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기묘한 절벽, 병풍같은 화산지층, 피땀어린 밭담길 '감탄 절로'

백종현.임현동 2016. 2. 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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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치기해변은 썰물이 되면 이끼로 덮인 화산지층이 훤히 드러나며 장관을 이룬다. 멀찍이 보이는 오름이 성산일출봉이다.
용머리해안에서 볼 수 있는 돌개구멍. 긴 세월 강한 파도가 만든 물웅덩이이다.
수월봉 아래 검은모래 해변. 겹겹이 쌓인 화산재 지층과 현무암이 잘게 부서진 검은 모래가 조화를 이룬다.
옛 김녕 사람의 목욕탕이 돼준 청궁물. 썰물 때면 바닷물이 빠지고 용천수가 채워진다.
성산일출봉 지오하우스 `1915지오`. 101년 역사를 자랑한다.
성산일출봉 해녀 물질 체험.
기이한 형태의 웅덩이가 발달한 사계리 해안사구.
병악 현무암지대(소금막)의 주상절리.
용머리해안.
`젠하이드어웨이` 산방산 돔 파스타, 제주 감귤 피자, 차롱박스.
지오푸드 식당 `지오아라`의 누룩빌레 주먹밥과 우쿨러스 요거트.
화순 곶자왈. 겨울에도 숲이 푸르다.
4번의 화산 폭발로 탄생한 차귀도.
수월봉 엉알길.
수월봉아래로 내려가면 겹겹의 화산재 지층과 화산탄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차귀도 대섬에서 본 장군바위.
바다를 마주 보고 있는 김녕의 지오하우스 `해일월`.

l 제주 원형 체험하는 ‘지오(Geo) 투어’

제주도 지질관광은 크게 네 지역으로 나뉜다. 동쪽의 성산·오조, 서쪽의 수월봉, 남쪽의 산방산·용머리해안, 북쪽의 김녕·월정 일대에 지오 관광프로그램이 몰려 있다. 지역마다 특색이 분명하고 즐길 거리도 다르다. 지역별 핵심 명소와 체험·숙박·식당 등 여행정보를 추렸다.

일출도 보고 물질도 하고 - 성산·오조 지역

일출 명소 성산일출봉(182m)은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제주도 368개 오름 가운데 드물게 바다 속에서 분출한 수성화산으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화산재와 용암 조각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면서 지름 600m의 분화구가 형성됐고 분화구 주위로 거대한 산이 빚어졌다.

성산일출봉은 막상 올라가면 실망하기 일쑤다. 가파른 계단을 40분이나 올라야 하지만, 정상에서 보이는 건 분화구 안쪽의 초원이 전부다. 화산의 역동적인 자태는 되레 성산일출봉 옆의 광치기해변에서 더 잘 보인다. 광치기해변에서 성산일출봉에 시선을 맞추면 왼쪽으로는 완만하게 쌓인 화산지층이, 오른쪽으로는 파도와 바람에 침식돼 날카롭게 깎여 나간 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작가가 성산일출봉의 일출을 담기 위해 번질나게 드나드는 곳도 여기 광치기해변이다. 성산일출봉에서는 애오라지 망망대해와 해돋이뿐이지만, 광치기해변에서는 일출봉과 떠오르는 해를 함께 담을 수 있다. 광치기해변에 가려면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물이 빠져야 이끼로 덮인 올록볼록한 화산지층이 물 위로 드러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오액티비티= 성산일출봉 앞바다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자 놀이터다. 겨울에도 수온이 따뜻한 편이어서 해녀 물질 체험(070-8870-2569)이 어렵지 않다. 해녀복은 물론이고 빗창·태왁·까꾸리 등 전통 물질도구로 완전 무장하고 바다에 들어가 전복·소라 등을 딴다. 베테랑 해녀 할망이 물질을 돕는다. 체험이 끝나면 불턱에서 몸을 녹이며 손수 잡은 해산물을 구워먹는다. 3만원부터. 스쿠버 다이빙로 성산일출봉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해저지절 체험(064-782-6117)도 있다. 8만원.

