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희균]닮고 싶은 부모

2015. 5. 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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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내가 기자라고 소개하면 상대방은 종종 “신문에는 왜 그렇게 험한 기사만 나오느냐”고 묻는다. 특히 가족 관련 뉴스를 보면 부모가 자식을 버렸네, 자식이 부모를 때렸네 하는 식의 패륜적인 내용이 많아 눈살이 찌푸려진다고들 한다.

언론계에는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고,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말이 있다. 주로 비정상적인 일이 기삿거리가 된다는 소리다. 신문의 기자인 동시에 독자인 내게도 이런 점은 안타까운 딜레마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만큼은 훈훈한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그래서 오늘은 정상적인 얘기를 좀 써보려 한다.

국민대 신입생들은 ‘인생 설계와 진로’라는 교양강의를 필수로 듣는다. 올해 1학기 강의를 맡은 교양대학 이의용 교수는 최근 수강생 423명을 대상으로 ‘가장 닮고 싶은 인물―내 인생의 롤모델’이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이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멘토나 롤모델을 찾는 데 익숙한 만큼 유명 인사들이 많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역시나 김연아, 반기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이 10위 안에 꼽혔다.

그러나 1, 2위는 명사들의 몫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첫 번째 인물은 아버지(139명), 두 번째는 어머니(90명)였다. 조부모, 형제자매 등 다른 가족을 꼽은 학생도 31명이었다.

이 교수는 “결과가 흥미로워서 다른 교수들에게도 비슷한 설문을 해달라고 부탁해보니 대부분 부모님을 가장 닮고 싶다는 답이 나왔다”면서 “그만큼 아이들에게는 가족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건강한 가족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비록 신문 지상에는 가족 해체와 갈등 문제가 많이 오르내리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부모란 여전히 자녀에게 감동적인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힘이 필요할까. 물론 부모가 모범적인 삶을 살고 자녀가 이를 자연스레 배우는 과정이 기본일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 각자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면 가족은 한결 행복해질 것이다. 이는 미국 육아서의 바이블로 불리는 ‘베이비 위스퍼’ 시리즈의 두 저자가 지난해 발간한 ‘패밀리 편’을 보며 얻은 힌트다.

25년간 5000명이 넘는 아이들과 그 가정을 관찰한 트레이시 호그는 암 투병 중에 쓴 이 유작에서 “가정생활을 한 편의 드라마라고 보면 개인, 관계, 배경이라는 3요소가 항상 작용하고 있다”면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 가족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늘 3요소를 관찰하며 ‘가족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관찰 대상이 됐던 가정 가운데 특히 중독, 암, 파산, 죽음 같은 위기를 잘 극복한 가정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가족의 투지’가 있다는 점이다. 투지가 있는 가족의 구성원들은 평소에는 물론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쳐도 솔직하게 속내를 터놓으면서 정신력을 잃지 않고, 가족이 가진 힘을 믿고 서로에게 의지했다.

이 책은 가족의 행복과 투지를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가족수첩을 적어보길 권한다. △가족의 가치관(무엇을 중시하고, 어떤 윤리의식을 갖고 있는지 등) △가족의 활동(무엇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추억은 무엇인지 등) △가족의 단점(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을 각각 10개 이상의 단어로 표현하면서 가족을 살펴보라는 조언이다.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닮고 싶은 이로 꼽는 따듯한 가정이 되도록 휴일을 맞아 온 가족이 모여 가족수첩을 적어보면 좋겠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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