 잃은 가난한 이민자로 부잣집 화장실을 청소하는 우울한 가사도우미로 살아간다. 주피터는 매일 새벽 4시 45분에 일어나야 하는 인생이 혐오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천체망원경 구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난자를 팔다 외계인들의 습격을 받은 주피터는 늑대인간 전사 케인(채닝 테이텀)을 만나면서 '여왕'인 자신의 신분과 운명을 조금씩 알아간다.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아브라삭스 가문, 계승자인 왕자 발렘(에디 레드메인)·타이터스(더글러스 부스), 공주 칼리크(튜펜스 미들턴)가 벌이는 후계 다툼에 주피터는 휘말리게 된다. 여왕인 주피터에게 상속권이 쥐어져 있었던 것이다. 외계인 공격도 이 때문이었다.

영화는 주피터가 외계 종족에 맞서 진정한 지구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이다.

◇전작보다 못한 속편…넘사벽 된 '매트릭스'

인간을 노예로 삼는 컴퓨터시스템(매트릭스)을 향한 투쟁, 그 속에 육중한 과학적 철학과 액션을 제대로 버무렸던 전작 '매트릭스' 시리즈(1999~2003)만큼의 임팩트를 기대한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매트릭스와 유사한 설정 외에 업그레이드 된 다른 새 시도가 보이지 않는 아주 가벼운 영화인 탓이다.

한계에 봉착한 상상력과 과학적 소스 고갈로 인해 영화는 시종일관 CG(컴퓨터그래픽)에 기댄 시각적 화려함만으로 끌고 간다.

미국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펼치는 추격신은 스케일이 크고 박진감 넘치나 그게 전부다. 러닝타임 2시간 동안 '빵빵' 터지는 무한 폭파 액션이 지루함으로 다가온다. 겉은 웅장하나 막상 속은 허하다. 매트릭스를 완성한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정체성을 묻게 된다.

이 영화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출연한 배우 배두나는 그저 '덤'이다. 현상금 사냥꾼인 라조 역을 맡았다. 큰 활약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배두나의 필모그래피에서 보듯 그녀의 뛰어난 연기력을 스크린에서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연출력 점수는 F학점을 줘도 시원찮을 판이다.

주인공 주피터는 '여왕'이란 캐릭터지만 어떤 능력도 갖추지 않았다. 게다가 연기의 흡입력도 떨어져 매력이 반감된다.

외계인 보디가드가 불쑥 나타나고, 외계인 종족들이 비행선을 이끌고, 중력을 파도타듯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발 등은 마치 '터미네이터'와 '스타트랙', '백 투더 퓨처2'에 흥행요소를 어지럽게 섞어 놓은 듯한 인상을 줘 워쇼스키 남매 감독만의 독창성을 찾아볼 수 없다.

'클라우드 아틀라스'(2013년)부터 흥행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워쇼스키 남매 감독이 '매트릭스'와 같은 대작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문을 달게 만드는 영화이다.

◇인간 수명을 되돌리다

태양계 밖에서 아브라삭스 왕국이 우주를 통치하고 있다는 설정에서 지구는 그저 '인간 농장'일 뿐이다.

영화에서 아브라삭스 왕족은 10만 년을 넘게 산다. 그들이 쓰는 2리터 원통에는 오염되지 않은 인간 100명의 조직 세포 진액을 뽑은 농축액이 담겨 있다.

그것으로 목욕해 세포를 교체하면 영원불멸의 삶을 얻을 수 있다. 외계인도 불로장생을 원한다는 설정은 무척 괴상하게 비춰지나 '안티에이징'은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요즈음 과학계 '핫이슈'임은 분명하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존 라무나스 교수 연구진이 인간 수명을 과거로 되돌릴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 염색체 말단에 붙어 있는 '텔로미어'를 연장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텔로미어는 DNA가 손상을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젊은 사람의 경우 뉴클레오타이드가 붙어있는 긴 텔로미어를 약8000~1만 개 정도 갖고 있다.

실제로 금화조와 같은 동물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 텔로미어 길이가 길수록 수명이 길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즉, 텔로미어 길이는 수명과 연관이 있다는 추정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피부·근육세포에 텔로미어를 늘어나게 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의 mRNA를 변형하는 방식으로 두 세포의 텔로미어 길이를 10% 가량 연장했다. 그랬더니 두 세포 나이가 되돌아가 수명이 연장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텔로미어 길이를 지금보다 두 배 이상 길게 만들면 젊음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연구팀은 "세포가 끝없이 분열하면 암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연구팀은 "텔로미어가 짧아져서 생기는 특정 근위축증이나 노화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데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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