◆지오하우스= 성산리 마을 안쪽에 101년 역사의 민박집 ‘1915 지오(010-3691-8166)’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제주도 전통의 건축양식과 일본풍의 건축양식이 뒤섞여 있다. 50년 넘게 물질을 한다는 홍경자(77) 할머니와 성산일출봉 해설사인 며느리가 운영한다.

세월이 빚었다 -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역
용머리해안의 역사는 억겁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80만 년 전 큰 화산 폭발이 세 차례 일어났고, 화산 폭발로 엄청난 양의 용암이 바다를 만나면서 용머리 모양을 한 화산재 지층을 만들었다. 오랜 시간 침식작용으로 생긴 촛대바위와 암석 위 연못이 용의 머리를 닮은 해안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밀물 때는 들어갈 수 없으니 물때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용머리해안 왼쪽의 사계리 해안에도 장관이 숨어 있다. 파도와 돌이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화산지층을 다듬어 수많은 구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메마른 모랫빛 지형인데, SF 영화의 외계 행성을 보는 것 같다. 카메라가 필수다. 여기에 서면 멀찍이 우뚝 솟은 산방산과 용머리해안도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화순곶자왈은 제주도 해안의 매서운 파도와 바람을 피해 숨어들기 좋은 곳이다. 곶자왈은 암석 지대 위에 생긴 숲을 가리킨다. 농사 짓기가 불가능해 방치돼 있었는데, 최근 들어 제주도 생태관광의 명소로 재조명되고 있다. 한겨울에도 숲이 푸르다.

◆지오액티비티= 산방산 아랫마을 사계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다. 사계리마을회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 오전 9시부터 해질 녘까지 자전거 하이킹을 할 수 있다. 1만원.

◆지오하우스= ‘호끌락 80번지(010-9003-8606)’는 옛 돌담집의 정취가 물씬 배어나는 펜션이다. ‘호끌락’은 제주 방언으로 ‘작다’는 뜻이다. 소박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 분위기가 세련됐다. 독채 평일 20만원.

◆지오푸드= 국가지정 문화재인 산방산은 입산이 금지돼 있지만, 지오푸드로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 ‘젠하이드어웨이(064-794-0188)’에 산방산 모양의 ‘산방산 돔 파스타(2만1000원)’ 메뉴가 있다. 용암돔처럼 불룩한 도우를 걷어내면 새빨간 토마토해물파스타가 얼굴을 내민다.

화산 교과서 - 수월봉 지역

제주도 남서쪽 끄트머리에 서 있는 수월봉(77m)은 올라가기 위한 오름이 아니라, 내려가기 위한 오름이다. 분화구 가장자리에 쌓인 내벽의 흔적이 수월봉이기 때문이다. 수월봉 엉알(절벽 아래 해안)로 내려가면 화산재의 수평 층리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화산의 퇴적 과정이 생생히 눈에 들어온다. 현무암 위로 고운 진흙이 깔려 있고, 그 위로 화산재가 패이스트리 빵처럼 켜켜이 층을 이룬다. 수많은 화산탄과 화산재의 유려한 곡선이, 강한 화산 폭발과 바람에 맞서온 세월의 흔적을 증명한다.

수월봉 앞바다에 차귀도가 떠 있다. 차귀도포구(자구내포구)에서 제트유람선(왕복 1만6000원)을 타면 10분 만에 닿는다. 네 차례의 화산 활동으로 태어난 차귀도에는 기이한 형태의 해안절벽과 암석이 절경을 이룬다. 가파른 언덕을 10분 정도 오르면 절벽 아래로 시야가 확 열린다. 용암이 바다를 뚫고 나온 듯한 형상의 장군바위를 중심으로, 화산재 지층이 겹겹이 병풍을 두르고 있다. 차귀도는 무인도이지만 탐방로가 잘 돼 있어 원시의 섬을 누비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오푸드= 국밥 전문점 ‘아찌국밥(064-772-3525)’이 수월봉이 지오 브랜드로 거듭난 뒤 제주의 음식문화를 재해석해 메뉴를 개발했다. ‘궤네깃또 국수(8000원)’는 돼지를 잡아 신에게 바치는 돗제 문화에서 비롯한 메뉴다. 돼지고기와 제사 나물을 익힌 뒤 사골 국물을 부어 함께 끓이는데 진한 국물 맛이 입맛을 당긴다. 얇게 썬 흑돼지고기와 제철 채소로 속을 채운 ‘만년 돈가스(1만2000원)’도 있다. 반을 갈라 놓고 보면 돼지고기와 채소가 화산재 지층처럼 겹겹이 쌓여 있다.

