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의 두근두근 magazine] 서울 동묘에서 만나는 '과거라는 이름의 외국'

어수웅 주말매거진 팀장 2014. 11. 1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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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 갈 때마다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그 지역의 벼룩시장. 골동품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치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죠. 그리고 그 나라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날 수 있거든요. 아마추어 화가들의 매력적인 그림을 '득템'하기도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 서는 이유죠.

서울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동묘의 도깨비시장. 서울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아예 정류장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동묘, 숭인동 도깨비시장'. 구제 의류로 이름난 곳이지만, 고서(古書), 레코드판, 시계, 전축 등 예전 우리 생활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곳입니다. '과거라는 이름의 외국'이라는 표현이 있듯, 20~30년만 지나도 과거는 마치 다른 나라처럼 낯설기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서울에서 '외국인처럼 여행하기'가 가능한 곳이죠. 동묘는 아시다시피 '삼국지' 관우의 신위를 모신 집. 주말매거진은 이번 호 특집의 부제를 '무덤에서 보물찾기'라고 지었습니다.

동묘에서 '과거라는 이름의 외국'과 만난 뒤, 인근 '순희네 빈대떡'에 들어갔습니다. 깻잎전, 해물녹두빈대떡과 어묵탕 하나를 시켜놓고 소주를 마셨는데, 맛도 분위기도 더 부러울 것이 없더군요. 후배들이 원하는 안주를 각자 더 시키고, 각 1병 분위기로 소주도 추가하고, 마지막에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까지 주문해 먹었는데도 뮤지컬 일반석 표 한 장 값에 못 미치더군요. 이 오래된 빈대떡집 역시 '과거라는 이름의 외국'이었습니다.

주말에는 워낙 붐비는 곳이라, 사람 많은 것 부담스러워하는 당신이라면 꺼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때면 이 '외국 여행'을 마친 뒤 근처 '낙산 공원'을 들러보시길. 동묘 지하철역 정류장에서 종로03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됩니다. 동서남북 사방이 확 트인 채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지금까지 이 공원을 찾을 기회가 없었던 당신이라면 서울 조망에 대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겁니다. 이번 주말, 서울이라는 외국을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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