밭담마다 모진 삶의 흔적이 -김녕·월정 지역

구좌읍 김녕리와 월정리의 주인공은 화산 지형이 아니라 사람이다. 김녕·월정의 땅 아래에는 만장굴·용천동굴·당처물동굴 등 용암 동굴이 넓게 뻗쳐 있다. 그 동굴 위에 펼쳐진 빌레(넓게 퍼진 암반)는 농사가 어려운 척박한 땅이다. 그러나 김녕·월정의 사람은 그 딱딱한 빌레를 기어코 깨뜨려 밭을 일궜다.

푸른 밭과 검은 밭담이 어우러진 제주의 풍경은 한껏 평화롭다. 그러나 이 그림 같은 풍경은 사실 용암 위에서 삶을 일군 제주 사람의 고된 삶을 품고 있다. 월정밭담길 인근의 진빌레정에 서면 끝없이 이어진 밭담과 함께 제주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김녕리와 월정리의 해안은 썰물 때를 기다렸다가 가는 게 좋다. 물이 빠지고 나면 수면에 감춰져 있던 용암 지대가 일제히 고개를 내민다. 마그마로 인해 빵처럼 부풀어 오른 지형도 보이고,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절리(굳은 용암의 틈)도 보인다.

김녕 마을 끝자락의 청굴물도 희귀하다. 청굴물은 바다에 완전히 잠겼다가 썰물 때만 드러나는 샘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바다 위에서 천연 노천탕이 나타난다. 물이 귀하던 시절에는 목욕탕으로 이용됐다지만 요즘에는 관광객의 기념사진 명소로 통한다.

◆지오하우스= 해일월(010-5326-6477)은 지오하우스 11곳 가운데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집이다. 김녕항 옆 해안의 너른 빌레 지대에 있어 마당에서도 바다가 내다보인다. 마당에서 몇 발짝만 내려오면 낚시도 할 수 있다. 돗통시(돼지를 키우던 재래식 화장실)도 남아 있다. 독채 19만원. 월정리 카페거리 초입에 자리한 여울목게스트하우스(010-2735-6623)도 바다를 마주 보는 돌담집이다.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카페와 독채 민박도 운영하는데 저녁이면 카페에서 조촐한 파티가 열린다. 도미토리 2만5000원, 독채 7만원.

●지질관광 정보= 핵심 지질마을의 무인 안내센터 ‘지오인포’를 비롯해 지오하우스·지오푸드식당 등에서 안내책자와 지도 등을 얻을 수 있다. ‘제주 지오’ 앱도 있다. 지질 명소를 깊이 이해하려면 마을 지질 해설사와 동행하는 것이 좋다. 수월봉 지역(064-772-3334)은 무료지만, 나머지 지역은 해설비 5만원(15명까지)을 받는다. 지질마을에서 생산한 농수산물 ‘지오팜’과 기념품 ‘지오기프트’를 살 수도 있다. 제주 지오닷컴 홈페이지(jejugeopark.com)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행박사(tourbaksa.com)가 제주도 당일 지질관광 상품을 운영한다. 오는 28일부터 3주일 동안 일요일은 김녕·월정 지역, 화요일은 성산·오조 지역, 목요일은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역을 돌아본다. 4만5000원(교통비·해설사 비용 등 포함, 항공 불포함), 070-7017-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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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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